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중국인 피살 사건에 한국위기관리재단 중심 본질 알리는 적극적 대응

선교계 내부의 조율된 목소리 전달 중요성 확인 … 해당 선교단체 폐쇄성 ‘물의’

최근 파키스탄에서 중국인 두 명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인 IS에 의해 살해된 것과 관련, 한국 선교계의 위기관리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24일 파키스탄 케타시에서 20대 중국인 두 명이 IS에 의해 납치된 후 살해당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중국 정부 관영언론이 이들 두 명이 한국인을 따라 선교 활동을 하다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한국 선교계로 책임을 돌리고 나선 것이다. 테러를 자행한 IS나 파키스탄의 치안을 문제 삼는 대신, 한 한국 선교단체가 분별력 없는 20대 중국인을 포섭해 무고한 희생을 가져오게 했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이다.

▲ IS를 비롯 이슬람 급진무장세력의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각개전투식이 아니라 일치되고 전문화된 위기관리 대처가 요청되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 정부 입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국 언론 보도는 한국에서도 즉각 뉴스화 됐다. 일반 언론들의 내용은 중국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는 식이었다. 일부 기독교계 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언론의 내용을 기정사실화 하고, 의심을 받고 있는 선교단체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이번 사태가 자칫 제2의 아프간 사태로 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선교계에 대두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사태 초기부터 모니터링과 자료 조사를 해오던 한국 선교계는 한국위기관리재단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선교계는 우선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알렸다. 이번 피살 사건이 책임소재는 테러를 감행한 IS와 외국인 보호에 미흡한 파키스탄 정부, 그리고 자국민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중국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적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 파키스탄에서 IS에 의해 살해된 중국인들.

한 중국 선교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오히려 중국교회는 두 사람이 순교자고, 중국교회는 더 많은 순교의 피를 흘려야 한다며 고무돼 있다”며 “중국 정부와 언론이 의도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 기독교계로 공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선교계의 이 같은 대응 결과, 한국 언론 보도에서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게재하거나 한국 선교계를 비판하는 시각이 잦아들었다. 선교계는 초기 대응 이외에도 순차적인 대응 방안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국인 피살 사태는 한국 선교계 위기관리 대응의 실효성을 확인시킨 결과로 평가된다. 또한 위기관리 대응에 있어 통일된 단일 루트가 효과적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한국 선교계의 경우 2007년 아프간 사태 이후 한국위기관리재단을 출범해 단일 통로 역할을 감당하도록 했는데, 이번 사례에서 그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언론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쏟아낼 수 있고, 이해 관계국에 따라서 교묘하게 일부 내용을 가공하거나 다른 시각을 의도적으로 삽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외부의 다양한 정보 소스들에 대해 섣부르게 대응하거나 근시안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선교계 내부에서 조율되고 일치된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파키스탄 사태를 계기로 한국 선교계의 위기관리 대처 현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별히 이번 파키스탄 사태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선교단체의 경우 중동 지역에서 과격한 선교로 수년 동안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으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그 선교단체가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보가 없다”며 해당 선교단체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또 “단기선교팀이 선교의 열매는 있을지 몰라도, 해당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독불장군식이 아니라 위기관리 차원에서 한국 선교계 전체와 함께 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