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 순천 대대교회 노인대학에서 가진 소풍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진심의 지역 섬김, 사랑으로 돌아오다
대대교회 노인대학·도서관 사역 큰 호응, ‘지역사회 유익한 공간’ 인정받아

대대교회는 금년 설립 91주년을 맞았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할 이야기도 많다. 지난번 이야기에는 대대교회와 순천만이 연관된 부분만 언급했다. 이번에는 대대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걸어왔던 이야기에 대하여 써보려고 한다.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먼저 많은 지역민들을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낸 일이다. 1948년 10월에 일어난 여순사건이 종료된 후, 이 사건에 부역을 했던 좌익계열 시민들을 골라내 처형하기 위해 지역 초등학교에 지역민들을 다 모았다. 평소 나쁜 관계를 가졌던 이웃들을 향해 손가락질만 해도 처형하던 때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긴박한 순간, 당시 대대교회를 담임하던 서재신 목사께서 진압군 부대장에게 ‘우리 마을 주민들 중에는 단 한 명의 부역자도 없거니와, 있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으니 주민들을 돌려보내라’하여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성경구락부를 만들어 지역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일이다. 성경구락부는 점차 발전되어 나중에는 대신중학교로 성장했고, 많은 목회자를 배출하는 산실이 되었다. 대대교회 성경구락부가 배출한 30명 넘는 목회자들 중에는 동은교회 김양수 목사, 증경총회장 김삼봉 목사, 총신대학원장을 지낸 서철원 박사, 월간목회사 박종구 목사, 개혁측 총회장을 역임한 김상곤 목사, 고신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조재태 목사 등 출중한 신앙의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또한 사회 지도자들도 여럿 양성함으로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 대대교회가 운영하는 도사지역아동센터 표지판.

마을에 교회를 세우거나 예배당을 지을 때 저항을 받는 것은 교회가 지역사회에 보탬이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대교회가 초창기부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참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무관심한 목회 스타일을 가진 분들이 부임을 하거나, 뜻은 있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음으로 교회와 지역사회가 단절되었던 때가 있었다. 보수적인 교단 특성상 개인 구원에만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부분도 있었다. 그저 예배당 안에 머물며 교인들끼리 게토를 이루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한 동안 이어졌다.

점차 세월이 지나는 동안 교회도 부흥하고 지역사회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새롭게 시작한 일이 노인대학이었다. 마을에 노인들이 많다는데 착안하여 2005년 무렵 시도해본 일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수 년 간 지역사회를 돌보지 못했던 일들을 단번에 상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노인대학에 주민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0년에 걸쳐 300명의 주민들이 학생으로 등록해 수강하고 졸업했다. 졸업식에는 순천시장과 여러 기관장들이 상을 제정해 각각 상장과 선물을 준비해 주었고, 시장이 직접 참석하여 시상했다. 당시만 해도 도시 대형교회들 가운데서나 드문드문 시도하던 일인데, 농촌교회에서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일은 인근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지금도 흔한 사례가 아니다.

이로써 우리 교회 노인대학 소문이 주변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훗날 순천시 34개 읍면동에 노인대학이 설치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노인대학 운영노하우를 시청 소속 모든 복지공무원과 노인대학장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뿐 아니라 노인대학을 통해 관내의 대학교, 병원, 푸드뱅크, 농협, 마을부녀회 등과 결연을 맺음으로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결국 대대교회 노인대학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위상을 확고하게 했다.

▲ 순천 대대교회 노인대학에서 졸업식이 진행되는 모습.

노인대학보다 1년 앞서 시작한 도서관 역시 지역사회를 섬기는 또 하나의 몸짓이었다. 마을에 아이들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인근 초등학교는 폐교를 논하던 시절이었다. 그럴수록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며 고집 피우듯이 설립을 시도했다. 교회에 공간이 있으니 서가와 책만 있으면 되었다. 교회 예산을 세워 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법이어서, 교회에는 기도를 부탁하고 지켜만 봐주시라 하고 혼자 시작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이다. 서가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직접 만들었고, 책을 마련하는 일은 더욱 쉬웠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도서관이 걸음마를 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났다.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결려왔다. 도서관 설립 지원 공모사업이 있으니 응모해 보라는 것이었다. 때마침 우리 시는 ‘도서관 도시’를 표방하고 도서관 설립을 장려하는 중이었다. 도서관 설립에는 운영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 교회는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공간도 있고, 봉사자도 많아 모든 준비를 갖춘 교회가 응모하였으니 여부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교회 도서관은 1만여 권의 도서를 갖추었고, 도서관을 매개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 사랑방 노릇도 하고, 때론 주민들 대상으로 환경강좌를 열기도 한다. 천연비누와 화장품 그리고 생활소품도 만든다. 자녀교육 강좌와 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악기교실을 운영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 대대교회가 운영하는 도사지역아동센터 표지판.

교회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서도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대부분 농촌마을들이 그렇듯이 우리 마을에도 조손가정과 다문화가정이 적지 않다. 방과 후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은 물론, 부실한 학습을 보충해주며 큰 유익을 끼치고 있다. 12년 째 계속해오는 일인데 마을사람들은 ‘교회가 마을 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다’며 감사해 한다. 마을에 교회가 있어 정말 좋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 외에도 성도 30여 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기관을 만들어 순천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하고 제도권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봉사업무는 반찬 나눔이다. 마을 20여 가정에 매주 1회 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고 안부도 묻는다. 우리 마을의 사각지대는 교회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있다. 그밖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활동을 규칙적으로 수행한다. 교회에는 예배의 의무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있다. 따라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을 당연한 책임으로 여겨야 한다. 마을과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도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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