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사랑나눔부, 진심 담은 노숙자 사역
배식봉사서 자활자립까지 영혼 재충전 ‘감동’


매주 화요일, 서울역 시계탑 넘어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삼일교회 사랑나눔부의 사역이 시작된다. 교회에서 준비한 200인분의 도시락을 차량에 실고 서울스퀘어 앞 도착. 20여 명의 성도들은 서울역 지하도와 남대문 지하도로 도시락을 들고 이동한다. 배식 장소에는 이미 그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노숙인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서 있다.

드디어 배식 시작. “잘 지냈어요?” 살가운 안부를 건네며 온정 가득한 도시락과 국에 커피까지 전달한다. 찬양팀은 노숙인들이 식사할 동안 기타반주에 맞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지하도 한편에서 소아제 연고 비타민 파스 등을 마련해 놓고 간단한 의료봉사도 진행하고, 몇몇은 노숙인 옆에 자리 잡고 말동무가 되어준다. 그 사이 서너 명의 성도들은 일주일치 반찬을 박스에 담아 주거지원 중인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인근 쪽방촌으로 오른다.

▲ 삼일교회 사랑나눔부 성도들이 서울역 지하도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성인 한 사람이 누우면 발 디딜 곳 없는 쪽빵에서 이때만큼은 끈끈한 정이 싹튼다. 아픈 곳은 없는지, 일은 잘하고 있는지, 뜯어진 방충망은 어떻게 할지, “그 자매는 오늘 왜 안 왔어?”라고 묻기도 하고, 닦달하는 쪽방 관리인을 향한 불만까지 쏟아내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운다. 그리곤 손에 손잡고 함께 기도하는 이들은 이미 스스럼없는 친구이고 형제 같았다. “다음 주에 봐요”라고 인사하고 성도들은 또 다른 쪽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처럼 스무 살 청년부터 나이 지긋한 장로들까지 모두가 톱니바퀴 돌 듯 일사불란하게 제 역할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사랑나눔부 사역의 특별함은 단지 배식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노숙인들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과정에는 드라마 같은 사연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삼일교회 성도 몇몇이 자발적으로 사영리 책자를 들고 서울역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서울역 나눔 사역이 시작됐다. 이어 4~5년 전부터 여전도회의 도움에 힘입어 도시락 봉사까지 겸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매주 화요일 저녁, 10여 명의 성도들은 서울역 노숙인들의 주린 손을 잡아주며 순수한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지난해 초, 뜻하지 않은 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 여전도회 권사와 집사들이 20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역 일대에서 ‘서울로7017’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역에 제동을 걸었다. 배식봉사를 계속할 경우 노숙인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도시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급기야 서울시는 삼일교회 당회에 배식봉사가 노숙인의 진정한 자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골자의 공문을 보내며 압박했다.

그러자 다수의 성도가 모르고 있던, 10여 명의 성도가 자발적으로 하던 서울역 나눔 사역의 존속 여부가 교회 안에서 공론화된 것이다. 서울역 나눔 사역팀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고민이 많았고, 사역을 접자는 성도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범 이성환 집사 등은 “신앙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만두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오랜 기간 당회와 성도들 설득에 나섰다.

아울러 노숙인들의 배를 채우는 사역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 구세군 열매나무재단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 전문사역팀을 찾아다니면서 사역의 방향성을 공부했다. 그렇게 노숙인 접촉의 매개체가 되는 배식봉사로 출발해 주거지원, 자활자립, 그리고 복음전파로 이어지는 사역의 기틀도 마련했다.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큰 벽으로 다가왔지만,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었다. 삼일교회 당회는 “교회의 지역 특성을 볼 때도, 이웃사랑이라는 교회 비전을 봐서도 서울역 나눔 사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담임 송태근 목사도 “수고하고 정말 노력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1월 긍휼위원회 산하 사랑나눔부라는 정식부서로 인정받는 기쁨을 누렸다.

정식부서가 된 후 일주일 내내 사역의 연속이다. 배식지원과 1대1상담은 서울역에서 남대문 지하로까지 확장했고, 주거지원 행정지원 의료지원 등을 병행하는 주중사역도 할 일이 넘친다. 관공서 문턱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에게 사랑나눔부 성도들이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리고 주일, 예배당의 문을 열 준비가 된 노숙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 쪽방을 찾은 사랑나눔부 성도들이 노숙인의 손을 부여잡으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이제 부장이 된 김태범 집사는 “주거지원은 노숙인들의 삶을 하나씩 바꾸는 자활의 계기가 됩니다. 새 옷을 입고 이발도 하고 그렇게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사역의 방향을 설명했다.

안정된 주거지원과 안정된 일자리 제공으로 안정적인 신앙생활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사랑나눔부 사역의 핵심이다. 부감 이성환 집사는 “저 또한 신앙이 아니면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노숙인들을 교회 안으로 인도하고 그들이 신앙인으로 설 때 서울역으로 다시 돌아갈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사회성이 부족하고 인생의 아픔을 경험했던 노숙인들과 동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활단계에 가서도 숨어버리는 이들도 있곤 한다. 그래서 사랑나눔부 성도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모토는 인내와 끈기”라고 외치며 길 잃은 양을 찾듯 수소문한다.

총무 김아림 씨는 “그 분들이 도망갈 때 서울역을 누비며 찾는 저를 보면서, 주님께서 모태신앙이 아닌 저를 찾았을 때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해요. 이 사역은 그런 감동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감동 때문일까. 10여 명이던 사랑나눔부는 어느새 77명의 성도가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큰 힘이 되어주는 나원주 장로와 긍휼위원회 위원장 이영규 장로, 정성껏 도시락을 싸주는 여전도회 권사와 집사까지. 함께 하기에 이들의 사랑나눔이 더욱 아름답고 소중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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