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와 과부 위해 생명 내던진 삶 알리는 다큐멘터리와 책 출간 등 문화사역 줄이어

▲ 서서평 선교사의 삶이 영화와 책으로 재조명되어 한국교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미혼의 여선교사가 혈혈단신으로 베일에 싸인 땅 조선을 찾았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으나, 예수가 누군지조차 모르고 죽어가는 조선인들을 향한 애정이 그녀를 움직였다. 전라도 광주를 거점으로 조선인들의 질병뿐만 아니라 죄와 상처, 아픔까지 치료하고 나섰다. 특히 미혼모, 고아, 한센인, 노숙인 등 가난하고 병약한 사람들에게 주저 않고 찾아가 ‘나환자들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일학교(한일장신대학교 전신), 조선간호부회(대한간호협회 전신), 여전도회연합회 등을 창설하여 여성운동과 간호 분야에 힘쓴 그녀는 고아 14명을 자녀 삼고, 오갈 곳 없는 과부 38명과 한집에 머물렀다. 54세의 나이에 영양실조로 죽게 되었을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담요 반 장, 강냉이가루 두 홉, 동전 일곱 개가 전부였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시신마저 의학용으로 기증한 그녀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준 하나님의 딸이었다.

▲ 그리고 살아 생전 서서평 선교사의 모습.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서 선교사다.

서서평(엘리자베스 쉐핑) 선교사의 고귀한 삶을 기리는 움직임이 문화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영화와 서적으로 그녀의 사역들이 알려지면서,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CGNTV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4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특히 20일 개막한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그 관심이 더 높아졌다. 지금껏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선교사들의 업적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서서평 선교사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섬김과 헌신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다.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제작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많은 업적에 비해서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손도 없었고 남아있는 가족들도 쉽게 찾을 수 없었기에, 제작진은 서서평 선교사가 태어난 독일과 그녀가 간호학교를 졸업한 미국까지 흔적들을 찾아다녔다.

생면부지 타인을 위해 생명까지 바친 그녀는 사실 사생아로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여성이었다. 제작진은 “미국 장로교 역사회, 뉴욕 신학교 등을 취재하던 중 조선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어머니였던 서서평 선교사 본인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처와 고통 속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예수를 만난 뒤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영화를 통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서평 선교사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동료였던 스와인하트 선교사가 서서평 선교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쓴 책을 참고했다. 국내에서는 광주와 함평, 대전, 전주, 익산, 제주 등 전라도와 제주도를 오가며 촬영이 이루어졌다. 여기에 배우 하정우의 재능기부 내레이션까지 더해졌다. 하정우는 특유의 진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며 예고편에서부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CGNTV는 “서서평 선교사의 삶은 리더십 부재인 현 시국에 ‘진정한 섬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며 “이 영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 영화 <서서평:천천히 평온하게> 스틸컷(사진 위)과 포스터.

두란노에서도 책 <조선의 작은 예수 서서평>을 발간하고 복음 전도자로 일생을 보낸 서서평 선교사의 헌신을 후대에 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980년 백춘성 장로가 쓴 <천국에서 만납시다>를 현대에 맞게 재개정했다. 백 장로는 서서평 선교사의 삶을 접한 이들의 증언과 기록들을 토대로 책을 써 내려갔다.

두란노는 “이 책은 예수님을 알고 자신의 삶의 이유와 목적을 알게 된 한 그리스도인이, 생의 한계와 절망들을 극복하며 치유자로, 사랑을 전하는 자로, 타인을 돕는 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며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예수 사랑을 실천하며 작은 예수로 살아가야 할지 자문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전주대학교 배혜화 교수는 “나눔과 헌신을 실천한 서서평 선교사의 삶에 나도 가슴이 뛰고 감동이 컸다. 이런 훌륭한 분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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