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태국 소년 바차야는 자동차 엔지니어가 꿈이다. 미술시간에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고,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일을 곧잘 하더니 자동차에까지 관심을 두게 됐다. 바차야가 이런 장래희망을 가지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기아대책과 한국교회가 함께하는 어린이개발사역 CDP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바차야는 매트리스 하나와 TV 하나만 놓인 집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학교에 가는 날보다 일하러 가는 날이 더 많았다.

기아대책 후원사역 취재 차 태국 야소톤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만난 홍성원 선교사는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당시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떤 젊은 엄마가 딸을 데려오더니 돈을 주고 사라고 하더군요. 제가 놀라 말을 잇지 못하자 그 동생까지 줄 수 있다고 하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린 손녀가 옆집 노인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고 합의를 끝내는 할머니, 아들이 벽돌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받은 돈을 가로채 마약을 사는 아버지까지 사실인지 긴가민가한 일들이 지금 이 시각에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태국에 한국교회가 손을 내밀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난생 처음 새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맛있는 간식을 먹기도 하고, 대도시에 나가보기도 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가정과 학교, 마을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뼛속 깊이 불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태국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고 있다는 것이 큰 열매다. 그러나 여건상 모든 아이들을 다 품을 수 없는 것이 현지 선교사와 스탭들의 안타까움이다. 아직도 학교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를 셀 수가 없다.

현재 기아대책과 협력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8873개. 다른 구호단체와 함께하는 교회까지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여전히 예수님의 사랑을 보고 듣지 못한 채 꿈이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국교회가 그 책임과 사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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