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목사 (빛과진리교회)

▲ 김명진 목사(빛과진리교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더니 최근에는 태극기 집회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각자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모이기를 힘쓰는’ 어지러운 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본분을 다하여 사람들의 칭송을 들어야 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제법 큰 교회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적막감이 흘렀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도 없고, 교회에 출입하는 교인도 보이질 않았다. 오늘날 모든 교회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히브리서 10장 24~25절의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는 말씀이 자꾸 오버랩 되었다.

교회들이 그 날이 가까울수록 도리어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회가 30~40년 뒤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아무리 힘 있는 말씀과 신령한 예배로 돌아가자고 외쳐도,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이 있으면 잘 차려진 잔칫상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교회가 가장 부흥했다고 하는 1970~1980년대 좀 과장한다면, 교회는 떡을 떼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독서실이기도 했으며, 공연장과 카페이기도 했다. 당시 청년 시절을 보내던 필자는 일주일에 적어도 3~4일은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작금의 교회들은 어떤가.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예배로 충분하다고 하지 않는가. 지인 목사님은 일주일 중 평일에 한 시간씩 5주만 모이자고 해도 성도들이 부담스러워 한단다. 심지어 어느 교회는 청년들이 주일, 그것도 오후에 딱 한 번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교인의 편의를 위해 예배를 폐하고 모이기를 폐하는 것이 정상인가. 교회가 오히려 ‘선데이 크리스천’을 양성하지 않나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본받아야 하고 또 모델로 삼아야 하는 교회의 모습을 성경에서 찾아보자. 사도행전 2장 44~47절을 보면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라고 했다.

당시 초대교회 교인들은 서로 물건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었다. 놀라운 것은 오늘날 전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썼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전에 모이기에만 힘을 쏟았던 것이 아니다. 집마다 서로서로 모여서 한 가족처럼 떡을 떼고 음식을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찬양을 하고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그 결과 구원받는 사람을 주께서 날마다 더하게 하셨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최고의 아름다운 목표는 맏아들을 닮게 하려는 것이다(롬 8:29). 그 맏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애 기간 동안 제자들과 날마다 함께 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주님은 어디를 가시든지 제자들과 함께 하셨다. 떡을 뗄 때에도, 병자를 고치실 때에도, 심지어 변화산에 올라가실 때에도 함께 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목회자들은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에 물들어있지 않은가. 어쩌면 한국 교회의 가장 큰 중병은 바로 흩어지기에 힘쓰는, 모이기를 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이기를 폐하면 성령의 역사도 없고, 하나님의 임재도 없다. 찬송이 그치고 기도가 메마른다. 기쁨이 없고 무미건조한 교회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따라서 목회자를 비롯하여 성도 모두가 먼저 모이기를 힘써야 한다. 교회가 구체적인 삶의 구심점이 되어서 날마다 모여도 지겹지 않고 즐겁게 함께 하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모이기에 힘쓰면, 교회는 말씀 배움터가 되고 서로 떡을 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즐거운 카페가 되고 공유와 나눔의 공간이 된다.

만약 모이기에 힘쓰지 않으면, 현대 한국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교회와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교회는 앞으로 오직 주일 예배만을 목적으로 하는 성경적이지 못한 모습을 유산으로 남기게 될지 모른다.

교회는 성도가 외면하고 찾지 않는 공간이 된다면 장차 누가 교회를 차지하겠는가. 이미 그 유물은 서구 교회가 보여줬다. 모이기를 폐한 결과, 유럽 교회는 선술집으로 변하고 이슬람 사원으로 팔려 나갔다. 더 이상 교회의 기능이 아니라 관광지로 변질된 유럽 교회의 역사를 우리가 따라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연 현대 한국 교회가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을 벗어나 날마다 교회가 생활의 구심점이 되도록 할 수 있을까. 목회자와 교회 중진들이 먼저 마음을 새롭게 하여 모여서 교회를 날마다 모이고 싶은 즐거운 예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