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작가 <난민소녀 리도희> 탈북 청소년 생생한 삶 담아
“감당 못할 아픔 거쳐 성실히 살아가는 이야기 전하고 싶었다”

▲ 박경희 작가는 탈북청소년 교육기관인 하늘꿈학교에서 8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치며,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탈북자 실상을 알리고 탈북자와 함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박 작가가 <난민소녀 리도희>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내 조국은 어디일까? 남조선? 북조선?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인가, 여권을 발급해준 대한민국인가?’ 북조선, 남조선, 중국, 캐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중국 연길에 선 내가 누구인지 되물었다.”

목숨을 건 탈북, 제3국에서 난민신청, 남한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과 방송 출연 등 탈북자들이 겪는 현실을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책 <난민소녀 리도희>(뜨인돌)가 독자들을 찾아왔다. <난민소녀 리도희>는 자유를 갈구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부평초처럼 여러 나라를 떠돌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자유를 얻지 못하는 탈북 난민의 삶을 다룬 책이다. 저자 박경희는 탈북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8년째 글쓰기를 가르치며 알게 된 탈북자들의 삶을 책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아빠가 정치수용소에 갇히자 도희와 엄마는 위험을 피해 북한을 떠난다. 목숨 건 탈북도 잠시, 엄마는 난민 신청을 하라며 도희를 혼자 캐나다로 보낸다. 그러나 캐나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고, 엄마가 위험에 처했다는 전화까지 받는다. 엄마의 행방을 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남한까지 오게 되는 도희. 냉혹한 남한살이에 지쳐가던 도희는 엄마가 있다는 중국으로 다시 먼 길을 떠난다.

주인공 도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탈북자들의 삶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캐나다로 온 남한의 은우, 돈과 외모를 중시하는 남한의 분위기에 몰려 성형과 돈을 좇는 탈북자 영화까지 도희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학벌, 이기심, 물질만능주의의 끝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사회의 기쁨과 우리가 쌓아 온 마음의 벽을 깨뜨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난민은 도희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교육열에 쫓기듯 캐나다로 유학 온 은우도 난민이고,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도 난민으로 바라본다. 국적과 여권소지 여부가 아니라 공허하고 기댈 곳 없는 이들을 난민으로 바라본 시선이 독특하다.

<난민소녀 리도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박경희 작가가 탈북청소년들과 부대끼며 느꼈던 점들을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탈북청소년들이 인신매매, 배고픔, 가족과의 헤어짐 등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거쳐 더욱 성숙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사실 박경희 작가도 처음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하늘꿈학교에서 박 작가에게 탈북이야기를 책으로 담아줄 것을 부탁하면서 북한의 실상에 눈을 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류명성 통일빵집> 등 북한 이야기를 연달아 쓰면서 북한 작가로 고착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대에 이 이야기를 자신만큼 진정성 있게 쓸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나 자신을 스스로 하늘꿈학교의 스피커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내가 도구가 됐다. 그간 방송을 하고, 강의를 하고, 글을 썼던 수많은 세월들이 이때를 위해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이다.”

박경희 작가는 이 소설이 통일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늘꿈학교, 포털사이트 다음과 함께 스토리 펀딩(storyfunding.daum.net/project/14283)도 진행 중이다. 남한에 넘어와 강한 자립 의지를 갖고 정착을 위해 애쓰는 탈북청소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연재해, 후원금으로 특식을 제공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하루 빨리 난민의 삶을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북한은 도희나 하늘꿈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야할 곳이다. 통일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나도 북한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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