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

▲ 임종구 목사(푸른초장교회)

칼뱅이 목회했던 제네바교회를 연구하면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결혼 규정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엄격했다는 사실이다. 결혼법령은 1537년 교회설립시안, 즉 기초법령에서 결혼법령이 제정되어야 할 필요성을 잠깐 언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령은 제정되지 않았다.

이어 칼뱅이 스트라스부르에서 돌아온 1541년에 만들어진 표준법령 역시 결혼공고 후 공예배 시작 전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과 부부간의 문제는 치리회의 심의를 거쳐 시민법으로 판결한다는 내용 외에 앞으로 결혼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본격적인 결혼법령은 1542년에 결혼예법, 1546년의 결혼규칙을 비롯해 무려 150건 이상의 결혼과 가정에 관련된 법령이 입안된다. 이런 모든 결혼법령은 1561년의 최종법령에서 종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칼뱅은 금욕주의와 성직자 독신주의를 금지시키고 결혼할 자유와 능력을 가진 모든 성인에게 결혼을 장려했다. 구혼 및 약혼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혼전 순결 및 배우자의 권리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제시했다. 타당한 약혼과 결혼 약속에 대하여 부모의 동의, 동료의 증언, 교회의 성별, 국가의 등록을 명령했다. 약혼과 결혼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결혼 무효 절차를 합리화하고 공개적인 교회에서의 결혼을 의무로 정했다. 또 부부의 재산과 상속, 결혼 지참금과 미망인의 상속에 대한 권리, 보호자와 입양에 대한 법, 결혼 이전의 약혼자, 침실에서의 아내, 가정에서의 자녀 등에 대한 새로운 권리와 의미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간음과 악의적인 유기에 근거를 둔 이혼제도를 도입하고 무고한 남편과 아내에게는 이혼, 자녀양육권, 부양비 청구와 같은 소송을 제기할 권한도 부여했다. 또 이혼한 사람과 홀아비, 과부에게는 재혼을 장려하고 사생자, 기아, 학대 받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것과 학대받는 아내, 궁핍한 과부, 성폭행 당한 처녀들을 위해 보호와 대책도 수립하였다. 이러한 제네바의 결혼법령은 수많은 개신교 국가에 영향을 주었고, 근대 시민법과 일반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제 제네바교회의 결혼법령 중 일부를 소개하려고 한다.

1. 모든 비밀결혼은 금지되고 공개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 절차는 예비부부의 상호 동의, 두 명의 증인, 혼인신고, 교회에서의 결혼 공고를 거쳐 공예배시간 전에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
2. 결혼연령은 남자는 20세 이상, 여자는 18세 이상 되어야 하고 청년 남녀는 부친의 허락 없이 혼인을 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부모의 허락이 없어도 치리회에 통보하고 혼인할 수 있다.

3. 어떤 부모도 자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부모가 강제로 결혼시킬 수 없고, 결혼을 거부하는 자녀를 벌할 수도 없다.

4. 약혼식은 소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약혼 후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하며 약혼 후 6개월 넘게 결혼이 미뤄질 경우 당사자들은 치리회에 소환되어 훈계를 받는다. 또한 약혼 후 처녀로 여겨졌던 여자가 그렇지 않다는 충분한 증거로 드러날 때나 당사자 중 하나가 몸에 치료될 수 없는 전염병을 가지고 있을 때는 약혼이 취소될 수 있다.

5. 결혼을 앞두고 교회에서 3주간 공개적인 결혼공고를 해야 하며, 다른 교구에 속한 경우 그곳의 증명서를 받아와야 한다.

6. 결혼식은 북이나 바이올린 없이 공예배 전에 해야 하며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기 전에 끝마쳐야 한다. 다만 성찬식이 있는 날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

7. 직계가족간 결혼은 금지된다. 삼촌과 조카, 조카의 딸, 이모와 조카, 조카의 아들은 결혼할 수 없고 사촌 간의 혼인도 금지된다.

8. 만일 어떤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거나 절제없이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그의 아내가 청원하면 결혼은 무효가 되고 만일 어떤 아내가 신체의 결함이 있고도 치료받기를 거부한다면 남편의 청원을 받아 결혼은 무효가 될 수 있다.

9. 어떤 남편이 무슨 무역 거래나 여행으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서 그가 죽었다고 합당한 추측을 할 정도로 소식을 모를 경우 그가 출발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그의 아내에게는 재혼이 허락된다.

10. 만일 상습적으로 아내를 버리고 여러 나라로 돌아다닌다면 그는 두 번째에 빵과 물만 먹는 구류에 처하고, 세 번째에도 동일하게 행동한다면 그녀는 그런 남자와 더 이상 관계가 없다.
이와 같이 약혼, 결혼, 이혼, 재혼, 파혼과 같은 결혼과 관련된 문제와 부부간의 문제는 치리회에서 다루었다. 징계가 목적이 아니라 건전한 결혼과 가정을 유지하도록 신앙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처럼 혼인제도에 대한 제네바교회의 모범은 오늘 현대교회에도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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