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목사의 사진에세이 ‘다시, 개혁으로’] (14)부담스러운 은혜를 누립시다

사진❶ 잠시 멈추면 보이는 것, 용서

겁도 없이 목사가 스님의 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나를 배신하고 떠난 그 사람/돈 떼어먹고 도망간 그 사람/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나에게 했던 그 사람/나를 위해서/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정말로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그를 용서하세요.’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우리는 흔히 용서가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용서할 때 내게 득 될 것은 없어 보이니까요. 나만 손해고, 나만 억울하고, 내 자존심만 구기는 일이 용서입니다. 상대가 그 용서를 가볍게 여기면 더 화가 납니다. 용서고 뭐고, 한 대 쥐어박고 싶습니다. 그만큼 용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꾸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생색내듯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 용서해준 것 알지? 그러니까 너도 남들 용서해야 해!” 때론 그 말씀을 피하고 싶어도, 교회에 갈 때마다 예배 중에 고백하는 주기도문에 떡하니 등장해서 피할 수도 없습니다.

 

사진❷ 자신을 향한 예수님의 용서 깊이를 돌아봅시다

법적으로 용서를 해줄 수 있는 존재는 ‘재판관’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용서란 유일한 재판관이신 하나님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는 말입니다. 그 용서를 우리도 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특별한 권리를 우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 어찌 은혜가 아니라, 부담이라고 말하겠습니까?

물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용서가 특권이라면, 에잇! 안 받고 말지!” 그런데 여러분 잘 생각해 보세요. 용서는 천국에 들어가는 첫 걸음입니다.

용서 없이는 우리의 구원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연합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용서가 이미 있었기에 구원과 천국의 은혜가 우리에게 임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용서의 은혜가 부담스럽다고 내버리시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마음이라면, 그 좋은 은혜를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이겠죠. 만일 자신이 용서 받은 은혜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안다면 나도 그 누구를, 그 무엇을 용서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결국에는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잘 압니다. 용서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몰라서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게 아닙니다. 용서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은혜인지를 저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그를 용서를 한다’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그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에 생각의 초점을 맞춰보세요. 그리하면 용서는 자존심 구기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서 행사할 수 있는 특권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진❸ 지금 한국교회는 서로 용서하며 함께 가야 할 때

제가 한 가지를 감히 예견하겠습니다. 이제라도 누군가를 용서하면, 내가 받은 구원의 큰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용서하면, 하나님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됩니다. 용서하면, 예수님의 삶이 더욱 이해가 됩니다. 용서할 때, 내가 달라집니다. 용서할 때, 남이 달라집니다. 용서할 때, 교회와 총회가 달라지며 결국 세상이 달라집니다. 용서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도 아닌, 오히려 그리스도의 보혈로 용서받았다고 고백하는 한국교계와 지교회들이 피차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내가 혹은 우리가 이겨야 한다며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것을 곁에서 지켜본 수많은 성도들이 실망과 분노에 휩싸여 소위 ‘가나안 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그 틈을 악용해 이단·사이비 무리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2017년 한국교회의 절실한 종교개혁 과제는 용서입니다. 이제라도 피차 용서의 증표가 있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결과 용서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고백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이 용서하는 은혜, 함께 누리시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함께, 그리고 한 방향으로 걸어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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