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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면직에 대한 신학적 성찰김형원 목사(기독연구원느헤미야 원장)
▲ 김형원 목사(기독연구원느헤미야 원장)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90%가 넘는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고, 국회는 78%(234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을 확정했다. 이것은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삼권의 두 축인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 같은 뜻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민들은 정의를 요구했고, 정의의 기초 위에 세워진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권세자는 하나님이 세우는 것이므로 인간이 몰아낼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신정정치가 아닌 민주정치 체제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에 대해 오해한 것이다.

지금 하나님은 직접 계시를 통해서 대통령을 임명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선거라는 절차를 따라 사람들이 선출한다. 우리는 크게 볼 때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자가 잘못할 때 물러나게 하는 것도 하나님이 직접 하시는 것이 아니다. 세울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시민들이 이미 합의한 법과 절차에 따라 파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 역시 하나님의 섭리 아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로마서 13장 3~4절은 권세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권력의 한계를 설정한다. 하나님은 권세자에게 무한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권세자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대리자로 세워졌다. 선한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 벌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유익을 주는 방향으로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권력자가 하나님이 의도와 다르게 권력을 행사할 때가 많다. 선한 자를 압제하고 악한 자를 두둔하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들이다.

권세자가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면 스스로 하나님께 대항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선지자를 거짓 선지자로 규정하는 것처럼, 거짓 정부 역시 더 이상 하나님이 부여하신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인정할 수 없다.

이런 권력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데 동참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우리는 권세자가 불의한 자로 전락할 때 그에게 저항하고, 더 나아가 권세자를 끌어내려야 하는 책임까지 있다.

이것은 이미 종교개혁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신학자들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칼빈은 정부가 합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는 국민들이 순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복종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만약 통치자가 독재자가 되어서 포악하고 방자하게 행하면서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할 경우에는 백성들이 항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이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작성의 기초 위원으로 활동한 사무엘 러더포드 역시 이렇게 말했다. “모든 폭정은 마귀에게서 온 것이며,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께 저항하는 것이다. 통치자는 조건부로 권력을 얻은 것이므로 그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그 권력을 국민이 빼앗을 수가 있다.”

국가와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분명하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사회의 모습이다. “나 여호와는 정의를 사랑하며 불의의 강탈을 미워한다.”(사 61:8) 기독교인도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공유한다. 그래서 불의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자에게 저항하는 소극적인 행동과 더불어 정의가 이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써야 한다.

이제 우리 앞에는 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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