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목사(청소년전문사역자)

대중문화 선별, 그 속의 하나님 섭리와 은혜 발견하게 하라
부모는 일관된 양육태도 견지, 교회는 지속적 관련 프로그램으로 게임과 미디어 사용 균형 잡아가야

 

▲ 김형민 목사(청소년전문사역자)

고등학교 1학년인 민승이(가명)는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했다. 게임을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멈추게 할 경우, 부모에게 폭언을 하고 물건을 부수는 행동을 했다. 부모가 참지 못하고 체벌을 하면, 민승이는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했고 집에 수차례 경찰이 출동했다. 결국 참다못한 부모는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이 안되는 민승이를 정신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러나 최근 민승이의 증상이 재발해 가정은 다시 힘든 상황 가운데 빠져버렸다.

이 사례는 필자가 자녀의 게임중독 문제로 심방했던 가정의 상황이다. 민승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과 미디어 중독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 크리스천 청소년과 가정 역시 중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5편은 청소년의 게임과 미디어 중독 문제, 그로 인한 가정의 고통을 교회와 청소년부서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지 다루어보겠다.

부모의 욕심이 게임중독을 부른다

민승이의 게임중독 문제로 가정을 심방해서 사연을 들어보니, 게임을 하는 민승이도 문제였지만, 근본 원인은 부모의 욕심에 있었다. 민승이 가정은 비교적 부유했다. 아버지는 연구단지의 연구소 직원으로 일하며,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이 많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민승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갔을 때 인터넷으로 영어를 공부하라고 사준 최신형 컴퓨터에서 비롯됐다. 초등학생이었던 민승이는 적당히 인터넷 강의를 보는 척하다가 부모님의 눈을 피해가며 게임을 했다. 부모님이 부재중이거나 주무시는 시간에는 더욱 게임에 몰입했다. 어린 초등학교 학생일 때에는 부모의 윽박지름과 체벌에 제어가 되기는 했지만,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효과일 뿐이었다. 게임문제로 부모님과 다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중학생이 되면서 게임문제로 매를 맞을 때, 민승이는 ‘언젠가는 맞고만 있지는 않을테야’라는 복수심을 품게 됐다. 결국 이런 분노를 참지 못한 아이는 힘이 없어 보이는 어머니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고, 그 사실을 안 아버지의 폭행은 더 심해져서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모의 일관된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필자는 민승이 가정을 심방하고 두 가지를 처방했다. 일단 방에 있는 컴퓨터를 거실로 끌어낼 것, 그리고 자녀 양육에 관심이 없고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늘 회사를 중심으로 살아왔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민승이 문제에 같은 양육태도로 대처할 것이었다.

필자의 이전 글에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모든 자녀의 문제는 구원의 사건이다. 당시 민승이 아버지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불신자셨다. 필자는 자녀의 게임중독 문제로 마음이 낮아진 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고, 부모가 먼저 회개하고 자녀의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을 권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말씀을 받아들이시고 지금도 교회 공동체에 계신다. 영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보통 청소년기가 되면 아이의 신체가 커지고 사고력과 언어 능력도 급격히 성장하면서 부모님을 이기려는 태도를 보인다. 특히 어머니가 정서적인 에너지가 없고 우울하실 경우, 이런 아이를 감당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민승이 가정의 경우 아버지는 화를 내며 때리고, 어머니는 그것이 안타까워 감싸기를 반복했다. 부모가 일치되지 못한 양육태도를 보이셨다. 이것이 아이에게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잘못된 양육태도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단 부모님이 민승이에게 영어공부 욕심에 일찍 컴퓨터를 방에 들여다 놓은 것 자체와, 절제하지 못하는 민승이를 윽박지르고 체벌한 것을 사과하게 했다. 이후로는 부모님께서 한 사람은 착하고 한 사람은 무서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양육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승이는 낮밤이 바뀌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게임을 절제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문제 행동이 나타나고 있었다. 민승이의 부모님은 결국 정신과 병원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입원치료를 결정하셨다. 효과는 있어서 민승이는 이후 어느 정도 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신앙 속에서 지속적인 양육노력 필요

하지만 목회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사람은 금방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원 치료 후 민승이 상태가 좋아지자, 아버지는 이내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긴 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직장생활 위주의 가정생활을 하셨고, 아들에 대한 율법적인 잣대는 높아만 갔다. 마음이 약한 어머니는 말이 안 통하는 남편과 문제아 아들로 인한 우울함을 말씀으로 해석하고, 공동체에서 양육을 받으며 내공을 길러야 하는 과제를 놓치고 말았다. 부모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부모의 이런 상황에서 민승이도 이전 중학생 때의 상태로 돌아갔다.

필자와 함께 사역하는 고등부 사역팀은 다시 민승이 가정을 심방했다. 부모님의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부모님과 민승이의 화해를 유도하여 중재했다. 한번 병원에 다녀온 민승이에게는 다시 병원에 들어가지 않도록 꾸준히 외래치료를 받고, 부모님의 일관성 있고 애정 있는 양육태도를 부탁드렸다.

이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가정만의 문제로 숨기고 처리하기보다 교회공동체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극복해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후에도 교회는 민승이를 소그룹캠프에 초대하고, 계속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구체적인 처방을 줄 것이다.

교회에 미디어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라

필자는 현대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먹는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반복적으로 주입된 미디어의 콘텐츠는 아이들의 세계관과 내면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컴퓨터를 만지고 다루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고 권장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린 자녀들에게 그들이 만든 최첨단 멀티미디어 기계들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 자녀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은 미디어가 아니라, 다양한 책과 인간관계 같은 인문학적인 소양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부모님들께 자녀들이 최대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늦추거나 자제시키라고 자주 강조한다. 교육학자들의 연구결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얻은 지식은 책을 찾아 공부한 지식에 비해 기억력과 학습효과 면에서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필자는 이를 위해 교회 예배 프로그램에 미디어를 주제로 삼았다. ‘Back 2G 예배’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스마트폰이 대한민국 십대들의 우상이 된지는 오래다. 매일 매시간 들여다보고, 학습과 예배를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Back 2G 예배’란 다시 2G폰 즉 폴더폰으로 돌아가자는 헌신예배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기를 청소년기 이후(대학생)로 미루고, 중고등학교 청소년 시절에는 단순히 문자와 통화를 할 수 있는 2G폰을 사용하자고 결단하는 예배이다. 예배에 학생들의 부모님을 초대하고 미디어에 대한 설교를 한 뒤, 2G폰 사용을 결단한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증서로 남기도록 한다. 결단한 학생들은 풍성한 선물과 교회가 줄 수 있는 각종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수련회비 할인, 간식 두 배, 밥줄을 서지 않는 하이패스 혜택, 기념품과 문화상품권 지급 등으로 최대한 격려한다.

교회뿐만 아니라 일반 공교육 현장에서도 공부에 집중하고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교회도 온갖 청소년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절제에 나서야 한다. 필자가 사역하는 우리들교회는 2G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교회의 사역자와 부모님이 취지를 잘 설명해 돈이 아깝거나 고생을 시키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이내 받아들이고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자유함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다.

문화를 선별하고 지배하는 교회

필자는 일년에 두 번 교회 근처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빌려 ‘영화예배’를 드린다. 멀티미디어를 비롯한 문화는 인간의 삶에 끊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2G폰을 쓴다고 탈문화적이거나 비문화적으로 살아서도 안된다. 시대에 뒤쳐져서도 안된다. 필자는 대중문화의 최전방인 영화관에서 기독교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선별하여 학생들과 함께 보고, 곧이어 극장에서 30분간 설교를 한다. 지난 달 ‘재심’이라는 개봉 영화를 보면서 기독교인이라면 불의에 맞서고 억울한 사람들을 체휼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을 설교하였다.

이런 사역은 꼭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주일 아침 시간의 경우, 영화관 대여비용이 싸서 부담이 덜하고, 극장이 비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극장에서 덤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마이크 시스템과 할인혜택까지 제공하니 교회도 좋고 극장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를 선별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발견케 할 수 있다. 동시에 앞서가는 교회라는 자부심과 긍지 또한 심어줄 수 있기에 지역 교회 청소년부에서 꼭 한 번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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