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곡교회, 전통의 저력 ‘젊은 목회철학’으로 이어가
지역 개발 디딤돌 삼아 ‘소통하는 공동체’로 새도약

▲ 박의서 목사는 교회가 바르게 서고 교회다움을 지켜가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회가 오래됐다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오랜 역사가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와 변화와 발전이 더디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세곡교회(박의서 목사)는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두 번째 의미에 가까운 교회였다.

세곡교회는 1902년 러시아 출신 피득(영어명 피터스)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 선교사가 세운 교회로 면면히 역사는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성장이 없었다. 지역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에야 신도시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세곡동은 그린벨트로 꽁꽁 묶인 침체지역이었다. 서울의 구석진 지역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예배당 건물이 전부인, 말 그대로 세곡교회는 ‘오래된 교회’였다.

2004년 5월 6대 담임으로 부임한 박의서 목사는 부임한 이후부터 매일같이 지역 발전을 위해 기도했다. 지역 토박이들은 30년 넘게 개발제한으로 묶여 있었는데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고개를 저었지만, 박 목사는 기도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 세곡교회는 지역 사회의 변화와 박의서 담임목사의 힘있는 설교, 말씀 중심의 목회가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선교사에게 빚을 진 교회로, 향후 1세기 동안 그 빚을 갚아가는 교회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개발제한으로 말뚝 하나, 기둥 하나 박을 수 없는 이 땅에 변화가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지요.”

기도한 지 3년째 지나면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길 건너편이 개발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몇 년 지나 세곡동 전체가 재개발에 들어갔다.

세곡교회는 2013년 현재의 위치에 아름다운 새 예배당을 세웠다.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세곡교회에는 주일이면 새가족들이 찾아왔다. 박 목사가 부임할 당시 300여 명이었던 교인은 현재 주일학교 포함 출석교인 1500여 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요원해보이던 지역 개발이 실현된 데 이어, 박 목사가 기도하던 ‘선교의 빚을 갚아나가는 교회’로 준비된 것이다.

지역 개발이 교회 성장의 외적 요인이 됐다면, 교회가 내실을 갖추고 건강해진 데는 박의서 목사의 목회 철학이 중요한 밑거름이었다. 박 목사는 부임 후 부흥회나 세미나, 전도잔치 등 프로그램들을 일절 하지 않았다. 오직 설교와 교인들 돌아보는 일에만 매달렸다.

“부임해 보니까 안 해 본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 프로그램도 좋지만 목회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묵묵히 잘 준비해서 전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런 프로그램을 시도하면 뭔가 되겠다고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맡겨진 목회 사역을 열심히 하는 게 하나님 앞에 선 목회자의 자세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30∼40대 교인들이 많이 등록을 하고, 자연스레 주일학교도 성장했다. 영·유아부에서 중·고등부까지 세곡교회 주일학교는 500명이나 된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 교회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곡교회는 영·유아들을 위한 주중 아기학교를 개설해 수년 째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이 다양한 유아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고 있다. 아기학교는 교인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했는데, 높은 수준의 교육과 알찬 프로그램으로 매번 신청자를 다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선교사가 세운 교회답게 세곡교회는 선교에도 열심이다. 세곡교회는 2004년 박의서 목사 위임식 때 동아시아에 선교사를 파송한 것을 비롯 현재까지 파송하거나 후원하는 선교사가 12가정이나 된다. 현재도 필리핀 민다나오에 교회당을 한 곳 건축하고 있으며, 매년 선교바자회를 열어 선교 열정을 다지고 있다. 박 목사는 “교인들에게 선교사가 세운 자랑스런 교회 교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부단히 선교를 계속해가자고 권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기학교를 지역에 개방한 것을 비롯 세곡교회는 교회 탁구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정기적으로 무의탁 독거노인 초청행사를 갖는 등 지역과 소통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고, 정기적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그런 노력들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로 세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세곡교회를 세운 피득 선교사에 대해, “하나님이 바울을 회심시켜 이방인에게 보낸 것만큼이나, 러시아 출신의 유태인인 피득을 회심시켜 우리나라에 보내신 것은 놀라운 은혜”라고 해석했다. 성경 번역자, 찬송가 작사자, 복음 전도자로 충성스런 삶을 살았던 피득 선교사를 기억하며, 그 후예로 살아갈 세곡교회의 새 역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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