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앙 본질과 가치 실현에 앞장서다

1984년 창립, 칼빈주의 사상 연구 통해 교회 공헌 진력 … ‘씨스토리’운동으로 사역 박차

▲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을 방문한 총회역사위원들에게 정성구 원장이 칼빈주의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종교개혁’이라는 단어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6세기 개혁자들은 교회를 개혁한 것이지, 종교를 개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Re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일본인들이 ‘종교개혁’으로 표현한 걸 그대로 답습할 게 아니라 ‘교회개혁’이라는 정확한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원장 정성구 목사는 2017년 벽두를 바쁘게 시작했다. 개신교계 전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테마로 2017년을 떠들썩하게 맞이한 가운데, 그를 찾는 강연과 대담 요청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정 목사는 이를 차분히 받아들이고 있다. 화려한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칼빈주의 정신을 정확하게 계승하고 이 시대에 구현하는 작업이 소중하다고 여기며 종교개혁의 용어문제를 비롯해 그간 꾸준히 집중해 온 과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과제들 중 하나가 칼빈과 그 후예들의 신학적 유산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요한 칼빈의 라틴어 성경-창세기>와 <아브라함 카이퍼-생애와 신학>(영문판)을 잇달아 출간하는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국내외 신학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올 봄 개관하는 총회역사관에 기증할 유물 수백 점의 설명태그를 손수 일일이 작성하는 수개월간의 작업을 얼마 전에 끝마쳤고, 분당중앙교회와 울산대암교회에서 신앙강연, 방송 잡지 등에서의 쏟아지는 인터뷰 등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믿기잖게 왕성한 일정을 소화해내는 중이다.

그 바탕에는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을 창립하며 정성구 목사가 수십 년간 다져온 연구성과와 막대한 수집품들, 그리고 세계석학들과의 교류 등 유무형의 수많은 자산들이 존재한다. 어떤 주제를 들이대더라도 막힘없이 풀어낼 수 있는 정 목사만의 내공이 거기에서 형성됐다.

▲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센터 전경.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은 정 목사가 1984년 7월 10일 창립한 순수 학문연구기관이다. 요한 칼빈과 그 후학들이 이룩한 칼빈주의 사상을 연구 발전시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공헌하자는 취지로 세워졌으며, 네덜란드 ‘프로테스탄트자료센터’,  미국 ‘칼빈주의연구를 위한 H. Meeter센터’, 남아공의 ‘칼빈주의연구회’ 등과 교류하고 있다.

특히 칼빈주의 사상과 관련된 자료수집과 연구 발표, 다양한 저작물 발간과 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개혁주의자들의 신학과 면면을 소개하는 일에 힘써왔다. 16세기에 인쇄된 폴리캅 어거스틴 등 초대 교부들의 원전, 칼빈 및 칼빈주의 사상 도서와 논문, 한국교회사료 등 1만여 종의 자료를 보유한 칼빈박물관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구원 건물에 개설해 운영 중이다.

“칼빈주의 사상을 연구하기 원하는 이들을 도울 뿐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뿌리를 확인하고 더욱 깊은 학문적 도약을 통해 세계 속에 한국교회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원을 창설했습니다”라고 정 원장은 설명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로부터 깊은 관심을 받으며 수많은 방문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교파를 초월한 신학도들의 견학 및 답사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해 교단 내의 관심과 협력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뜻깊은 사역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씨스토리(CSTORY)운동이다. 매주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이 모임에는 학자 목회자 외에 정치인 예술가 방송인 의사 기업인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업군의 기독인들이 참여해, 김밥 하나로 끼니를 채운 후 기독교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발제와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과거 신학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칼빈주의 운동을 각계각층의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천해나간다는 것이다. 각자의 삶과 직업이 그대로 소명이 되며, 개혁주의 신앙을 실현하는 장이 된다. 그래서 이 운동의 앞글자 C는 그리스도(Christ) 교회(Church) 칼빈주의(Calvinism) 소명(Calling) 등 다양하고도 종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개혁주의자들의 부르짖음이 이 땅 곳곳에서, 수많은 영역에서 구현될 때 세상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떠올리면 씨스토리운동 총재를 맡고 있는 정성구 원장의 심장은 다시 청년 시절처럼 힘차게 뛴다.

“제 이름을 이야기하면 헌 책을 많이 모은 영감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칼빈주의에 ‘예정론’이 전부가 아니듯이, 한국칼빈주의연구원과 씨스토리운동을 통해 제가 지향하는 사역도 책 속에 갇힌 이론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시대에 강단의 회복, 진리의 회복, 양심의 회복이 이루어지도록 언제나 젊음의 열정으로 섬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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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역사관에 선물하다

역사 유물 90% 기증, 자랑스런 신앙사 회복 도와

▲ 칼빈박물관에 전시된 장로교회와 총회 역사 관련 유물들. 이들 중 상당수가 총회역사관에 기증된다.

올 봄 개관하는 총회역사관에는 총회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하는 문서자료들 외에도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돋보이는 유물 수백 점이 함께 전시된다. 그 중 90% 가량은 한국칼빈주의연구원에서 기증한 세계장로교회사와 총회역사 관련 유물들이다.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이 운영해 온 칼빈박물관에서 총회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유물들 가운데는 5세기에 제작된 두루마리 형태의 구약성경 알렉산드리아사본, 1536년에 출판된 칼빈의 <기독교강요> 초판, 1755년에 제작된 흠정역(KJV) 성경 제15판, 1889년 아브라함 카이퍼가 주해하고 칼빈의 일대기를 추가한 화란어판 기독교강요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총회역사관에 전시되는 의의에 대해 정성구 원장은 우리 총회를 태동시킨 뿌리에서부터 오늘까지를 잇는 신학적·역사적 줄기를 살피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례로 알렉산드리아사본은 개혁신학의 모토인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는 이념을 표현하고자 전시실 입구를 장식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역사와 관련한 유물로는 1920년대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만주와 몽골에 선교사역을 계획하며 제작한 지도, 일제가 강요한 궁성요배를 한국교회가 예배에 도입한 증거자료, 예장통합과의 분열 당시 비화가 담긴 기록 등 한국교회의 영욕을 담은 희귀사료들이 눈에 띈다.
또한 역대 총회장 휘호와 이력서, 기독신문사와 총신대학교 출범에 관련된 자료, 신학계의 거두인 박윤선 박형룡 박사 등의 친필문서 등도 등장한다.

숫자로 보아서는 칼빈박물관이 소장해온 1만여 종의 자료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각 기증품 하나하나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가치가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정성구 원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공들여 보존해온 유물들 중 진수를 총회역사관에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이들에 비해 가치가 뒤지지 않는 다른 유물들을 총신대학교에 기증하기로 한 오래전의 약속 또한 조만간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 생애에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것들을 총회에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아무 대가없이 기증에 나섭니다. 앞으로 총회역사관을 관람하실 때 급하게 훑듯 지나치지 마시고, 유물들을 꼼꼼히 살피며 그 의미와 가치들을 함께 느끼신다면 기증자로서 적잖은 보람이 되겠습니다.”

정성구 원장은 지난해 7월 총회역사위원회(위원장:김정훈 목사)와 유물기증 협약을 체결한 후, 5개월 넘게 총회역사관에 기증할 물품의 목록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각 자료들에 대한 설명 태그를 제작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차후 유물관리 등에 관한 공증작업과 함께 총회역사관에 대한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의 기증 절차를 밟으면 사실상 마무리된다. 그리고 기증유물들의 자세한 면면은 총회역사관 개관과 함께 발간될 전시도록에 소개될 예정이다.

총회역사관설치소위원회 위원장인 박창식 목사는 “개관할 총회역사관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어느 교단 역사관과 비교해도 훨씬 빼어난 품격을 갖출 수 있게 된 데는 정성구 원장님의 기증품들이 막대한 역할을 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정성구 목사가 한국칼빈주의연구원과 칼빈박물관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성구 목사는 1941년 생으로 건국대 영문학과와 총신신대원을 졸업한 후 네덜란드 브리제대학에서 독투란두스과정을 밟고, 미국 화이트필드 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제네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헝가리 데브레첸개혁신학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총신대학교회 담임목사로 시작한 총신대에서의 경력은 교목실장 실천실장에 이어 학장과 총장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이후 대신대 총장과 칼빈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칼빈학회장을 지냈으며, 샘내장로교회에서 목회하기도 했다. 현재는 총신대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특히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을 지내면서 칼빈박물관을 세워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전파하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고, 이와 관련해 각계에서 활동하는 기독교인들과 함께 칼빈주의 C-Story운동을 창립해 총재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과 삶> <교회의 개혁자 칼빈> <개혁주의 인명사전> 등 80여종이 있고, <현암 정성구 박사 전집> 30권이 발간되기도 했다. 전도사 시절 ‘칼빈주의 5대교리 강해’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고, 총신 재학 시절 <로고스> 편집장과 <신학지남> 편집장 등을 지낸 이력 등이 신학적 글쓰기에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최근에는 <요한 칼빈의 라틴어 성경-창세기>를 펴내 국제신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1999년에 발표한 자작시 ‘은총의 포로’는 찬송가 281장에 ‘요나처럼 순종 않고’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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