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어느 마을 기차역 플랫폼 대기석에 누워 형 ‘구뚜’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든 어린 ‘사루’는 이내 깬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손님들은 흔적이 없어진지 오래고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새벽이다.

형을 찾다 지쳐 깜빡 잠이 든 사루가 깨어난 곳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오직 낯선 사람으로만 가득 찬 처음 보는 대도시 캘커타 기차역이다. 길을 완전히 잃었다. 형 구뚜도 엄마도 귀여운 여동생 ‘셰킬라’도 없다.

영화가 묘사한 이 순간은 인도 태생 호주인 사루 브리얼리가 다섯 살 때 인도 어느 기차역에서 겪은 실화다. 후에 호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사루는 멜버른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던 중,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떠올려 고향에 남겨진 엄마와 가족을 찾아 떠난다. 바로 ‘구글 어쓰’라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통해서.

조각난 기억의 편린을 끄집어 내 처음 출발한 고향 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캘커타까지 기차로 여행한 시간과 속도를 계산해 구글 어쓰에 비친 마을 근처 지형지물을 탐색해 가는 지난한 과정을 실제로 실행하여 거짓말같이 고향마을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책 <A long way of home>으로 냈고, 이를 본 영화 <킹스맨> 제작자 이언 캐닝과 에밀 셔먼은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 가스 데이비스를 연출자로 선임해 영화 제작에 착수한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야기는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던, 혹은 신문이나 뉴스로 접한 사건 중 하나다. 지금도 전쟁을 겪는 나라에선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어쩌면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 소재다. 그러나 영화 <라이언>이 ‘엄마 찾아 삼만 리’의 전형과 변별되는 지점은 구글 어쓰라는 새로운 도구의 출현과 이것을 통해 얻어낸 드라마틱한 감동적인 결과물-인도 엄마를 찾아낸 해피 엔딩,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 설정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한 연출자의 시선-이다.

꼬마 사루와 성인 사루는 오디션으로 발탁한 슬프고 똘망똘망한 커다란 사슴 눈을 가진 인도 아역배우 써니 파와르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관객에게 알려진 배우 데브 파텔이 각각 맡아 연기했다. 이런 이야기 전개와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는 관객의 몰입도를 증폭시켜 스크린에 깊이 관여하게 한다.

사루의 호주 엄마 수는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다. 그녀가 입양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모성애는 특히 크리스천들에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 얘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엄마임을 느끼게 하고, 그녀를 주어진 사명을 잘 아는 현명한 여인으로 만든다. 그녀는 인도 엄마를 찾아나서는 사루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려 깊은 여인이다. 오스카가 인정한 니콜 키드만의 엄마 연기는 이제껏 그녀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톤을 수의 캐릭터에 덧입혔다. 호주 출신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호주 특유의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붉은 피부, 억양은 그녀를 선하게 보이게 하여 아이들을 바라보는 긍휼의 시선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그 결과 수천리길 홀로 여행한 지친 사루를,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다독이는 감성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시시때때로 점점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나와 그분의 관계를 찾는 여정과 닮아 있다. 우리와 달리 그 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긍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영화를 통해 그 분과 나의 사이를 재점검해보고, 그 거리를 좁혀가는 노력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필름포럼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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