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목사(주필)

A.D. 595년 영국 역사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7개국 중 하나인 켄트왕국에 장차 영국의 국교가 될 기독교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기를 만든 인물이 중세의 대교황으로 칭송되는 그레고리였다. 당시 이태리 로마 시장에서는 노예들이 팔리고 있었다. 당시 교황은 앵글족 노예소년들을 보면서 “너희들은 앵글(야만)이 아니라 엥겔(천사)같구나(Non angli sed angeli sunt)”라고 했다. 이후 그레고리 교황은 수도사인 켄터베리의 어거스틴(Augustine of Canterbary, 604)을 선교사로 파송한다.

597년 선교사 어거스틴은 노예출신의 앵글족 청년들과 동료 수도사 40명을 이끌고 도버해협을 건넌다. 그리고 켄트왕국의 수도 켄터베리에서 국왕 에델버트(Ethelbert)왕을 만난다. 그리고 어거스틴은 자신들을 관대하게 대하는 왕에게 예수를 전하였다. 에델버트왕은 이들에게 포교의 자유를 준다. 이런 일들이 있게 된 배경에는 이미 기독교 신자로 프랑크 왕국의 공주였던 왕후 버르타(Bertha)왕비 때문이었다. 이곳으로 시집을 올 때 사제를 대동했던 버르타 왕후는 켄터베리 중앙에 성마르틴 성당을 지어놓고 예배하고 있던 독실한 신자였다. 597년 에설버트왕은 세례를 받고 영국 역사상 첫 개종자 군주가 된다.

어거스틴의 선교는 크게 성공하여 켄터베리 대성당을 건축하면서 영국의 첫 대주교가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중대성 때문에 켄터베리 대성당은 영국 역사와 교회의 중심지가 되었고, 켄터베리 대주교가 영국교회의 상징이 된 것이다. 어거스틴과 그의 일행들은 켄트에서 북상하면서 앵글족과 색슨족을 선교하였고 수백 개의 교회와 수도원을 세워 나갔다. 야만족의 대표인 앵글족이 기독교화 되면서 영국의 암흑시대는 그 막을 내렸고, 문명화의 진행은 오늘의 영국을 신사의 나라라는 별칭을 얻게 했다.

731년 기독교의 나라 영국에는 고대 영국사가 씌여진다. 수도사 베데(Bede)에 의해서였다. ‘잉글랜드의 교회사’란 제목의 이 책에서 베데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역사를 구분하는 A.D. (Anno Domini)를 사용한다. 바로 베데의 이 저술이 기원전과 기원후의 기준으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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