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다고 한국교회가 개혁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이었던 2007년, 한국교회에 회개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한때는 올해처럼 과거의 중요한 사건을 되새기며 “몇 백주년을 맞았다”고 말하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교회의 시간 개념은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직선적 시간관’인데, 불교의 윤회처럼 환원적(원형적) 시간관으로 100주년 200주년 5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치부했다. 당시의 사건과 역사를 되새기며 하나라도 배우면 다행이라고 웃었다.

2017년 새해 첫 달 내내, 취재현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 1월 내내 만난 목사님들은 부흥과 성장과 교회개혁을 말하지 않았다.

“요즘 복음 안에서 목회를 한다는 의미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가 말씀 안에서 생각하고 살아가려 노력하지 않았음을 회개하고 있습니다. 목사가 이런데 성도들에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목회는 하나님을 의지해서 성도를 섬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연이어 만나는 목사님들마다 이렇게 말했다. 가슴이 뛰었다. 하나님께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에 개혁의 은혜를 주려고 하시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새해에 만난 목사님들은 모두 15년 이상 목회를 하셨다. 15년 넘게 목회를 하시면서 늘 이런 고민과 생각을 하셨다고 말했다. 복음과 말씀과 사명을 향한 생각과 다짐이 변질되지 않도록 성경을 보고 기도하고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런 목사님을 만나지 못한 것은 기자로서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이런 목사님들이 곳곳에서 이름 알리기를 거부하며 목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새해에 이 목사님들을 만나게 하신 것에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위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혁을 준비하고 계심을 깨닫게 하신 것에 감사했다. 그래서 올해가 아닐지라도, 개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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