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훈련, 숫자보다 내적 성장 집중하자”

급변하는 선교환경 불구, 전문성 부족과 커리큘럼 낙후·훈련생 감소 등 과제 여전
엄주연 목사 “전인적 프로그램 필요…선교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커리큘럼 개발해야”

▲ GMTC 원목 엄주연 목사가 2월 21일 선교단체 훈련담당자 간담회에서 선교훈련 사례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KWMA 훈련분과위원회가 주최했다.

한국교회 선교훈련은 40여 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동진 박사가 세운 동서선교연구개발원(1973)을 시작으로 여러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들이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교사를 양성해 왔다. 대표적으로 (사)한국해외선교회 한국선교훈련원(GMTC)는 1986년에 세워져 지금까지 1700여 명의 선교사를 배출했다. 1998년 설립된 총회세계선교회(GMS)는 벌써 제93기 GMTI 정규과정 훈련을 맞고 있다.

40여 년 동안 한국교회 선교훈련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단체들마다 독자적인 훈련시스템도 갖추고 선교사들을 양성해 왔다.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교회들의 인식도 바뀌어, 이제는 대부분 선교사를 파송하기에 앞서 선교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교회 선교훈련은 훈련 커리큘럼 낙후, 훈련생 감소 등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GMTC 원목 엄주연 목사는 먼저 “선교훈련도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적 성장이 필요한 때”라며 선교계의 인식 개선을 제안했다. 선교훈련단체들이 몇 명을 훈련시켰는지에 앞서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엄 목사는 구체적으로 ‘전인적인 선교훈련’ ‘전 가족 훈련’ ‘전 생애 훈련’을 현 시점에서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영적, 인격, 가정, 사역 등 모든 분야에서 균형 잡힌 선교사가 배출되고, 온 가족이 평생 동안 성장하고 성숙해갈 수 있도록 하는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엄 목사는 이와 함께 선교 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이른바 ‘결과 중심의 훈련 커리큘럼’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교 현장이 어떤 선교사를 요구하는지, 세계교회가 한국 선교사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한국 선교사들이 그동안 보여준 시행착오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돌아보고, 현장의 필요에 맞는 훈련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 목사는 덧붙여 “선교훈련단체들이 이 부분을 서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선교훈련생 감소도 단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8개월 집중 해외 공동체훈련으로 유명한 바울선교회 훈련원의 경우 매 기수마다 15명 이상이던 훈련생 숫자가 차츰 감소해, 2005년에는 15명 이하로 떨어졌고, 급기야 2105년부터는 한 자리 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바울선교회 국내훈련원장 양용순 목사는 “다른 단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작 훈련받을 선교사 지원자가 줄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선교훈련 효과를 높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교훈련 사역자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선교훈련은 다른 사역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많은 경우 훈련 교육이나 경험이 없는데도 단지 시니어라는 이유로 선교훈련 사역자로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선교훈련단체는 수십년 역사를 가지고 있어도, 선교훈련에 있어서는 축적된 노하우나 경험이 없고, 매년 새롭게 선교훈련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엄주연 목사는 “GMTC의 경우 잠재적인 훈련사역자를 염두에 두고 현장에서 10년 동안 도와주고 기다린 다음, 훈련원에 들어와 4년 동안 견습기간을 갖게 하고, 15년째 실제 사역을 하게 한다”며 “훈련사역자들을 귀하게 여기고 훈련사역자를 육성하는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목사는 또 훈련 사역자들의 각성도 강조했다. 엄 목사는 “선교 환경이 급변하고, 시대에 부합하는 선교사도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만 방심하면 과거에 부합하는 선교훈련을 할 수도 있다”며 훈련 사역자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시대를 주도해가는 선교사들을 육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 선교사들의 약점인 ‘연합’을 강화하기 위해 선교훈련 단계부터 선교훈련생들의 연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조용중 사무총장은 “1∼2주라도 훈련을 함께 받으면, 선교지에 나가서도 같은 한국 선교사라는 동지의식을 갖게 된다”며 선교훈련단체들이 선교사 연합훈련을 고민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선교훈련단체 사역자들은 최근 KWMA 훈련분과위원회(위원장:이용웅 선교사)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각 단체별 선교훈련 사역을 나누고,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선교훈련 사역자가 선교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며 “사역자들이 고민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바람직한 선교훈련 모델을 배우고 개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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