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500주년 특별기획]다시 세우는 2017 한국교회 신앙고백 - 기획을 시작하며

성경위에서 종교개혁 핵심 신학 고찰, 삶의 지침 제시하는 ‘한국교회 신앙고백서’ 작성에 힘 모아가야

1517년 10월 31일 정오 무렵,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젊은 사제가 <95개조 논제>(ninety-Five Theses)라는 문서를 붙였다. 그는 당시 별볼일 없는 비텐베르크대학교에서 성경연구를 가르치던, 34살 생일을 앞둔 마르틴 루터였다. 이 행동은 “면죄부를 판매할 정도로 타락한 로마가톨릭과 교황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교회 개혁을 알린 사건”(고신대 이상규 교수)으로 평가받으며, ‘종교개혁’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았다.

1517년 가톨릭과 2017년 한국교회

루터가 <95개조 논제>로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린지 500년이 지났다. 한국교회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수년 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준비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관련 학술세미나와 행사를 진행하며,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 비춰 한국교회의 현실을 반성하고 갱신을 촉구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중세 로마가톨릭을 닮았다. 한국교회에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까지 내렸다. 그 외침에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을 감지했다.

드디어 한국교회는 2017년을 시작했다. 고대하던 제2의 종교개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500년 전 로마가톨릭의 부패를 답습하는 뉴스가 이어지며, “한국교회는 중세 로마가톨릭을 닮았다”는 질책만 이어지고 있다.

종교개혁을 야기한 로마 가톨릭의 부패는 무엇이었는가. 여러 명의 정부를 두었고 알려진 사생아만 7명에 이르렀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재위 1492~1503)에서 보듯 사제들이 성적으로 부패했다. 재력가는 돈으로 고위 성직을 샀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이 만연했다. 교회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성직은 명예와 권력이었다.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쓰도록 만든 요한 테첼은 ‘금화가 짤랑 소리를 내며 돈궤로 떨어지는 순간, 영혼은 연옥에서 하늘로 뛰어오른다’며 면죄부를 판매했다. 성직매매와 함께 면죄부는 로마 가톨릭의 배금주의를 상징했다.

▲ 비텐베르크시 중심 마르크트광장에 들어서면 종교개혁의 서막을 연 루터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굳은 얼굴과 성경을 받쳐 든 손에서 500년 전 <95개조 논제>와 ‘이신칭의’를 선포하던 루터의 의지가 엿보인다.

성직자의 성적 부패, 성직(교회) 세습문제, 배금주의(자본만능주의), 교회를 통해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행동 등, “오늘날 한국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와 몹시 흡사하다. 시대적 차이와 상황의 차이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다르더라도 본질은 뚜렷히 유사하다.”(합신대 이승구 교수)
그러나 제2의 종교개혁은 “없다”

중세 로마가톨릭의 부패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 오늘 한국교회도 제2의 종교개혁을 일으켜야 하는가.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난다면,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우신예찬>을 쓰며 로마가톨릭의 부패상을 고발하고 비판했던 에라스무스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야 하는가.
한국교회는 답을 알고 있다. 루터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야 한다. 문제는 부패의 현상이 아니라 근본이 잘못됐다는 인식, 성경에서 발견한 그 진리에 비춰 교회의 부패상과 비복음적인 요소를 고발하는 용기,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선포한 바를 실천하는 행동, 한국교회는 이 길을 가야 한다.

“지금 목회자의 각종 비리와 일탈행위, 교회세습과 재정비리는 신학의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이 걸었던 것처럼, 성경 위에서 현실을 점검해야 한다. 로마가톨릭처럼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로 복음을 대체하는 신학의 문제를 인식하고, 성경 속에서 한국교회를 위한 신앙고백서를 만들어 삶의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총신대 안인섭 교수)

로마가톨릭이 저지른 부패를 답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이미 복음의 본질 위에 서있다. 루터와 종교개혁자들로부터 전해진 진리를 간직한 ‘교회’에게, 제2의 종교개혁은 없다. 개혁교회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개혁하는 것뿐이다.

종교개혁500주년 기획을 시작하며

본지는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20회에 걸쳐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본 기획은 크게 3가지 주제로 꾸밀 예정이다. 첫번째 주제는 종교개혁 신학의 재인식이다. 루터와 칼빈을 비롯해 종교개혁자들은 성경 속에서 복음의 진리(5대솔라)를 찾았고 개혁교회에 전했다. 한국교회가 로마가톨릭의 부패상을 답습하고 있는 이유는 종교개혁의 신학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서 종교개혁의 핵심 신학을 다시 고찰할 것이다.

두번째 주제는 신학의 재인식을 통한 한국교회 문제의 원인 분석이다. 물론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분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종교개혁 신학을 재인식하면서, 이와 연결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분석을 할 것이다. 신학자와 목회자의 도움을 얻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처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 세번째 주제는 루터와 멜랑히톤 등 초기 종교개혁가들이 작성한 <아우구스부르그 신조>(1530)나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1560)와 같은 ‘한국교회(예장합동총회) 신앙고백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두 신앙고백서는 28조문과 25조문의 적은 분량으로, 당시 교회의 상황 속에서 핵심적인 신앙을 정리했다. 이후에도 종교개혁자들은 중요한 시기마다 자신들의 신앙을 고백하고 진술했다. 오늘 한국교회는 세계 어느 교회보다 독특한 신앙유산과 사회적 환경에 놓여있다. 신학자들의 도움을 얻어 한국교회(총회)의 신앙고백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