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목사의 다시 개혁으로] (15)복음의 정원사

사진❶ 로키산맥 여행 중에 만나는 자연 풍경

차를 타고 캐나다 로키산맥을 향해 달리다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장관들이 펼쳐집니다. 그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역시,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구나!’ 그래서 자연을 제2의 성경이라고 합니다. 자연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가장 예쁩니다. 클수록 사람 냄새가 나고 이런 저런 때가 묻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자연 그대로, 어린 아이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까요?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달란트를 받아놓고 유지만 해놓은 종에게 크게 혼을 내십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청지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청지기는 ‘보존하는 자’가 아니라 ‘가꾸는 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유·무형의 것들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 때문에 가끔 하나님께 이런 질문을 드리게 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성경을 읽거나 설교를 듣다보면 자신이 청지기라는 사실은 깨닫지만, 막상 청지기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렇다고 둘 중에 내가 편한 것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사진❷ 정원사 손에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모순 같아 보이는 그 말씀 가운데에서도 늘 최선의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는 분이십니다. 그 방법이란 청지기로서 교회와 성도는 ‘복음의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원사는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자연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개발하고 가꾸는 사람입니다.
즉 정원사는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자연 그대로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과감히 손을 보는 사람입니다. 청지기로서 부름 받은 우리는 지혜로운 정원사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이 세상 속에서 잘 드러나도록 가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삶과 교회를 돌아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존하고 있고, 무엇을 가꾸고 있습니까? 혹시 하나님께서 우리 자신과 섬기는 교회에게 요구하셨던 것들을 자기 편리한대로 바꾸고 내 뜻대로 변모시켜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예배가, 우리의 사역과 삶이 그렇게 변질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점검하기를 원합니다.

 

사진❸ 다시 회복되고 비상해야 할 한국교회와 지도자들

루터대학교 실천신학 교수인 이말테(Malte Rhinow) 박사는 ‘한국 개신교회와 500년 전의 천주교회 사이의 공통점들’이란 글을 통해 복음의 정원사인 우리들이 점검할 최소한의 것들을 권면했습니다.
1. 율법주의적 예배 이해 2.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얻기 위해 재물로 하나님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3. 선행을 통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4. 교회의 지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악용 5. 교회의 교권주의 6. 성직 매매 7. 목사들의 돈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잘못된 돈 사용 8. 목사들이 교회를 개인적 소유로 착각하는 것 9. 목사들의 도덕적, 성적 타락 10. 목사들의 낮은 신학적 수준 등을 점점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한편으로 많은 한국 목사들이 복음의 좋은 정원사로 사역하고 있음을 인정하였지만 말입니다.
정원사는 자신이 힘든 여건을 견디며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의 결과로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행복과 기쁨을 경험합니다. 마찬가지로 ‘복음의 정원사’인 교계와 교회 지도자들, 바로 우리를 통해 수많은 성도들이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를 돌리며 동시에 기독교인으로서의 참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특권을 드려야 합니다.
복음의 정원사로서 복음과 교회를 위해 절제와 충성을 다하고, 동시에 땀과 눈물을 흘리는 것은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있을 교인들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그보다 더 고귀한 열매인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을 향한 긍정적 인식변화를 기대하며 결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은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먼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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