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강서아이윌센터장, 중독심리학회장)

▲ 조현섭 교수
-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 강서아이윌센터장
- 심리학 박사

자녀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어 우리 센터를 찾은 부모님들께서 제일 많이 호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 성적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늦게 일어나고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가끔 ‘만약, 자녀가 중독된 상태이지만 성적이 유지되고 있다면 과연 부모님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실까?’하는 의심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중독되었을 때 나타나는 폐해와 부작용은 부모님들이 호소하는 것보다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크다.

일단 PC방에서 살다시피 하거나, 집에 와서도 밤늦게까지 게임 등에 몰입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늦잠을 자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만 나면 졸거나 엎드려 자기 일쑤이고, 만성피로감까지 생겨서 체력이 떨어지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고 해야 할 일도 못하게 된다.

거기에다 밝은 화면을 계속 바라보기 때문에 눈이 피로해져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안구건조증이 생기기도 하고,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고 화면을 바라보니 이후에는 목이 거북이 모양처럼 되기도 한다.

또한 손목이 결리는 증상이 생기고,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아 척추가 S자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생겨 서 있을 때 엉성한 자세를 취하게 되고, 허리디스크까지 생긴다. 그 외에도 한자리에만 계속 앉아있으니 소화가 되지 않아 위장장애가 생기고, 비만해지거나 심지어 다리에는 혈전이 생기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빠지게 된다.

그러나 필자가 더 걱정하는 것은 대화의 단절이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대화를 하지 않고 교류하지 않아 점차 고립되고 은둔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져 낯선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화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거기에 뇌의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능이나 사고력뿐만 아니라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현실감각이 상실되어 사소한 자극에도 예측불허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리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제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님을 구타하는 일은 큰 뉴스거리도 아니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저지르는 사건사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언제부터인가는 그리 좋아하는 것을 밤낮 가리지 않고 하면서도 기쁘지 않고, 오히려 더 우울하다.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매사가 불만이고 짜증부리고, 말도 안 듣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일상의 일이 되고, 매우 충격적일 정도로 부도덕하게 되는 등 부모님이 이해 할 수 없는 자녀로 변해간다. 자존감, 자신감도 매우 떨어져 자포자기한 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공부 안하는 것만 걱정할 때가 아니다.

따라서 자녀가 중독이 된 이후의 문제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때 부모님도 반드시 자녀와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하나님의 사랑만이 할 수 있다. 청소년 중독문제는 특정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에 출석하는 모든 교인들을 대상으로 중독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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