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열 교수(총신대, 총체적복음연구소장)

▲ 김광열 교수(총신대·총체적복음연구소장)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박 대통령 탄핵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국민의 흐름을 파악한 정치권도 그에 발맞춰서 대선 준비에 분주하다. 이제는 국민들이, 그리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분주해야 할 차례이다.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들이 국정운영을 잘못했다면,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인 우리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정치권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더 꼼꼼하게 그리고 성경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곤 한다. 이제 또 다시 우리는 시험대 앞에 서있다.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대선 정국 속에서 우리는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주께서 허락하신 복음의 총체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인은 영혼구원과 교회부흥과 함께, 사회적 회복을 위한 사명도 있다. 우리는 천국입성을 위해 개인적인 영적 훈련에 집중하는 일과 함께, 우리의 지역사회 그리고 조국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음을 확인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일도 사명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과 지역사회를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의 통치 아래 있도록 하는 방법들 중의 하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비유는 강도 만난 이웃들을 돌보며 치유하고 섬기는 일이 신자의 사명임을 가르쳐준다. 또 다른 방법은 섬김과 사랑의 봉사가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강도가 출몰하는 지역에 CCTV 등을 설치하거나 경찰 등을 배치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이런 일들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곧 이웃이 강도를 당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이런 정치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시편 82편 3절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라”는 말씀을 주해하면서, 통치자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칼빈은 정부의 역할이 꼭 필요한 사람은 약하고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했다. “부자들은 그들 서로 간에 불화가 생길 때를 제외하고는 통치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대와 부정으로 손쉬운 약탈의 대상이 되는 궁핍한 자들이 통치자들의 도움과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칼빈은 사회의 약한 자들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어떻게 성취했느냐에 따라서 정부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이런 기준들과 인간적인 제도개선으로 이뤄지는 지상의 유토피아를 넘어선다. 하나님의 나라는 종말에 주님의 재림과 함께 그 분 안에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주기도문의 내용처럼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뤄지기를 기도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분의 뜻을 이 땅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인격과 정치철학을 지닌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경적 가치관을 실천할 줄 모르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 정치인’ 보다, 차라리 성경적 가치관을 공유한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비그리스도인도 주님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흑인 노예를 당연하게 여겼던 18세기 영국, 국회의원이었던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는 신앙인의 눈으로 노예제도를 비판하고 폐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윌버포스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사회의 구조적 악을 비판하며, 믿음으로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참 신앙의 정치인이 지도자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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