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 목사)

▲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제54회 목사장로기도회가 은혜 중에 마쳤다. 이번 목사장로기도회는 특별한 상황적 배경 가운데 시작되었다. 먼저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이고, 둘째는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배경 속에서 시작된 기도회였다.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비진리에서 개혁을 위해 일어난 종교개혁의 후예로서 한국교회는 위기에 처해있다. 몇 년 전 한 기독교 노(老) 학자는 “교회가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고,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어긋나 있고,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또한 지금 한국 사회는 분열과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목사장로기도회에 기대하는 바가 남달랐다. 우리의 현실적인 좌표와 나아가야 할 미래가 제시되고, 그것을 위한 교단 지도자로서의 목사 장로들의 하나님 앞에서의 근본적인 자기 인식의 변화와 결단이 기대되고 요구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기대와 요구에 부응했는가를 생각해 본다.
목사장로기도회가 우리 교단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 되었고, 그 동안 많은 반성과 보완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금번 기도회에도 부산 부전교회의 헌신과 봉사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임원들은 매 순서마다 성실한 참여로 모범을 보여 주었으며, 기도회에 참여한 전국 목사 장로들은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강의를 맡은 강사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가지고 나와 참여자들과 나눈 것은 감사할 부분이다.

그러나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처럼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현장의 소리를 간과하고, 현실의 절실함을 알지 못하는 기도는 간절하지 못하다. 대부분 목사장로기도회의 참석자들은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교단을 사랑하며, 우리의 신학을 사랑하는 분들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준비된 심령들이다. 그들은 기도할 준비가 되어 있고, 기도하고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했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기도했다면, 우리의 기도는 더욱 간절하고 뜨겁지 않았을까? ‘개혁교회의 책임’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기도회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기도회에서 우리는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군 복음화의 일선에서 젊은 병사들을 안고 기도하고 애쓰는 군목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학원 선교, 캠퍼스 선교에 힘쓰고 있는 교목들과 캠퍼스 사역자들을 초청해서 현장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들어야 한다. 목회를 하면서도 생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목회자, 농어촌에서 교회를 지키고 있는 어려운 동역자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우리의 입에서는 간절한 기도가 나오지 않겠는가!

신학은 교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듯이, 기도는 현실과 상황을 벗어나 간절할 수 없다. 과거 목사장로기도회가 ‘기도회가 없는 기도회’라는 비판도 있었고, 9월의 총회를 위한 정치적 준비모임이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반성과 보완으로 기도회의 순수성을 확보했다.

이제 한 단계 더 발전된 기도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 기도의 형식적인 모습을 버리고 간절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실적인 인식이 없는 기도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내 놓은 10가지 다짐 중에서 ‘교회의 공교회성’을 든든히 하는 것의 바탕이기도 하다.

교회의 공교회성은 개교회주의에 매몰되어 세속화의 길을 걷는 교회가 아니라, 주님이 말씀하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교회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형제교회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이러한 공교회성은 형제 교회의 상황,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인식하지 않고는 결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고, 현실 인식이 바탕이 되지 않는 공교회성의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눅 10:37)는 말씀은 종교적인 형식에 함몰되지 말고, 참 신앙인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이다. 이번 목사장로기도회를 기점으로 우리는 개혁교회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간절히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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