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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세상을 변혁하는 목회] ③ 냉혹한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교회‘빚내는’ 청춘들에 ‘빛나는’ 미래 선물하라

청년부채 탕감 돕는 ‘희년운동’과 장기연체 해결 위한 ‘주빌리은행’ 등 활동 활발
교회, 자본주의 시스템 개혁에 적극 동참 ‘성경의 희년정신’ 회복 실천해가야

김○주 씨는 31살이다. 학창시절 아버지가 암투병으로 소천한 후 모든 게 변했다. 지금 그의 통장 잔고는 2500원이고, 빚이 1500만원이다. 분에 넘친 생활을 한 것도, 사업을 하다가 망한 것도 아니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에 다니며 학자금대출 1500만원을 받아서 졸업을 했다. 청년실업 시대에 비정규직에 취직을 했고, 월급여는 100만원도 안된다. 겨우 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는 비정규직 월급으로, 학자금대출을 갚을 수 없었다. 그는 끊임없는 학자금대출 상환독촉 전화를 받으며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

▲ 대한민국 20대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평균 15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시작한다.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 10%의 현실 속에서 겨우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뿐이다. 청춘희년네트워크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청년들이 부채청산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현 씨는 52세이다. 자영업을 하다가 가게를 접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주택 전세금마저 빼서 가게를 정리했다.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 상환을 독촉했고, 그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회에 다니며 봉사도 열심히 했지만, 목사와 성도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사업이 망했다는 소문이 교회에 돌았고, 그는 결국 교회를 떠났다.

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세상을 변혁하는 목회 세 번째 주제는 ‘냉혹한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교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돈’으로 평가받는다. 빚이 있고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하지만 과연 그 빚이 개인의 문제일까.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교회와 시민단체들의 사역을 소개한다.

청년부채를 탕감하라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대학의 실질등록금이 가장 높은 나라다. 대학등록금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보다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등록금은 한국의 대학생이 더 많다. 이뿐이 아니다. 헬조선과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처럼, 대한민국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0%에 육박하고 있다. 취업을 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대학을 졸업한 30세 미만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평균 1558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결국 2017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김0주 씨와 비슷한 사정이라는 것이다.

2015년 4월 청춘희년네트워크는 영화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이 기탁한 수익금 3000만원과 후원자들의 기금으로, 김 씨처럼 학자금대출금을 연체하는 청년들을 돕기 시작했다. 청년 10명에게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두배통장’으로 자립의 기반을 갖출 수 있게 했다. 또한 금융교육과 상담을 통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건전한 재정관리의 방법도 전수하고 있다.

김○주 씨는 청춘희년네트워크에서 무이자로 200만원을 받아 학자금대출 원금을 갚았다. 그에게 아직 많은 빚이 남아있다.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지원받은 200만원은 빚만 내던 내 청춘에 한줄기 빛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 200만원이 빚쟁이 찌질이 낙오자 등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에게 “빛나는 청춘으로 터닝포인트를 하게 만든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청춘희년네트워크는 2016년 2, 3차 부채탕감사업을 진행했다. 그동안 사업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3월부터 4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청춘희년네트워크를 통해 금융지원을 받은 사람은 27명에 이른다. 금융 및 재정관리 교육을 받은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설성호 본부장은 “채무상황이 너무 어려운 청년들이 많다.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에 보다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관심을 갖고 동역해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희년의 자유를 주어야

청춘희년네트워크 사역의 모델은 미국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진 ‘롤링주빌리 프로젝트’이다. 은행들은 대출을 장기간 연체한 사람들의 채권을 원금의 10% 정도만 받고 2차 채권시장에 헐값에 매각한다. 이를 본 미국 시민들이 50년마다 빚을 탕감하는 ‘희년’(주빌리)의 기독교 전통을 기억하고, 모금운동을 펼쳐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2014년 4월 한국에서 ‘주빌리은행’이 설립돼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장기 연체자들을 빚의 고통에서 벗어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 1억8600만원으로 6139억원에 이르는 채권을 매입해서 소각했다. 이를 통해 3만6398명이 빚을 탕감받았다.

원리는 미국의 경우와 같다. 보통 금융사들은 장기연체 대출금을 약 5%의 정도만 받고 대부업체에 매각한다. 대부업체는 이렇게 매입한 채권 원금에 이자와 법정비용까지 가산해서 채무자들에게 독촉을 한다. 대부업체들이 가혹하게 채권추심을 해서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그 폐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주빌리은행은 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가 전에 매입해서 빚을 탕감해 주거나, 채무자가 빚을 갚고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있다.

이 사역에 분당우리교회 영도교회 지구촌교회 우리들교회 등 비롯해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동참했다. 성남시의 경우 자치단체와 교회 및 시민단체들이 사회운동으로 확대시켰고, 성남시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설립해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채무조정 및 재무상담 등을 지원하며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을 탕감하는 것이 불공평하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자들의 상황을 보면, 은행대출로 과소비나 낭비를 한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학교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청년들, 아버지의 병원비로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한 가족들, 가족에게 명의를 도용당해서 빚을 지게 된 직장인, 심지어 통신비 연체로 대부업체에 지속적으로 고통받은 사람들까지 있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채무자의 책임도 있지만 채권자의 책임도 있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강제추심이 아니라 채무자의 입장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서민들은 일부러 빚을 갚지 않거나 도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 대출시스템의 문제는 수많은 대부업체들이 TV광고를 하는 것처럼, 빚을 권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의 무분별한 대출행위와 불법추심 등 가혹한 행위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부채탕감운동을 펼친 영도교회 정중헌 목사는 “주빌리운동은 성경의 희년 정신에서 왔다. 부채탕감으로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성경의 이웃사랑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런 의미에 시민단체와 함께 사역했다”고 밝혔다.

박민균 기자  m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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