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인 참전용사 등 600명 참석, 헌신 기리며 양국 우호·세계 평화 기원

▲ 휴스턴 베어크리파크에 위치한 전쟁기념탑에서 소강석 목사와 새에덴교회 관계자들이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희생당한 분들을 위해 헌화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미국 휴스턴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보은행사’

6월 17일 오전 10시 30분, 휴스턴 베어크리파크에 위치한 전쟁기념탑에서 뜻깊은 헌화식이 진행됐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묵념이 시작되자 5명의 병사가 앉아쏴 자세로 동시에 하늘을 향해 조포(弔砲)를 쏘았다.

▲ 소강석 목사가 헌화식에서 추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3만 6000여 명의 전사자와 10만 명이 넘는 실종자와 부상자,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추념사를 낭독하는 소강석 목사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목소리 또한 떨리고 있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헌화식을 지켜보던 구순이 넘은 미군 참전용사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과 손자로 보이는 가족이 그를 부축하여 안내했다. 한국인 참전용사인 5~6명의 전우들은 부동자세를 취한 채 끝까지 거수경례를 하며 고인들에게 예를 갖췄다. 엄숙한 침묵이 흐르는 순간, 갑자기 미국 국가(國歌)인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가사가 생각났다.

“넓은 띠와 빛나는 별들이 치열한 싸움터 진지 위에서 씩씩하게 나부끼고 있었던 것을 우리는 보지 않았던가?”

67년 전, 머나면 이국 땅에서 오로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쓸쓸히 쓰러져갔던 외국인 병사들을 생각하니 목이 메었다. 그들이 한반도에서 흘린 피가 대한민국의 자양분이 되고, 그들이 한반도에서 뿌린 희생이 대한민국의 뼈대를 세워놓았다. 이같은 자명한 사실들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전쟁기념탑에서 발길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텍사스주 장병들은 누구보다도 용맹스럽게 국가의 부름에 부응하고 헌신했다. 한국전쟁에서 텍사스주 장병은 1800명이 전사했다. 세계평화를 갈망하던 미국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몸을 던졌다. 새에덴교회는 텍사스 지역 전사자들의 이름이 생겨진 동판을 제작하여 텍사스주에 기증했다. 한 마디로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뜻을 담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 쉐라톤노스휴스턴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보은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한국과 미국의 국기가 등장하자 예의를 갖추고 있다.

2017년 6월 17일 오후 6시, 휴스턴시 쉐라톤노스휴스턴호텔에서 한국전쟁 참전 보은행사가 열렸다. 미국인 참전용사 450명, 한국인 참전용사 50명, 재미교포 100명 등 600여 명의 ‘어제의 용사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허리가 휘었지만 눈망울은 또렷했다. 그들의 목에는 한국과 미국의 국기와 ‘We will never forget your love and sacrifict’라고 새겨진 노란 머플러가 훈장마냥 반짝거렸다. 새에덴교회는 한국에서 미리 작은 선물인 머플러를 준비하여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목에 일일이 걸어주고 위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인이나 자원봉사자 한인들을 보면 원더플을 외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냥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기수가 등장하자 모두 기립하여 제복을 입은 자는 거수 경례를, 일반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나라 사랑의 다짐을 되새겼다. 이날 전 해군제독 김종대 장로는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며, “혈맹으로 맺어진 한국과 미국이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할 것”을 간절히 기도했다. 또한 존 컬버슨, 쉴라 잭슨 리 연방 하원의원의 축사와 존 코닌 연방 상원의원, 휴스턴 시장 실베스터 테너 등의 영상메시지가 소개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전쟁 67주년의 의미와 한미 양국의 우호증진을 약속하는 기념사를 전했다.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은 “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참된 가치는 참전용사의 헌신으로 이뤄졌다”고 했으며, 컬버슨 의원은 “위성 사진을 보면 남한은 밝고 북한은 어두운데 남한의 불빛은 자유가 빛나는 것 같다면서 3만 6000명의 미군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김형길 총영사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미국 참전용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것이며, 목숨으로 맺어진 두 나라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강석 목사와 새에덴교회 교인들의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을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영사는 국가보훈처에서 발행한 ‘평화의 사도메달’을 참전용사들에게 수여했다.

만찬에 참석했던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옛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날 만큼은 손바닥만한 그늘진 곳을 발견할 수도 없었다. 축하공연차 한국에서 온 테너 박주옥의 ‘넬리 판타지아’와 소프라노 임청화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의 아리아를 듣고선 부라보를 외치기도 했다. 그만큼 만찬장의 기념행사는 신명이 넘쳐 흘렀다. 재미교포와 현지 학생들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도 만찬장을 후끈 달궜다. 절도 있는 격파와 기합소리가 울릴 때마다 참전용사들은 쉬지 않고 갈채를 보냈다.

아마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은 벅찬 감동에 뿌듯했을 것이 분명했다, 소강석 목사의 메시지는 그래서 힘이 있었다.

“다시 한번 미국인 참전용사들에게 마음 속 깊이 진정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 소강석 목사(오른쪽)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참전용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는 2006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평화의 상을 수상해서가 아니라 리딕이라는 흑인 노병이 했던 말이 씨앗이 되어 참전용사 보은행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 때문이다. 당시 리딕은 옷을 걷어 올리며 한국전쟁에서 입은 총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한국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새에덴교회가 주최하는 한국전쟁 보은행사가 시작됐다.

“미국의 노병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발한 것이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피흘린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해마다 보은행사를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한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소 목사는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의 열매를 통해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경제적으로도 부강한 국가가 되었다며, 다시는 이 땅에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은행사를 진행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확실한 국가관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학습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행사를 치를 때 3억원에서 7억원이 소요됩니다. 돈을 생각하면 못하죠. 그동안 미국을 비롯하여 태국 필리핀 캐나다 호주 터키 등의 참전용사 3000명을 위로하며 섬겼습니다. 한 번쯤 행사에 참석했던 이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확연히 다릅니다.”

새에덴교회는 참전용사 행사를 치를 때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짓기, 그림 그리기, 웅변대회 등을 추진하고, 노인들은 모시고 땅굴이나 도라산 전망대 등을 방문하여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나라 사랑을 거창한 구호로 생각지 않고 몸소 체험하며 느끼는 것이 새에덴교회의 특징이다.

“미국은 세계 전역에서 수 많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감사를 표시하며 보은행사를 실시한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답니다. 그것도 정부 차원이 아닌 개 교회가 이와 같은 행사를 치러 관심이 높습니다.”

소 목사는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매년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가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새에덴교회가 찾아가 민간대사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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