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가 칼빈 연구 풍부해질 것”

정성구 박사 “한국교회 관점의 칼빈 연구물 국제적 공유 중요하다”

위대한 개혁자 칼빈은 여러 방면에서 천재였다. 특히 27살의 나이에 라틴어로 <기독교강요>를 썼고, 히브리어와 헬라어에 통달해 성경 원문을 직접 번역해서 사용했을 정도다.

▲ 정성구 박사가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칼빈이 주석과 설교를 위해 성경 원문을 직접 라틴어로 번역한 연구서를 출간했다. 정 박사가 칼빈이 주석한 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 정성구 박사는 칼빈이 성경을 직접 번역해서 사용한 이유는 “가톨릭이 공인한 불가타 성경은 외경을 포함하고 있었고, 말씀을 변개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씀을 변개한 대표적인 사례가 마태복음 3:3이다. 불가타 성경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는 구절을 ‘고해성사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로 번역해 놓았다.

정성구 박사는 “이런 불가타 성경을 칼빈은 수용하지 않았다. 칼빈은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에 통달한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답게, 직접 히브리어 맛소라사본과 헬라어 공인역의 성경 원문을 라틴어로 번역해서 말씀을 주석하고 설교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칼빈이 번역해서 사용한 성경은 원문에 충실했고 개혁주의적이었다.

하지만 칼빈은 성경 원문을 라틴어로 번역해 사용하면서도 이를 집대성해서 ‘칼빈의 라틴어 성경’으로 편찬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칼빈을 ‘성경 주석의 대가’로 인정하고 있을 뿐, ‘뛰어난 성경 번역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성구 박사는 칼빈이 비록 성경 전체를 번역하지 않았지만, 그가 번역해 놓은 말씀들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은 계속 됐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업적은 미국의 저명한 칼빈학자 포드 루이스 베틀스 박사가 칼빈의 라틴어 작품 전체를 디지털로 저장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25년 전 미국 칼빈대학교의 리차드 웨벌스 교수가 칼빈의 성경 번역본을 한 곳에 모아 <요한 칼빈의 라틴어 성경 콘콜단스(성구사전)>를 만들었다.

▲ 한국칼빈주의연구원에서 칼빈의 라틴어 성경 중 창세기 번역본으로 출간한 (왼쪽)와 정성구 박사의 아브라함 카이퍼 관련 저작의 영문판

한국칼빈주의연구원은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아 칼빈의 성구사전을 뛰어넘는 <칼빈의 라틴어 성경>에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첫 번째로 창세기 번역본인 <The Latin Bible of John Calvin-Genesis>(사진)를 완성하고 출판했다. ‘칼빈이 직접 번역한 창세기’란 점에서 학자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박사는 “칼빈이 성경 전체를 번역하지 않아서 66권 모두를 출간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칼빈 연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칼빈 성경 출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성구 박사는 이번 작업은 칼빈 연구를 위해 해외 석학들과 교류해 온 것이 도움이 됐다며, “한국의 신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업적과 저작을 영어로 번역해서 세계 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구와 동양의 신학자들은 시각이 다르다. 한국교회의 관점에서 칼빈 연구물을 공유하는 것이 세계 개혁주의 신학과 교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신으로 정 박사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삶과 사상을 고찰한 책을 <Abraham Kuyper-His Life and Theology>(사진)로 번역해 출판했다. 고령에도 쉬지 않고 학자로서 소명을 감당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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