소속교단 대한성공회 “재파송하겠다” 결의 불구, 3일 취임식 강행

이사장 교체 불가피 전망 … 이사회 선택 ‘관심’

CBS기독교방송(이하 CBS)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근상 주교가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속 교단인 대한성공회가 6월 27일 개최한 전국상임위원회에서 CBS 이사를 재파송할 것을 결의했다. 그럼에도 CBS는 7월 3일 이사장 이취임식을 강행했다.

▲ 대한성공회가 CBS에 김근상 이사장을 교체할 것을 통보했으나, CBS는 이사장 이취임식을 강행했다.

대한성공회가 이사를 재파송하기로 한 공식적 이유는 ‘연합기관에 파송되는 성직자의 경우 현직이어야 한다’는 교단 헌장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김근상 주교는 지난 4월 재정 비리 의혹에 휩싸여 주교직을 조기 사퇴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 박동신 의장주교는 “7월 말 전국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CBS는 6월 30일 대한성공회로부터 관련 결의를 공문으로 받았으나, “이취임식의 진행을 번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대한성공회의 결의는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기에 추후 논의하겠다”며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또한 ‘대한성공회가 새로운 이사를 추천하더라도 이사회의 결의가 없으면 새로운 이사가 선임될 수 없다’는 자문을 변호사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심국보 총무부장은 “새 이사를 받고 안 받고는 이사회에 달렸다”며 “과거에도 자격 미달 등의 이유로 교단 파송 이사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 같은 시각 행사장 밖에서는 CBS 노조가 취임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반면 CBS 노조는 대한성공회가 이사 재파송을 결의한 이상 김근상 이사장의 낙마는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진성 노조위원장은 “CBS 정관상 파송교단이 이사를 바꾸면 연합기관은 당연히 그것을 따라야 한다. 김근상 이사장은 시한부나 마찬가지인데 이사회가 의미 없는 이취임식을 열었다”며 “사측은 이사회가 새 파송이사를 안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한성공회가 이사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소송으로 비화되기 전에 이사회가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가 뒤늦은 행정 처리를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김근상 주교의 자격 문제는 5월경부터 불거졌으나, 대한성공회는 김 주교가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후에야 새 이사 파송을 CBS에 공식 통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근상 이사장의 자진사퇴가 최선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내가 지난 4월 주교직을 내려놓은 것은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지 직접 비리에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이사회에 밝혔고, 이사들도 이 해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측도 연합기관 파송 중에 퇴직을 하는 경우 잔여임기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김 이사장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CBS 이사회는 9월 중에 열린다. 그 전에 대한성공회가 이사를 교체하고 통보한다면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교단 파송 이사를 거부한다면 한국교회 연합정신으로 세워진 CBS의 설립의미를 부정하고 회원교단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이사회에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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