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강서아이윌센터장, 중독심리학회장)

▲ 조현섭 교수
-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 강서아이윌센터장
- 심리학 박사

 자녀들이 인터넷을 지나치게 사용하는지 아닌지는 지난 회에 소개한 선별도구를 이용하여 판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부모가 자녀에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대부분 알 수 있다.

필자는 2013년부터 총신대학교에서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청소년 인터넷,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고 상담하는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강서 I Will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거의 매일 같이 인터넷을 과다 사용하는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을 만난다.

필자가 만난 부모님들에게는 공통적인 하소연이 있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을 한다거나 학교에 결석하거나 아예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 ‘멍하니 앉아있다’ ‘도통 공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말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집에서 가족들과 어울려 지내기보다는 혼자 있으려고 한다’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교회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내내 졸거나 엎드려 잔다고 한다’ ‘가끔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매사를 귀찮아하고 사소한 것에도 자주 짜증을 내고 안절부절 못한다’ ‘뭔가 비밀이 있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돈을 훔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사용이나 게임을 줄이도록 했을 때 지나치게 예민해지면서 욕을 하거나 크게 화를 내고 달려드는 행동을 보인다’ ‘부모를 구타하거나 칼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 등등. 전반적으로 자녀의 행동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자녀가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의 행동에 이전에 비하여 변화가 감지되면 일단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한다. 사춘기의 증상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일단 인터넷에 많은 시간 매달려 지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달라진 자녀의 태도에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면 안 된다. 사실 우리센터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인터넷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고민을 하고, 나름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 자녀와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속상한지, 걱정이 되는지, 화가 나는지 등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녀에게 말하는 게 좋다. 이때 부모는 절대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구타는 더더욱 안 된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들어야 한다.

혹시 자녀가 아예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다그치면 안 된다. 이럴 땐 부모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 자녀의 현재 당면한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도 잘 해결되지 않으면 인터넷중독상담센터(02-2698-8275)에 연락하자. 자녀를 향한 폭언이나 구타는 오히려 부모와의 관계만을 나쁘게 하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아이가 한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가요, 자지 않고 새벽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우시면서 기도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인터넷을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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