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회복 MK, 자부심으로 다시 서다

22개국서 자란 청년·대학생 선교사 자녀 60여 명, 어려움 나누며 비전 키워

▲ VMK 수련회에 참석한 선교사 자녀들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다. 수련회 참석자들은 느헤미야를 함께 묵상하며 자신에게 회복돼야 할 부분들이 무엇인지 진단했다.

“솔직히 한국은 낯선 나라에요. 저한테는 파키스탄이 고향이고 한국은 방학 때만 오는 나라였어요.”
“한국 대학생활에 대한 염려가 컸어요. 가뜩이나 한국말도 서툰데 술 문화나 선후배 관계 같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었어요.”

선교사자녀(MK)로 자라나 이제는 비전을 품고 하나님나라 일꾼으로 살기를 소망하는 청년·대학생들이 있다. 이름하여 VMK(Vision MK)다. 2월 13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 광주 진새골사랑의집에서 GMS-VMK 겨울수련회가 열렸다. 수련회에는 전 세계 22개국에서 자란 청년·대학생MK 60여 명이 참석해 함께 예배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구했다.

이번 수련회 주제는 ‘Restore’(회복)이었다. 느헤미야가 무너진 성벽을 재건했듯, 참석자들은 수련회 기간 동안 느헤미야를 함께 묵상하며 자신의 삶 속에 무너진 성벽을 말씀과 기도를 통해 재건해갔다. 수련회를 주관한 오준혁 VMK 대표간사는 “지난 한 해 한국 사회가 많이 힘들었고, 한국교회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안타까운 점이다. 느헤미야를 함께 읽고 말씀을 들으면서 자신을 회복하고, 한국교회를 회복하는 소망을 갖자는 생각이었다”고 주제 배경을 설명했다.

▲ 참석자들이 자기존중감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수련회는 모든 프로그램이 ‘Restore’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느헤미야를 본문으로 아침예배부터 조별나눔, 저녁집회, 기도회 등을 함께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비전을 찾았다. 말라위와 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임건희 군(GMS 임중식·김미경 선교사)은 “외적으로 회복해야 할 것도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가장 중요할 것 같고, 수련회가 그런 회복이 시간이 되고 하나님께 더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련회 둘째날과 셋째날 오전에는 ‘미디어 중독’과 ‘캠퍼스 이단’이란 제목으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둘째날 토크콘서트 강사로 나선 이형초 대표(감사와기쁨 심리상담센터)는 “게임업계는 수천억을 들여 게임을 만들면서 소비자가 그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몰입도를 높인다. 게임을 하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다”고 미디어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대표는 또 올바른 자기존중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사랑스런 자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지혜, 말씀에 따라 내 삶을 정결하게 거룩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수련회는 같은 MK라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 대학에 입학하게 된 김혜림 양(GMS 김인영·이현혜 선교사)은 “어린 시절 선교지 로컬학교를 다닐 때 갑작스런 변화에 어려움이 많았고 상처를 받은 일도 많았다”며 “부모님을 떠나 한국에서 혼자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이 적잖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임건희 군은 대학에 진학하는 후배MK들에게 “너무 많이 생각하고 염려하기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는 게 마음도 편하고 낫다”고 조언했다.

그 외에도 참석자들은 학비 조달, 거주 문제, 교우 관계, 문화 충격 등 대학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나누고 조언을 들었다. 오준혁 대표간사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잘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MK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도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며 MK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숨은 어려움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수련회는 MK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 비전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학 3학년에 올라가는 정미혜 양(GMS 정정옥·곽현숙 선교사)은 “MK로 해외에서 다양한 다른 문화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게 됐다”고 MK로서의 자부심과 감사를 표현했다.

참석자들은 특별히 자신들이 중요한 선교사 자원임을 기억하고, 어떤 위치에 서게 되든 선교사의 마음으로 살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더불어 MK들이 더 효과적으로 준비되고 비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줄 것을 기대했다.

오준혁 대표간사는 “MK보다 더 좋은 선교자원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MK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너는 선교사 자녀이기 때문에 선교사가 되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그동안 받은 상처들을 싸매고 위로해주면 좋겠다. MK가 다음 세대 선교사로 설 수 있도록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