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생명의 복음과 사랑, 이웃과 나눈다

주님의 고난과 부활이 없었다면 이 땅에 교회라는 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교회력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절기로 기념하는 일은 모든 교회에게 공통된 사역이자 사명이다. 그런데 그 기념하는 방식에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올해의 부활절에는 교회들마다 어떤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면을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대구 나눔과섬김의교회

지역명을 사용하는 교회를 제외하고는 교회 이름에는 저마다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나눔과섬김의교회(김종우 목사)가 꼭 그렇다. 나눔과섬김의교회는 이름 그대로 생명의 복음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섬기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나눔과섬김이라는 교회 이름과 철학이 이번 부활절에도 고스란히 녹아낸다. 부활절을 맞아 나눔과섬김의교회는 대구 수성구 고산동 일대와 경북 경산시 사정동 일대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기회를 갖는다.

▲ 특별한 나눔으로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나눔과섬김의교회 성도들이 고난주간 경건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나눔과섬김의교회는 지난해에도 부활절을 맞아 고산1~3동과 경산 서부1동에 쌀과 라면을 전달한 바 있다. 올해는 작년과 동일한 지역에 동일한 품목으로 섬길 예정이다. 다만 경산 사정동 일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예상외로 많아 이곳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물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활의 의미는 담은 계란나누기도 진행한다.

이처럼 부활절에 사랑을 나누는 이유가 있다. 보통 어려운 이웃을 돕는 유형이 대다수 연말연시에 몰린다. 이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무관심하기 쉬운 시기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세밀한 배려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부활절의 또 다른 의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부활절 섬김과 나눔에 앞서 나눔과섬김의교회 성도들은 부활절을 앞둔 한 주간 특별새벽기도회와 금식으로 경건의 훈련과 다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난주간 7일간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는 주제로 특새가 진행되고 있고, 성도들은 이 기간 한 끼 금식을 하며 흐트러진 신앙을 다잡고 있다.

고난주간의 경건 훈련이 부활절 직후 나눔으로 나눔과섬김의교회 성도들은 경건의 모양이 아닌 실천이 있는 경건을 체험하며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구리 낮은마음교회

경기도 구리시 상가건물에 자리한 작은 교회, 낮은마음교회(오준규 목사)의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간이다.

교회 이름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그의 길을 좇고 있는 낮은마음교회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한 것은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는 세월호 기억주일로 예배를 드렸고, 인근 장자호수공원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벌였다. 당시 30여 명이던 전 교인이 나서 진실규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노란 리본을 선물하자, 수백 명의 구리시민들이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는 세월호 유가족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도 지역주민들을 초대해 고통 가운데 있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낮은마음교회는 꾸준히 세월호 유가족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4월 16일,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같은 날인 이번 부활주일에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드리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부활절연합예배’에 전교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 낮은마음교회 성도들이 구리시 장자호수공원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부활주일은 낮은마음교회의 설립기념주일이기도 하다. 설립 5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도 계획했지만, 모두 취소하고 전교인이 세월호 가족들 곁으로 다가가 함께 예배를 드린다.

낮은마음교회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손을 부여잡고 있는 까닭은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다. 담임 오준규 목사는 “강단에서 외치는 복음, 그 우리가 믿게 된 복음이 복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소외되고 연약한 이들의 벗이 되어주는 것도 복음이다”면서, “말로 복음을 전하는 것을 넘어 교인들의 삶에서 복음이 피어나 빛을 전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공동체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복음을 안고 보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그 걸음에 동참하는 이들이 적잖게 생겨났다. 낮은마음교회는 개척 5년 만에 130여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고, 매주일 새가족들이 예배당 문고리를 당기고 있다. 물론 성도들의 교회에 대한 자부심 또한 한없이 클 뿐이다.

 충신교회

서울 북가좌동 충신교회(강남우 목사)는 고난주간 동안 특별한 새벽과 특별한 금식을 하고 있다. 먼저 특별한 새벽이란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4월 10일 월요일부터 부활절인 16일까지 매일 새벽 5시 10분부터 50분까지 진행되는 ‘전교인 부활대망 새벽기도회’를 말한다.

새벽기도회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안하는 교회들도 많이 늘어나는 가운데, 충신교회는 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회를 연다. 새벽기도가 신앙을 지키고 믿음을 더욱 성숙케 하는 지름길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고난주간에는 평소보다 20여분 앞서 찬양으로 새벽기도회를 연다. 이 기간에는 유아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교인이 참석해 고난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기도한다. 앞서 찬양을 인도하는 특별찬양팀에는 장로들도 참석해 은혜를 더한다.

▲ 충신교회에서는 교구별 찬양대를 조직해 고난주간 새벽예배에 참여한다.

특별찬양팀과 함께 교구별 찬양대의 찬양도 이어진다. 충신교회는 2013년 주일 새벽기도회 찬양대를 만든데 이어, 2014년부터는 교구별 찬양대를 조직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기도회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고난주간 동안 교구별 찬양대에는 평소 참석하지 않던 교인들도 다수 참석해 십자가의 은혜를 기린다.

충신교회는 특별한 금식도 진행하고 있다. 충신교회는 수년 전부터 고난주간 동안 하루 한 끼 금식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끼니를 거르고 모은 돈을 부활주일예배 때 헌금한다. 부활주일 헌금과는 별도의 금식헌금이다. 이 헌금은 전액 도움이 필요한 교회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동안 국제옥수수재단에 헌금을 보내기도 했고, 화재를 당한 교회를 돕기도 했다. 우리를 위해 자기 몸을 버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며, 작은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빛과진리교회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아침 6시, 청년들의 목소리가 예배당을 깨운다. 말씀을 읽고 오늘 자신에게 주시는 은혜를 나눈다. 과거의 삶을 반성하는 청년들도 있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빛과진리교회(김명진 목사)는 고난주간을 맞아 두 가지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말씀을 더욱 알아가고, 예수님을 더 사랑하자’는 의미로 매일 아침마다 ‘경건의 시간’을 갖고 있다. 새벽기도회가 무너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1000여 명의 청년들이 새벽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 빛과진리교회 청년들이 고난주간 새벽기도회에 모여 말씀을 묵상하는 모습.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일수록 진리에 대한 갈급함이 커집니다. 매일 경건의 시간을 통해 참된 진리가 무엇이며, 청년의 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빛과진리교회는 고난주간에 ‘금식’을 한다. 한 끼 식사를 금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금욕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금식하거나, 미디어를 금식한다.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은 관계를 금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다. 또한 금식으로 인해 맺어진 열매는 부활주일 때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린다.

 군산 드림교회

군산 드림교회(임만호 목사)의 부활절은 연중 가장 화려한 날이다. 부활절 달걀콘테스트에 목장별로 출품한 작품이 예배당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부활절에 달걀을 예쁘게 장식하는 일이야 어느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풍속이지만, 드림교회의 경우는 감히 그 차원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성도들이 발휘하는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 군산 드림교회 부활절달걀콘테스트에 목장별로 준비해 전시한 작품들.

달걀은 때로 목자이신 예수님이 돌보는 어린양들로 변모하는가 하면, 십자가를 가득 채우는 눈물방울이 되기도 하며, 생명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로 탈바꿈 한다. 태신자들의 영적 탄생을 간절히 소망하는 상징이 되거나, 화목한 가정 혹은 다음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기기도 한다.

150개 목장별로 소속 교우들끼리 부활절이 다가올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물들이다. 매년 목장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출품작들의 수효는 물론 완성도까지 높아지면서, 이제는 거대한 타조알이 장식도구로 등장하거나 조명과 분수까지 동원하는 일도 생겼다.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수상작을 선정하는 작업이 점점 쉽지 않아진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달걀을 예쁘고 독특하게 꾸미는 게 중요했겠지만, 이제는 성도들 본인의 신앙고백과 비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오른 것 같습니다. 부활절달걀콘테스트가 서로 마음을 합하며 공동체적인 정신을 키우고, 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되어 교회에 큰 유익을 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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