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 필리핀 비전트립

충격의 선교현장서 감사와 행복 깨달아 … 은혜 넘친 예배와 집회는 큰 도전

▲ SCE비전트립 참가자들이 저녁부흥회에서 말씀을 들으며 영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숨이 저절로 멈췄다. 절대로 인상을 찡그리지 말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들과 인사하라는 임종웅 선교사의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좀처럼 표정이 펴지지 않았다. 역한 기운이 속에서 올라오며 자꾸 눈물이 났다.

생전 처음 보는 쓰레기마을의 풍경에 김동주군(동아교회·고 2)은 경악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쓰레기차들은 계속해서 마을 앞을 오가고, 거기 실려 있던 더미들 중에 몇 가지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옷가지로, 가재도구로, 생활용품으로 허술한 집안에 옮겨졌다.

그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다니는 꼬마들의 해맑은 모습이라니. 한국에서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은 음식과 선물을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하는 표정이라니. 김군은 “평소에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산다며 스스로 억울해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네요. 필리핀 비전트립을 통해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한다.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일대에서 진행된 총회SCE 비전트립에서 참가자들의 영혼을 울린 가장 큰 사건은 다름 아닌 톤도마을 방문이었다. 참가자들은 화려한 도심으로부터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거리에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여러분 보기에는 별 게 아닌 죽 한 사발이겠지만, 이곳 아이들에게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제대로 섭취할 수 있는 한 끼 식사입니다. 이 동네에서 화장실 한 번 가는데 드는 돈이 10페소입니다. 10페소면 이곳 아이들이 온 종일 쓰레기더미에서 폐지나 비닐을 수집해야 겨우 버는 돈이에요. 오늘 잠시 다녀가더라도, 이 마을을 이 아이들을 잊지 말고 기도해주세요.”

세계 3대 빈민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닐라 톤도마을에서 매주 목요일 ‘밥퍼’라는 이름의 무료급식 사역을 펼치고 있는 김병천 선교사의 설명을 듣던 몇몇 참가자들의 눈망울에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그 눈물은 아까 마을에 들어설 때의 눈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최우진군(은일교회)은 톤도를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힘들게 노동해야 하는 현실이, 그러면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모습이 최군에게는 꽤 커다란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 동안은 축구해설가가 되고 싶다는 조금 뜬구름 같은 꿈을 가졌었지만, 이제부터는 직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어려운 이들도 돕는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이 섰단다. 당장 귀국하는 길로 하루 한 끼씩 금식을 시작해, 모은 돈을 구호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다.

학생들 뿐 아니라 인솔자나 동행자로 나선 어른들에게도 필리핀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두 자녀와 이번 비전트립에 참가한 우경숙 집사(대구주님교회)는 자신의 지도로 학생들이 만들어낸 풍선아트 작품들이 톤도의 아이들에게 일으킨 행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쓰레기마을로 불리는 마닐라 톤도에서 아이들을 위해 풍선을 불어주고 있는 SCE비전트립 참가자들

“풍선을 받은 아이들의 얼굴이 얼마나 환해지는지,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 것까지 챙겨 가져가려는 아이들에게 풍선이 얼마나 보물 같은 존재가 되는지 지켜보면서 여행에 동참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선물을 할 기회가 또 생기면 좋겠습니다.”

선교현장을 경험하는 일 못지않게 새벽예배와 저녁부흥회를 통해 전파된 말씀이나, 필리핀의 생태와 문화를 탐방하는 일도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카누를 타고 폭포를 향해 강을 거슬러가는 즐거움이나, 나귀를 타고 화산지대를 오르는 재미 그 이상이었다.

제과제빵사가 꿈이라는 고교생 이수빈양(은일교회)은 “어려운 가정환경과 청소년 시절의 방황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종으로 섬기고 계신다는 목사님들의 간증에 깊이 감명 받았다”고 했고, 비전트립 기간 내내 찬양인도자로 섬긴 대학생 황준혁씨(초원교회)는 “은혜로운 말씀을 듣고, 아름다운 자연을 답사하면서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고3 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임윤건 목사와 단 둘이 참가한 김나라군(대양교회)은 비전트립이 여러 모로 새로운 신앙적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담임목사와 나란히 포크댄스 공연을 전체 참가자들 앞에서 선보인 일은 두고두고 추억이 될 것이라며 미소 짓는다.

“그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종종 주일예배를 소홀히 했던 일을 반성했습니다. 또한 3355플러스 학교기도운동에 대해 소개받으며 많은 도전을 받아, 앞으로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안에서 기도모임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청춘들이 타오르듯 빛난다. 필리핀은 그들에게 정금 같은 신앙을 빚어낸 풀무였다. 이제 하나님의 손에 사로잡힌 그들이 조국과 열방을 향해 복음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 미래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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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가슴에 선교비전 불 지핀 메시지들

“복음 사명에 삶을 드리십시오”

▲ SCE비전트립에서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의 사명을 일깨운 강사들.

“가장 좋은(Good) 것을 가졌다 해도 하나님(God)을 빼면 아무 것도(O)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손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O)에서라도 하나님(God)을 만난다면 여러분은 가장 좋은(Good) 것을 갖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분이 가장 기뻐하시는 복음 사명에 여러 분의 삶을 드리십시오.”(임종웅 필리핀 선교사)

“지금 인생을 남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외모나 학력 때문에 기죽지 마세요. 주님은 껍데기가 아니라 중심을 보십니다. 베드로가, 루터가 그렇게 주님의 손에 붙들려 세워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처럼 역사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여러분 중에 나오시기를 바랍니다.”(산정현 목사 김관선 목사)

“하나님나라의 통치를 받는 사람이 알곡이고, 그러지 못하면 가라지입니다. 가라지는 결국 뽑히고 맙니다. 누구든 사춘기 방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 방황을 끝내고 하나님의 통치로 돌아와야 합니다. 가라지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대구성서교회 이양수 목사)

“양은 귀가 밝아요. 목자의 음성을 잘 따라갑니다. 겁이 많은 양들도 목자가 곁에 있으면 안심하고 눕습니다. 인도자가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불안할까요? 내가 앞서가는 인생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목자이신 그분만 따라가면 우리 인생은 참 평안을 누리고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태평중앙교회 조문찬 목사)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사람은 영적 차별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난하고, 더럽고, 병든 영혼들을 가슴에 품고 울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건져주시며, 금상첨화의 인생으로 만드실 것입니다.”(동아교회 문경희 사모)

“성경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장 기억해야 할 한 마디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들과 딸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당당하게 살아가세요.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신 그분을 신뢰하며 세상을 품고 살아가세요.”(서울삼광교회 최경우 목사)

“대적 마귀는 우리에게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유혹합니다. 그 대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능력으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닙니다. 아말렉과 싸워 승리한 것은 모세도, 여호수아도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깨어 이길 수 있도록 항상 지켜주시는 하나님께 의지하며 기도해야 합니다.”(초원교회 안승주 목사)

총회SCE 필리핀 비전트립을 이끈 학생지도부장 노경수 목사(광주왕성교회)는 여섯 번의 비전트립 중 3번을 동행했다. 필리핀의 치안문제 등에 대한 우려, 대통령 탄핵과 AI 등 국내의 어수선한 상황으로 인한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행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축적된 경험과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데다, 여행에 동행하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까지 전해주신 강사진들과 학생지도부 임원들 그리고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GMS 소속 선교사님들과 교육국 직원들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 목사는 비전트립이 그간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를 거쳐 오면서 점점 체계화되고 꼭 필요한 행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행사 규모에 비해 총회 차원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홍보활동과 참가자 모집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후원금 충당과 강사 섭외에 속을 끓여야 하는 고민이 컸다고 토로한다.

“비전트립이 앞으로도 어린 학생들을 예수님의 제자로서 변화시키고 성장하도록 인도하는데 크게 쓰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행사준비에 전문성과 실효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있어야겠죠.”

끝으로 노 목사는 이번 여행에 함께 한 학생들과 인솔자들에게 애썼다는 격려와 함께, 조국교회와 세계선교를 위해 하나님께 쓰임 받는 위대한 종들로 자라기 바란다며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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