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기독인 욕망, 트럼프 투표에 반영”

윤리적 결함 불구, 향후 도덕적 이슈와 이슬람 공포에 공격적 대응할 후보 지지
미국 개신교인 정치 경제적 양극화 우려 … “사회정의와 평화 구현 앞장서야”


“왜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인종과 계층간의 차별을 부추기고 여성, 난민, 소수자 등을 비하하며 막말을 일삼고 성추문과 탈세 의혹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지지했을까? 그 선택은 과연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었을까?”

▲ 데이빗 햄튼 하버드신대원 학장이 트럼프 시대의 정치 양극화와 복음주의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하버드디비니티동문회(회장:한미라)는 3월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하버드 디비니티 스쿨 학장 초청 특별강연회’를 개최하고 이 흥미로운 주제를 다뤘다.

미국 하버드대 디비니티스쿨(신학대학원) 데이빗 햄튼 학장은 ‘트럼프의 미국에서 양극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라는 제목으로 미국 45대 대통령선거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투표 행태에 대해 분석했다. 햄튼 학장은 “제45대 대통령선거 직후 <타임스>지 출구조사 결과, 스스로를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백인의 81% 가량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두를 열었다. 다른 기관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경우 클린턴보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뚜렷하게 높게 나타났다.

기존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어떤 그룹보다 윤리도덕적인 문제를 중시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압도적인 트럼프 지지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중대한 반향을 일으켰다.

햄튼 학장은 “트럼프가 이혼을 했고, 숱한 거짓말을 하고, 탈세를 행하고, 낙태 문제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음에도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그를 지지한 이유는 향후 대법원에서 다룰 중대한 도덕적 이슈들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 이전인 지난해 2월 미국연방 대법원에서 보수파로 알려진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명하면서 대법관 9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이 보수파 4명, 진보파 4명으로 팽팽하게 구성된 것이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낙태 반대와 총기소지 자유, 종교 자유 보호법 등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윤리도덕적 이슈를 다룰 대법관 1인의 공석이 차기 대통령에 의해 임명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낙태와 동성애, 소수인권을 지지하는 클린턴 대신 트럼프를 지지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클린턴이나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자 개인은 윤리도덕적인 면에서 비등하게 결함이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또한 클린턴이나 트럼프 두 후보 모두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인 유권자를 배려한 정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또한 둘 모두 종교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따라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향후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신앙적 신념에 맞는 정치사회경제적 정책을 펼치게 될지 예상하여 투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이슈는 이민자, 특히 이슬람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 차이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는 테러위험 국가 출신 난민에 대한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해 이슬람의 테러를 막겠다고 천명해 9.11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리즘의 공포에 사로잡힌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햄튼 학장은 또한 “많은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부강한 미국’, 즉 현재 잃어버린 낙원이 되어버린 강력한 국가 미국으로 회귀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투표하는 것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햄튼 총장은 미국이 최근 유럽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국수주의의 경향에 편승하고 있고, 미국 안에서도 정치경제적인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개신교인들 또한 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기독교인은 기독교 신앙에 따라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자유와 평등, 박애 등 보편적인 가치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선택하고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고 헌신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슈에서도 그 이슈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에 앞서 복음에 따른 이해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이민과 난민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다원화 된 사회에서 어떻게 평화롭고 조화롭게 나와 다른 이들과 공존할 수 있을지 복음 안에서 그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또한 서구 사회에 팽배해져 가는 국수주의와 배타주의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회정치경제적 약자와 소수자를 하나님의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햄튼 총장은 이날 강연회에 참여한 하버드 신대원 출신 신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실천하는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일에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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