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수 장로(대구동산교회)

▲ 고동수 장로(대구동산교회 원로)

“장로님 연말에 은퇴하시고 나면 쉬지 마시고 교회에 무슨 일을 해야지요?” 성지순례도 같이 가고 가끔 대화를 나누는 한 장로님의 질문이다.

“은퇴하고 나서 아내와 같이 노방 전도를 하면 어떨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라고 하니 그러시면 그 때까지 기다릴 것 뭐 있냐고 하여, 뜻이 있는 몇 분과 같이 전도 계획을 세워 ‘동산교회 두발로 전도대’란 이름으로 전도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 때가 2013년 봄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식혜와 팥빙수를, 가을부터는 현장에서 호떡을 만들어 하루 150~200여명에게 “예수믿고 천국 갑시다”라고 전하고 있다.

37살이란 서리집사가 신앙이 성숙되지도 않은 열정만 넘치던 철부지 나이에 장로로 임직 받아 34년여 간 섬기다가 은퇴한지 4년이 지나간다. 누구나 내가 장로가 된다면 “성도들을 잘 섬기고 낮은 자세로 인정해 주는 신실한 종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자신을 던져서라도 교회를 바르게 섬겨야지 하는 생각은 바로 현실과 기득권이라는 ‘유라굴로’와 같은 광풍에 부서지고 만다는 것을 알리가 없다. 사실 은퇴 후에 장로가 섬기는 교회를 위하여 할 일이 그리 많지가 않다. 그리고 은퇴한 장로가 은퇴 후에 여러 가지의 명목으로 신분을 유지하며 교회 일에 나서거나 끼어들어 어려움을 겪게 하는 교회 소식도 간간히 들려온다.

장로는 섬기는 교회에서 현금은 만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으로 삼아왔다. 가능하면 자기 사업과 관련된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자기나 교회나 두루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은퇴 전에 선임장로를 내려놓는 것이 후배 장로님들을 위해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반년 전부터 은퇴하는 날까지 당회실에는 물론 정기당회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아쉬움과 감회도 있었지만 잘 한 것이라 생각되어 후회는 없었다.

은퇴 후 돌아보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나님은 직분과는 구별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당신의 피로 값 주고 사신 몸 된 교회를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사랑하셔서 필요한 종들을 들어 사용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신다.

교회 직분으로 따진다면 장로는 과연 몇 달란트에 해당할까? 성경에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자기에게 맡기신 주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이유와 핑계와 불평에만 관심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모두가 다섯 달란트 아니면 두 달란트를 바라지만, 한 달란트라면 무익한 종이거나 부족한 종으로 여긴다. 한 달란트의 가치가 금으로는 34kg(30억 원) 정도이고, 이는 노동자가 20여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할 돈이라고 한다. 그런 한 달란트의 가치를 모르고 34여년의 긴 세월에 장로로서 주님의 주님 일을 한다고 보낸 세월들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수님께서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을 책망한 것도 그의 받은 사명이 얼마나 크고 귀한 것인지를 모르고 남이 받은 달란트만 비교하여 주인의 뜻을 거스른 게으른 종이기에 책망 받은 것이 아닌가?

오늘 한국교회가 사회의 지탄거리가 되고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는 많은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장로님들이 섬기는 교회에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로님들이 교회에서 바로 서면 교회가 다시 바로 서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 초기의 장로님들은 지역의 존경받는 직분이었다. 오늘 한국교회의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장로가 관련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호흡을 멈추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께 이 땅에 모든 장로들이 후회하지 않는 신실하고 존경받는 장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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