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신학포럼·연세대, 종교개혁 500주년 국제학술대회

달퍼스 교수  “종교개혁은 ‘영적 혁명’으로 기념되어야”
김호기 교수  “연대적 개인주의는 공동체 사회 출발점”

“우리는 종교개혁 정신이 비판적인 자기성찰을 통한 끊임없는 변혁을 위한 노력임을 믿으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할 것을 결단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사)동서신학포럼과 연세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제5회 국제학술대회가 서울 연세대학교 신학관 채플과 광림교회에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종교개혁 500주년:과거로부터의 배움, 현재에 당면한 도전, 미래를 향한 대안(THE PROTESTANT REFORMATION: Lessons from the Past, Challenges of the Present, Prospects for the Future)’을 주제로 진행됐다. 미국, 독일, 스위스의 학자들과 인도, 홍콩, 필리핀, 말라위 등 총 8개국에서 온 20여 명의 저명한 신학자들은 종교개혁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실천해나갈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영화 감독, 패션모델,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기독교인들이 토크 콘서트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는 6월 15일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자)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종교개혁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하는 강의로 문을 열었다.

김호기 교수는 2017년 한국 사회는 1987년 6월 항쟁 30주년과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 20년이 가져온 ‘민주화 체제’와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사회변동으로 특징지은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현재 한국사회를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일구어야 할 공동체 회복의 과제를 던져주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 연대가 어우러진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민 다수가 꿈꾸는 사회 모습이지만, 정작 한국사회 현실은 개인 자율성이 지나친 경쟁으로 위협받고 공동체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연대마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되 공동체적 연대를 발휘하는 ‘연대적 개인주의’를 공동체적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삼아 다양한 제도 개혁과 문화적 실천들을 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500년 전 종교개혁가 안겨주는 의미에 대해 “오직 말씀과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개혁 정신은 자신의 직업을 하나님이 부여 한 천직으로 파악하는 ‘소명’이라는 인식을 낳았고 금욕적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로부터 합리적 계산 및 생활을 중시하는 근대 자본주의의 정신을 탄생케 했다”고 정리했다.

“종교적 행동을 일상적 세계에 투사시키는 종교개혁의 정신이 소명이라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에 담겨 있다. 이 지점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해 요구되는 연대적 개인주의에서의 ‘연대’, 즉 타자에 대한 존중을 가능케 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은총 안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통찰은 여전히 우리 삶의 자기 인식에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16일에는 인골프 달퍼스 교수(Ingolf U. Dalferth, 취리히대학)는 ‘영적 혁명’으로서 종교개혁을 조명했다.

달퍼스 교수는 “종교개혁은 역사적인 사건뿐 아니라, 종교적인 사건으로서도 기념되어야 하지만, 또한 ‘영적 혁명’으로서 기념되어야 한다”며 “종교개혁의 종교적 중요성을 이해하는 핵심은 교회와 국가, 가톨릭과 개신교, 종교와 세속의 내재적 차이가 아니라, 창조주와 창조물 사이의 신학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달퍼스 교수는 종교개혁 이전의 사상가들과 종교개혁자들은 창조주 하나님과 그가 창조한 인간 간의 이해가 다른데, 가장 큰 차이가 “하나님이 없이는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인식이라고 강조하며 이렇듯 생명과 삶 자체를 창조주가 허락한 영적인 선물로 보는 ‘창조적 은혜(Creative Grace)’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참된 주체이지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존재하는 존재이되, 하나님이 단지 인간에게 삶과 생명이라는 은혜를 준 것이 아니라 창조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은혜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도록 하고, 하나님에게 감사할 수 있도록 하신 것 또한 은혜라는 것이다.

▲ 인골프 달퍼스 교수가 영적 혁명으로서 종교개혁의 의미를 강연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영적 혁명은 교회나 성직계급이나 역사적 현상으로서 기독교가 아니라 바로 홀로 존재하며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무대의 중심에 세우는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그 사랑은 창의적이며, 하나님은 사랑하는 창조물을 창조하셨으며, 모든 것은 전적으로 그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적인 은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에도 세속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는 창조물이지 창조자가 아니다’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별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혁신적인 소통의 방식으로 목회하는 차세대 목회자들과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평생교육 현장, 청소년 사역, 분식점 사역, 카페 사역, 세월호 유가족 위로사역, 탈북민 지원 사역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각 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목회들이 신학자들과 함께 종교개혁 정신에 입각한 실천적 개혁과제들에 대해 대화하며 소통했다. 또 17일에는 신학자들과 평신도들의 소통을 기획한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영화감독, 패션모델, 벤처기업 지원 업체 대표, 개도국 개발 돕는 사회적 기업 대표, 기독교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교수 등 문화계와 시장경제의 한복판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라 세상과 소통하며 기독교적인 혁신을 실천하는 평신도 전문인들과의 토크 콘서트는 참석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도전을 제공했다.

이렇듯 국제학술대회는 신학자와 사회학자, 목회자와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소통함으로 종교개혁이 역사적 사건이나 교회만의 개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성찰적 삶에 대한 요청이자 사회전반의 개혁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는 귀한 자리였다.

특히 대회의 마지막에 주강연과 여러 참여자들의 토론 내용을 묶어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믿음이 중세사회 전체를 변혁시킨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종교개혁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롭게 할 것을 결단한다”며 7개 조항으로 된 ‘2017 동서신학포럼 연세대 종교개혁 500주년 선언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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