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집권여당 유력 의원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발언으로 논란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를 진행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어 과세를 2년 늦추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종교인도 평등한 납세의 의무를 다하라며 반대집회를 벌였고, 교계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납세를 미룰 것이 아니라, 교회 내 투명한 재정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세의 배경

지난 50년간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종교인에 대해 비과세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국민적 비난과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2015년 12월에 종교인소득세법을 국회본회의에 상정하여 통과시켜 2018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들이 목회활동과 관련하여 받은 소득을 종교인소득으로 구분하여 법률에 명시하고, 학자금, 식사 또는 식사대 및 교통비 등 실비변상적 성격의 소득을 비과세 소득으로 하였다. 둘째, 목회자들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거나 종교인소득세를 납부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목회자들을 근로자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고려한 것이다. 셋째, 목회자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하는 교회 기타 교단에 대해서는 원천징수 여부를 선택사항으로 하였다. 따라서 목회자 개인이 소득신고를 하여 세금을 낼 수도 있고 교회가 사례금을 지급할 때 세금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수도 있다. 넷째, 세무공무원은 목회자들의 과세에 대해서 교회의 장부·서류를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이른바 성실납세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취지로서 정교분리원칙상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세에 대한 상반된 입장

천주교는 1993년 주교회의를 통해서 일찌감치 자진납세를 하여왔고 불교계에서도 별다른 반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독교는 종교인과세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하나님께 바친 헌금에서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 간다는 것은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며, 대부분의 중요 교회들은 이미 자진납세를 하고 있어 종교인과세로 인한 세수증대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논리이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납세자연맹은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와 종교인소득세 중 선택하여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고, 종교인소득세의 경우 근로소득세에 비해 필요경비를 과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종교인소득세법이 조세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납세자연맹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연봉 4000만원인 근로소득자가 85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때 같은 소득을 버는 종교인은 11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볼 때 종교인소득세법은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특혜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계는 종교인과세에 반대하며 자진납세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세금을 내느나 아니냐의 단계는 지났고 오히려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그동안 국가의 복지혜택에서 소외되었던 저소득 목회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다. 또 과세에 대비해 교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각 교회에서는 교회의 공적 재정과 목회자의 사적 소득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교단에서는 세무당국과 협의하여 교단 자체적으로 소속 지교회의 세무자료를 취합하고 검증하여 이를 세무서에 일괄 제출하는 등 종교인소득세법이 정하는 세무조사에 갈음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국민과 성도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재정사용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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