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목포 신항서 세월호 3주기 기도회
“미수습자 가족 위해 끝까지 기도할 터”

▲ 목포신항 철책 너머 세월호가 누워 있다. 3년 여 어두운 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는 녹이 슨 시커먼 몸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드러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아야 한다는 염원을 적은 노란리본들이 철책에 매달려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여러분의 하나님은 어디에 계세요?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속에서 우리 가족 9명을 안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저 안에서 우리 딸을 안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다윤이 어머니 박은미 씨는 또 눈물을 쏟았다. 기도회 내내 기독청년들 및 성도들과 함께 기도를 하면서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또 울었다. 9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부모는 그렇게 3년 동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4월 8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 주관으로 110명의 청년과 성도들이 목포신항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세월호가 보이는 철책 앞에서 기독청년들과 성도들은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며,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없이 9명 모두 가족을 만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가족들과 성도들의 기도에 응답하듯, 드디어 8일 세월호는 바다를 벗어났다.

흩날리는 벚꽃과 노랑리본

목포시는 찬란한 봄이었다. 시민들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오자, 유달산 봄축제를 취소했다. 목포신항으로 가는 길은 벚꽃이 만발했고 하얀 꽃잎이 바람에 날렸다. 벚꽃 사이로 노랑리본도 나부끼고 있었다. 세월호의 무사한 인양을 소원하고, 9명의 미수습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고,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리본이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목포신항 부두에 세월호가 모로 누워 있었다. 3년 여 어두운 바다 속에 있던 선체는 녹슬고 검었다. 목포신항 철책에 수많은 노랑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언니 오빠 빨리 돌아오세요’ 9살 유진이는 엄마와 함께 리본에 글씨를 쓰고 철책에 묶었다. 철책 앞 세월호 사진전을 돌아보며, 유진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배가 쓰러졌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했데? 왜?”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아직 세월호에 있는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와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슬픔을 억누르고 계속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목포신항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이금희 씨와 박은미 씨를 만나 위로하길 원했고, 그 때마다 그 모든 요청을 뿌리치지 않고 딸의 이름을 불렀다. 박은미 씨는 3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은 상태이다. 이미 한쪽 귀는 들리지 않고, 의사는 하루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다. 약물로 종양을 이겨내면서 “다윤이를 찾기 전에는 수술하지 않겠다”며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빛 속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딸을 찾아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은 미수습자 9명이 모두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 은하는 사람입니다. 은하가 저 안에 있습니다. 저 앞에 있는 은하를 보면, 물 먹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씻는 것도 미안합니다. 마음이 무너집니다. 저 안에 다윤이 현철이 영인이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씨와 혁규 부자, 이영숙 씨 그리고 우리 다윤이가 찾아달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이를 찾아서 집에 가는 것뿐입니다. 9명의 미수습자 모두 찾아서 가족들이 모두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오. 여러분께 부탁드릴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늘 집에 가셔서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옆에 있어서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안에서 제 딸을 안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저 앞에 제 딸 다윤이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이 손으로 다윤이를 찾고 싶습니다. 다윤이를 한번만이라도 안아보는 것이 꿈입니다. 단 한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집에 돌아가셔서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엄마 아빠 자녀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기 세월호 속에서 우리 딸을 안고 계십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다윤이 부모 허흥환 박은미 씨는 8일 목포신항을 찾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 소속 기독청년, 성도들과 함께 기도회를 드렸다. 기도회 후 박은미 씨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

세월호 미수습자 9가정 중 권재근 혁규 부자를 제외하고 8가정이 크리스천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이 참사를 당한 성도들의 죽음과 외침에 눈을 감았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에게 망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다윤이 아버지 허흥환 씨는 “저도 크리스천인데, 처음에 교회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럴 수 있다. 그분들에게 받은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여러분처럼 멀리서 찾아와주시고 함께 기도해주시는 분들, 그 분들의 기도로 버텼다. 여러분의 기도와 도움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해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기도한 기독청년들과 성도들은 계속 미수습자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도회 후 다윤이 어머니를 안아주던 최혜미 씨(익산 서두교회)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최혜미 씨는 올해 대학생이 됐다. “다윤이 어머님이 미수습자가 아니라 유가족이 될 수 있게 기도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너무 슬퍼서 눈물이 흘렀어요. 참을 수 없었어요. 세월호에서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이 제 나이와 비슷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기도회를 준비한 임왕성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많은 청년과 성도들이 함께 했다. 함께 기도회에 참석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차량 문제로 오시지 못했다”면서 “이제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다가온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년에 미수습자 가족들이 모두 가족을 만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하길 원한다. 앞으로 수습과 진상규명 과정에도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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