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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 굴레 벗자 세계는 다양하게 확장됐다[종교개혁 500주년 특별기획] 다시 세우는 2017 한국교회 신앙고백1- ⑤ 개혁이 가져온 세계변혁

종교개혁은 잘못된 교권과 지적 압박으로부터 해방 … 칼빈의 ‘총체적 개혁운동’ 동력 되찾아야

 중세는 로마가톨릭이 단일 종교로서 모든 사람의 사상과 삶을 지배하고 있던 시대이다. 이 때문에 ‘종교 개혁’의 파장은 단순히 교회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손봉호 교수는 모든 사람의 사상과 삶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가톨릭의 개혁은 곧 사회 전반의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중세시대 교회와 그 신학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칼빈과 루터가 가톨릭의 오류를 이론적으로 파헤친 것은 교권에 억눌려 있던 지식인들에게 용기와 자유를 허용했을 것이다. 종교개혁은 잘못된 교권으로부터의 해방이었으며 동시에 잘못된 지적 압박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종교개혁은 지성의 해방을 가져왔고, 이후 세계는 상상할 수 없는 변혁을 이루었다. 이번 특별기획 5편은 ‘개혁이 가져온 세계변혁’을 주제로, 성경에 바탕을 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이 정치 문화 과학 법률 등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한다.

“모든 진리는 성령의 역사이다”

▲ 16세기 종교개혁은 단순히 ‘교회의 개혁’에 한정시킬 수 없다. 중세교회가 유럽 전역의 사상과 삶을 지배하던 시대에, 교회의 개혁은 곧 ‘사회 모든 것의 개혁’을 의미했다. 루터의 만인제사장론, 칼빈의 진리를 향한 전향적인 관점은 정치 과학 문화 교육 등 전 분야에 변혁을 가져왔다. 특히 칼빈은 어느 종교개혁자보다 탁월하게 ‘총체적 개혁운동’을 정립해 냈다. 사진은 프랑스 누아용에 있는 칼빈 생가와 박물관으로, ‘당시의 종 칼빈’이라고 쓴 친필 사인과 사상의 정수가 담긴 <기독교강요> 초판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중세시대의 사상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은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경구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로가 제시한 이 관점은 중세시대 지성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당시 철학은 오늘날의 철학은 물론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였다. 결국 신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은 차원이 낮은 것이며, 신학을 위해 봉사해야 가치를 부여받았다. 대표적 예가 바로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일 것이다. 과학적으로 지동설이 진리이지만, 로마가톨릭 교회와 신학이 반대하면 거짓이 되는 시대였다.

“루터의 만인제사장론 그리고 칼빈이 제시한 ‘모든 진리는 성령의 역사’라는 주장은 모든 학문이 신학의 도움 없이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입장을 가능하게 했다.”(손봉호 교수)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서울대 천문학과 우종학 교수는 ‘종교개혁이 과학에 미친 영향’을 고찰한 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만인제사장 개념으로 이제 누구나 성경을 읽고 하나님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됐다. 교황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성경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과 과학도 기존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하는 다양성을 확장시켰다. 이런 자유와 확장은 중세교회의 시각으로 제한됐던 창조주와 창조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켰고, 근대과학이 자리를 잡는 밑거름이 됐다.”

특권의 종말, 양심의 시작

사상의 해방을 통한 철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후 세계는 물리적으로 큰 변혁을 일으켰다. 이뿐이 아니라 종교개혁은 인간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법률에도 변혁을 가져왔다.
중세시대 성직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세속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평신도’와 구별된 성직자는 존재 자체를 성스럽게 여기고 사법의 처벌을 면제받았다. 성직자는 교회법에 따라 교회법정에서만 재판을 받았다. 만인제사장 개념은 당연히 성직자의 특권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악한 자는 처벌을 받고 경건한 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 누구든 신분에 상관없이 죄가 있는 곳에서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제 면책특권은 없다.

숭실대 겸임교수 김정우 목사는 1521년 보름스 제국회의 재판에서 루터의 항변을 언급하며 “이는 중세적 타율에 종말을 고하는 신호였고 근대적인 의미에서 양심의 자유의 발전에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루터는 로마가톨릭에 맞서 이렇게 밝혔다.

“여러 번 오류를 범했고 자체로 모순되는 말을 한 교황이나 공의회를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인용한 성경의 말씀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저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는 것은 안전하지도 올바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역사신학자들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후대로 갈수록 힘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1517년 초기 루터와 농민혁명을 즈음한 후기의 루터를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회의 개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세계와 삶의 총체적인 변혁

루터의 종교개혁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세상 권력, 정치에 대한 관계성이다. 아직도 연구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루터의 ‘두왕국론’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성인경 목사는 루터의 개혁운동을 사회 전반적인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단순히 종교적인 개혁 혹은 교회 개혁과 구원론 바로잡기 운동에 머물러 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세속 권력, 정치 분야에서 탁월한 종교개혁자는 칼빈이다. 성 목사는 칼빈의 개혁을 ‘총체적 개혁운동’으로 규정하면서 “종교개혁 당시 개혁철학의 흐름 가운데 칼빈의 총체적 개혁운동이 성경적이며 오늘 한국교회에 필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칼빈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공화제와 합법적인 선거제도를 세웠다. 합법적인 국가의 권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도 인정했다. 나아가 제네바대학 등 교육과 사회문화적인 기틀을 세우려 노력했다. 칼빈의 총체적 개혁운동이 성경적으로 옳다고 본다.”

사라진 변혁의 힘 그리고 우리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이렇게 ‘성경’을 통해서 세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신학의 굴레를 벗어난 과학과 문화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아니다. 계몽주의는 철저히 인본주의적이었고 현대 무신론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자연과학은 인본주의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로마가톨릭의 폭력적인 탄압과 전쟁, 개혁주의 교회 내의 분열 등이 연이어 일어났다. 결국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150년이 지나지 않아서 교회는 그 변혁의 힘을 잃어버렸다.

성인경 목사는 외적 영향과 함께 교회가 변혁의 힘을 상실한 내적 문제로, 세상과 분리된 경건운동 또는 수도원운동을 지목한다. “17세기 하나님과 영적체험을 중시하는 풍조가 생기고 이성적인 학문과 전문적인 직업은 경시됐다. 뒤이어 18세기 이성주의가 번창했고 이때 비기독교인에게 넘어간 지적 주도권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19세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세속 철학과 자유주의 신학은 교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개혁신학은 힘을 쓰지 못했다.”(라은성 교수)

현재 세계 교회는 이런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과학은 이미 성경을 넘어서는 ‘진리’로 대접받고 있으며, 교회를 세상과 분리시키고 지적 무력에 빠뜨렸던 수도원운동과 같은 신비주의 신사도운동이 휩쓸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회와 역사를 변혁시킨 만인제사장론을 목회현장에서 거부하고, 중세 가톨릭처럼 성직자의 부정과 부패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개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승구 교수는 “진정 하나님을 믿는가? 성경을 믿는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이 질문을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성경의 가치를 회복하지 않는 한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오직 성경’에 근거해서 자신의 모든 문제를 판단한다. 바로 여기에 개혁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종교개혁의 정수, 진리의 원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기획’은 지금까지 5편에 걸쳐서 종교개혁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봤다.

이제 2장 ‘진리의 샘물을 마시다’란 주제로, 개혁신학의 핵심 내용과 적용을 알아본다.

특별기획팀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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