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벨재단 방북보고 …“정치상황 따라 변하면 신뢰 쌓기 어려워”

▲ 유진벨재단이 5월 2~23일 북한을 방문해 다제내성결핵환자들을 치료하고 돌아왔다. 인세반 회장은 NGO단체들이 인도적 지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유진벨재단(회장:인세반)이 지난 5월 방북해 결핵환자를 치료하고 온 상황을 보고하면서, 새 정부가 NGO의 방북을 허가제가 아닌 면허제로 바꿔줄 것을 촉구했다. 유진벨재단은 6월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북 특별보고에서 “북한은 현재 전향적으로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방북승인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진벨재단은 지난 5월 2~23일 북한을 방문해 12곳의 요양원에서 결핵환자를 치료했다. 유진벨재단이 돌보는 결핵환자는 다제내성결핵이라는 특수한 병을 가진 환자로, 다제내성결핵은 18개월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완치되는 질환이다. 유진벨재단은 그간 6개월마다 북한을 찾아 환자들을 만나왔는데, 작년 5월에는 북한이 갑작스럽게 일정을 미루는 바람에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에 남겨둔 약을 지급하기도 했다.

유진벨재단 인세반 회장은 “다제내성결핵환자 한 명이 1년에 10~15명에게 균을 옮긴다. 우리는 결핵균 확산을 조금 천천히 하는 것일 뿐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며 “이런 일들은 비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도 이제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방북 일정을 매년 5월과 11월로 못 박는 등 협력하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인 회장은 “우리는 늘 같은 일정에 같은 약품과 물품들을 가지고 방북한다. 그런데 정치 상황에 따라 반출여부가 달라진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진벨재단 본부를 제3국으로 옮기거나, 환자들이 기다리는 한국약품 대신 대체약품을 찾으려는 시도도 했었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대북활동을 관장하는 정부부처가 일반적인 보고가 아닌 무리한 보고를 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예산이나 일정과 같은 당연한 정보보고 외에 환자들의 개인 정보, 내부 정치 상황 등을 정부부처가 요구하면서 북한과 신뢰를 쌓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검증이 된 NGO단체들의 경우에는 방북 때마다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체가 원할 때마다 방문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이를 관장하는 정부부처는 정보수집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배정해 줄 것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인세반 회장은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리기만 하다보면 북한 사람들은 다 죽고 만다. 유진벨재단이 처음 이 일을 시작한 1995년에도 뜻을 가진 NGO단체가 많았으나 여러 제재 상황들로 없어졌다. 그들이 지금까지 함께 했다면 대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며 “전 세계 다제내성결핵 완치율이 50%인데 우리의 치료를 받은 북한 환자들의 경우는 75%에 육박한다.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도록 NGO단체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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