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주민들과 동고동락 ‘무형의 교회’ 일궈
이충석 목사 “복음으로 농촌 살리는 사역 감당”


“우리 목사님 너무 좋아. 이런 곳에서 우리 위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 목사님 덕분에 블루베리도 재배하고, 이 나이에 일하면서 돈도 벌잖어.”

박영자 집사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말을 하면서도 블루베리 열매를 따는 손을 쉬지 않았다. 가뭄이 심해서 작황이 좋지 않지만 맛은 더 좋다며 열매 한 움큼을 쥐어 주었다. 이충석 목사는 김 집사에게 “더위에 무리하지 마시라”며 빙긋이 웃었다. 이충석 목사 등 뒤로 1만6500㎡의 너른 농지 위에서 블루베리나무들이 새까만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 15년 동안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무형의 교회를 일궜던 이충석 목사는 동강교회 설립 이후 주민들의 삶과 생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충석 목사가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하는 박영자 집사와 작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충석 목사는 산깊고 물맑은 강원도 정선 동강에 1993년 첫 발을 들였다. 총신신대원에서 공부할 때 학내 문제로 수업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자 머리를 식힐 겸 정선을 찾았다. 1000미터 산들에 둘러싸여 동강이 굽이 흐르는 오지에서 주민들은 산과 돌밭을 일구며 살고 있었다. 이충석 목사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정선군 신동읍 중에서도 오지인 운치리 덕천리 고성리 마하리 가수리 귤암리 광하리 일대를 돌아다녔다. 주민들과 밥을 먹고 밭일을 하고 잠을 자면서 예수님을 이야기했다. 15년 동안 유형의 예배당을 세우지 않고, 주민들 속에서 무형의 교회를 일궜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서 교회를 세우자고 요청했다. 2007년 1월 1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동강교회는 그렇게 지역의 교회로 설립됐다.

“철저하게 지역과 주민들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배당을 먼저 세우면 주민들은 저를 외부인으로 인식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관계 속에서 복음을 전하려 했습니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동강교회를 세웠을 때, 그 교회는 주민들의 교회가 됐습니다.”

▲ 동강교회는 6월 23~24일 귀농을 꿈꾸는 성도들을 초청해 블루베리 축제를 열어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등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 목사님’이 된 이충석 목사는 곧바로 다음 사역을 시작했다. 노인들만 남아서 겨우겨우 밭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예수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주고 싶었다. 기회는 2008년 찾아왔다. 지인의 소개로 한 농업법인과 블루베리 재배를 협력하기로 했다.

요즘 건강 및 미용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베리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농지가 비옥해야 하고 물빠짐도 좋아야 한다. 그래서 블루베리나무 1주 당 5만원이 소요된다. 이충석 목사는 농지법인이 나무와 초기 비용을 부담하고, 주민들은 농지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협약을 맺었다. 주민 가운데 7가정이 신청을 했다. 2년 생 블루베리나무 3만5000주를 10만㎡(3만평)의 농지에 심었다. 블루베리나무는 2010년 첫 열매를 맺고 주민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주었다.

“블루베리 작목반을 구성할 때, 지역 주민들 전체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동강교회 성도들도 신청했지만, 성도가 아닌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작목반에서 일하며 교회에 나오게 된 가정도 있습니다.”

블루베리는 6월에 수확한다. 다른 작물들보다 수확이 빨라서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 블루베리 열매는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기에, 박영자 집사처럼 블루베리 농사를 짓지 않는 주민들도 노임을 받고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간다.

너른 블루베리 과수밭에서 이충석 목사에게 “동강교회가 지역의 중심이 됐군요”라고 물었다. 이 목사는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강교회는 그저 지역을 섬기기 위한 공동체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교회가 지역의 중심이 되려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목회자가 지역의 지도자가 되려 하면 본래 사명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교회와 목회자는 철저히 복음을 위해 섬김의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5년 동안 교회도 없이 밭고랑에서 복음을 전할 때, 이충석 목사도 계속 사역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이 목사는 멀지 않은 미래에 “농어촌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새로운 삶의 대안처가 될 것입니다. 늘어나는 귀농귀촌 현상이 이를 증명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도시와 농촌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문화적 교육적 환경도 월등히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동강교회는 그때를 준비하고 있다. 교회에 귀농을 돕는 정보센터를 마련해 자연과 함께 살려는 도시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귀농 1년차인 윤정복 장로는 동강교회에 출석하며 곤충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고, 홍순천 집사와 윤성자 권사 부부는 2년째 매주 정선에 내려와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농촌 목회, 힘듭니다. 하지만 교회가 복음으로 섬기며 예배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농어촌 목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목표요? 동강교회가 귀농공동체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복음으로 지역을 살리는 사역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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