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민의 회화는 몽당연필 모양새로 보이는 집 형태의 틀 안에 아기자기한 추억의 스토리텔링을 가득 품고 있어서 감상자의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작품은 어릴 적 동심과 추억의 한 장면을 집 내부에 그려 넣는 반복적 구성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 ▒ 제목:My father’s house-Memory, 90.9×72.7cm, 돌가루 오일파스텔 아크릴 레진, 2017■최순민 작가는 동덕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을 27회 개최했고, 아트페어 및 단체전에 200여 회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아트미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은 회화, 공예, 디자인의 여러 영역을 두루 섭렵한 듯 총체적 작업으로 관찰된다. 화면은 작업하기 용이한 캔버스 아사천의 매끄러운 면을 거절하고 돌가루로 밑 작업을 하여 굳이 거친 표면 위에 고된 작업을 시작한다. 작가는 2005년 그래피티 아트(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를 이용한 그림) 작가인 스페인의 안토니오 타피에 작품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안토니오 타피에의 거친 표면 작품은 건축자재 재료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미술재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그때부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페인팅 표면 재료로 돌가루, 폐잡지, 폐철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레진(수지)을 활용하여 광택 피막을 재현하는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실험정신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순수회화에 건축 재료까지 포함시켜 총체적 예술 영역을 보여주는 현대회화 작품은 결국 감상자에게 폭 넓은 시각적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고, 다양성의 안목을 제공한다. 또한 1995년 동판화를 하면서 경험하게 된 부분 그림의 나열이 지금의 집들의 반복 나열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불편한 환경 때문에 동판을 작게 부식시킨 것들을 조합하여 큰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 중에 조각그림에 매료되어 지금의 집들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작고 협소했던 아파트 골방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작가의 불편한 환경적 요소가 도리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작가만의 특별한 작업 모티브 장치가 되었으니 놀라운 은혜다.

집으로 묘사된 추억의 조각들은 눈 오는 날, 춤추며 소통하는 남녀, 큰 나무와 교회, 비오는 날 노란우산 속 사랑의 기억, 피에로와 사다리, 식탁에 차려진 케이크와 커피향 그윽한 두 개의 머그잔, 그리고 정중앙의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젊은 남녀의 애정 어린 눈길과 함께 그 들뜬 마음을 암시하는 많은 풍선들까지 모두 어우러져 추억의 앨범을 보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하늘공간에 묘사된 스크래치의 흔적들로 인해 옛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특별히 젊은 남녀가 잡고 있는 풍선 줄의 설정은 초자연적 화면을 현실 세계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보인다. 젊은 남녀는 가슴 가득 벅찬 꿈을 꾸고 있는데, 현실 속 의지를 끈을 잡은 남녀의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암시하고 있다. 젊은 두 남녀가 함께 꾸는 꿈은 형형색색의 풍선으로 의미심장하게 은유하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노란 풍선이 주는 의미는 두 젊은 남녀가 꾸려 갈 가정이 생육하고 번성할 것이라는 풍요로움으로 보인다. 어쩌면 젊은 날에 남녀가 만나 한평생을 지나오며 경험한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관조적 시각으로 편집한 작업 같다.

현대인들의 소통과 비즈니스, 심지어 추억까지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작가는 기억 속에 부유하는 모든 추억의 조각들을 집이라는 앨범 속에 고스란히 저장하여 표출해냈다. 예술이 가지는 감성과 인식의 교감을 이루고, 또 현대인의 가슴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작품을 감상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삶의 여유와 나른함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추억의 메모리를 끼적거리면서 작품을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서양화가, 여류화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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