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포럼 프로그래머>

지난 4월 25일 제14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필름포럼에서 폐막했다. 2003년에 막을 올린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전통적인 기독교영화 뿐만 아니라 기독교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을 발굴해 지난 15년간 꾸준하게 대중들과 소통해왔다. 올해 영화제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 ‘Re-다시’라는 주제로 20여 개국 27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그 중 <아이엠 호프맨>은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정통 섹션인 미션 섹션에서 소개된 영화다.

▲ 영화 <아이엠 호프맨>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바친 임만호 선교사 부부의 선교 활동을 담백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도시 개발 때문에 떠밀려난 가난한 이들의 터 언동마을이 있다. 허드렛일로 겨우 하루를 벌어먹는 주민들의 아이들은 살기 위해 쓰레기라도 주워 내다 팔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곳에 판자촌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새 건물의 학교가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호프 스쿨’이다. 2002년에 캄보디아 선교에 뜻을 품은 임만호. 김용순 선교사 부부는 요한, 대한 두 아들과 함께 이곳으로 건너 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2008년 세운 희망초등학교를 현재는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아우르는 ‘호프 스쿨’로 키웠다. 영화 <아이엠 호프맨>은 EBS 다큐프라임 <황하문명>을 비롯하여 20여 년 간 명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나현태 감독이 2008년부터 지금까지 호프스쿨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이자, 임만호 선교사 부부의 선교 활동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보고서이다.

다른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서 내다 팔거나 도시의 술집에서 돈벌이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배움이란 ‘꿈’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초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 둔 ‘쏙 잔다’는 술집에 나가 동생들과 부모를 위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스스로 술집에 돈을 벌러 나간다고 말하는 스물 넷 어린 엄마를 보는 관객들은 무력한 부모를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생활의 곤궁함에 오히려 측은함을 느낀다.

호프 스쿨은 아침에 전교생이 모여 ‘하나님의 은혜가 당신과 함께 하시길’이란 인사말을 옆 친구에게 건네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임만호 선교사가 이 수업을 직접 주재하는 이유는 그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 아이들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갑자기 찾아 온 파킨슨병은 그의 몸을 부자연스럽게도 하지만 기억까지도 앗아가고 있다. 어렸을 적 가난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하나님께 ‘학교를 보내주신다면 나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겠습니다’라고 기도로 서원한 그였지만, 또 다른 시련이 살며시 다가와 악어처럼 그를 덮쳤다. 첫째 아이 요한이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캄보디아 아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바꿔주었다.

아이들을 주님의 사랑 안에서 자랄 수 있게 한 임만호 선교사는 자신을 통로로 써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나현태 감독은 이를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한다. ‘쏙 잔다’는 여전히 술집에 나가지만 아이를 호프 스쿨 유치원에 보내 잃어버린 희망을 아이에게 찾아준다. 작년 17명의 호프 스쿨 고등학교 졸업생 중 12명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얻었던 꿈과 희망을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마치 우리도 그렇게 받았던 것처럼.

사랑영화제가 끝난 후 하남의 어느 교회에서 이 영화를 회중들과 같이 봤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마음과 목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서로에게 공명하여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사랑영화제에선 <아이엠 호프맨> 극장 개봉 전까지, 교회에서 이 영화를 직접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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