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 중심 수업방식, 일선 교육현장서 접목 후 높은 효과
일상서 자발적 성경공부 가능 … 전향적 도입 고려해볼 만

▲ 거꾸로학습을 도입한 구리성광교회 소년부 주일학교의 모습. 동영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학습이 이루어지기에, 공과공부 시간에는 좀 더 심화된 토론과 발표 등이 진행된다

전주대학교 경배와찬양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 등이 결코 낮지 않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바로 ‘거꾸로학습’을 통해서이다.

이 학과에서 선교신학을 가르치는 강용일 교수는 매번 강의에 앞서 학생들에게 동영상을 보낸다. 당일 학습할 내용을 짧은 영상자료에 담아, 학생들이 미리 시청을 하고 강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상은 한국어와 중국어, 두 가지 언어로 사전 제작된다.

학생들의 사전학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강의실에서는 좀 더 밀도 있고 심화된 교육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학습 총량이 늘어난 것에 다소 부담을 느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강의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며 거꾸로학습 운영체제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거꾸로학습이란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온라인 기기를 통해 교수가 제공한 영상물로 선행학습을 한 후,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이나 과제풀이를 하는 형태의 교육방식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수업방식과는 정반대로 진행한다 해서 역진행수업이라고도 부르고, 영어로는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이라고 표현한다.

전주대학교에 거꾸로학습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2학기 때부터이다. 이미 카이스트나 울산과학기술대 등에서도 도입한 사례가 있었지만, 전주대학교에서는 부설기관인 교수학습개발센터를 통해 ‘아이클래스’라는 이름하에 더 적극적으로 이 시스템을 수용했다.
대학교육만족도 1위를 목표로 삼는 학교 입장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거꾸로학습의 효용가치가 대단히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꾸로학습을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영상물 제작지원 장비와 강의 모델이 되어줄 기본 시트를 갖추어 놓고, 교수들을 상대로 창의적교수법워크숍과 개인 컨설팅을 진행하며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시작할 당시 5개에 불과했던 거꾸로학습 형태의 강좌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120개로 늘었고, 올해에는 이미 1학기에만 90과목을 거꾸로학습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고 신청한 상태이다. 교수학습개발센터 관계자는 “이미 거꾸로학습에 대한 공감대나 양적인 바탕은 충분히 형성된 만큼 앞으로는 질적 향상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주대학교에서 아이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거꾸로학습 형태의 강의 현장

전주대학교의 경우처럼 이미 많은 대학과 일선 초중고등학교, 심지어 학원이나 교육관련 업체들에서까지 거꾸로학습은 적잖이 각광받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2010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호주 등지에 거꾸로학습을 활용한 교육방식들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거꾸로학습에 대해 소개하는 3부작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관심과 인기가 열병처럼 번졌다.

구리성광교회에서 소년부를 담당하는 황성구 목사도 그 다큐멘터리를 관심 있게 지켜본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이후 몇 차례 거꾸로교육에 대해 개인적으로 연구할 기회를 가졌던 황 목사는 번뜩 이 시스템을 주일학교에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주일학교와 마찬가지로 구리성광교회에서도 주일학교 공과공부의 절대시간 확보가 골치 아픈 과제였다. 1시간 이내에 예배 찬양 광고 생일축하 등에 공과공부 시간까지 우겨넣자니 도무지 충분한 학습시간을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매주 총회 <생명의 빛> 교재에 맞춘 동영상을 제작해서 미리 개설해 둔 주일학교 학부모 밴드에 올려두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미리 영상을 보여주도록 하고, 교회에 와서는 예배설교를 통해 한 차례 복습한 후 공과공부 시간에는 선생님과 문제풀이나 토론을 통해 학습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했지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보는 영상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반응부터 보이는 아이들도 문제였고, 과연 아이들이 심화된 토론과 발표에 적응할까하는 교사들의 의구심도 극복해야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한 후부터 놀랄만한 결과들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주일학교 아이들의 학습태도는 물론, 이해력이나 적용능력 등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이다. 설교에 대한 집중도, 공과공부에서 나타나는 창의력과 자발성, 가정교육과의 연계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반응이 도출됐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서로 협력하는 문화까지 형성됐다.

황성구 목사는 “혹시 5, 6학년 수준에서만 가능한 학습방법이 아닐까하는 궁금증을 가졌는데, 김제노회 등에서 몇 차례 강의와 캠프 등에 적용해 본 결과 저학년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총회교육진흥원(원장:노재경 목사)에서도 거꾸로학습 체계를 채용해 2015년 발표한 중고등부 <생명의 빛> 과정에 ‘웹툰교재’를 도입한 바 있다. 이 교재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평일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발적 성경공부가 가능하고, 주일에 만나는 교사들은 학습 촉진자로서 역할에 집중하면 된다.

웹툰교재와 거꾸로교육에 대해 이청훈 목사는 “한정된 분반공부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성경공부를 단순한 암기 중심이 아니라 토론과 적용을 통해 학생 스스로의 것으로 체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주일학교 교육의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거꾸로학습이 한국교회 주일학교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다. 주입과 암송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한 신앙교육의 특성이라든지, 교사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중을 기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앞의 사례들에서 보았듯 장점에 대한 확신과 기대가 아직까지 훨씬 높게 나타나는 만큼, 주일학교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회들이라면 거꾸로학습을 도입하는데 있어 좀 더 진취적이고 전향적 태도를 갖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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