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 대대교회 성도들이 마을을 소개하는 자연생태해설사로 봉사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창조세계 ‘해설자’가 됩시다
마을 역사 기록하는데 주도적 역할하며 지역복음화 이야기 만들어 가야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야기꺼리가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유적지나 명승지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사는 마을 순천만에도 역시 많은 이야기꺼리들이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있는 중이다. 다만 발굴하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왜곡되거나 과장될 위험소지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지금의 목회지에서 30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 마을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고,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서 책임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시도했던 게 마을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들을 틈틈이 정리하다 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마을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나는 어딜 가든지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와 전래 설화까지도 관심 있게 듣는 버릇이 있다. 어느 마을을 방문하든지 그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이 방문자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목회자들에게는 설교를 작성하는데 직접 간접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마음을 낮추고 배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해설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실제 우리교회에서는 자연생태해설사 과정을 개설하여 20여 명의 수료자를 낸 일이 있다. 자연생태마을인 우리 동네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해설을 맡은 순간만큼은 해설자가 주도적으로 방문자들을 인도할 있고, 해설 내용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당연히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연생태를 해설하면서 은연중에라도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대해 말할 수 있다.

▲ 대대교회가 마을을 축복하며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현수막.

비신자들이 해설을 맡으면 진화론적인 해설이 불가피하다. 하나님이 만든 자연을 소재로 삼으면서, 그것을 우연의 산물로 설명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섭섭해 하실까? 연인원 300만 이상이 방문하는 순천만에서 진화론적인 해설이 이루어진다면 하나님나라를 이루는데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또 해설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큰 해로움이 된다. 그래서 기독인들이 해설사가 되어야 한다.

기독인들이 해설을 맡게 되면 허구로 입혀진 이야기들을 걸러 낼 수 있고, 미신적인 부분들도 막을 수 있다. 순천만에만 하더라도 언제부터인가 전혀 있지도 않은 이무기의 전설이 각색되어 이야기꺼리로 등장했다. 몇 년 전 어느 글쟁이의 상상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무런 여과 없이 진짜 존재해 온 이야기처럼 방문자들에게 들려지고 있는 것이다. 나쁜 의도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결국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으로 미신과 허구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인들은 마을 역사를 기술함에도 관여하는 게 좋다. 기독교인들은 그 지역의 역사를 바르게 기록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교우 중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있으면 마을 역사를 기술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좋다. 기독교 중심의 역사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라, 허황된 역사를 배제하고 건전한 역사를 기록하자는 의미다. 특히 글로 표현하는 일에 능숙한 목회자들이 앞장서면 금상첨화다. 목사가 할 일 없이 무슨 그런 일을 하느냐고 반박할 분들이 있을지 모르나 목사 또한 마을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을 역사를 쓰는 일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 평소 마을 어른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고 메모해 두었다가 하나씩 정리 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정리된 마을 이야기를 교회 웹사이트에 올려 두었다. 그랬더니 마을 사람들이 검색하고 공감도 해주고 더 정확한 사실들을 덧붙여 주기도 했다. 얼마 전 순천시에서 자연생태해설사 심화과정 강사를 맡은 향토역사학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이번 해설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수강생들에게 목사님께서 쓰신 마을 역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면 어떨까 해서요.” 여부가 있겠는가?

▲ 순천만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위해 생태해설을 하고 있는 대대교회 교우들의 모습.

구전으로만 전해오는 마을 이야기는 어른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 금방 잊히고 만다. 기억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물거리게 되어 있다. 마을 역사를 글로 기록했더니 노인 세대들은 공감해주시고 무척 고마워했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아직 반응이 없다. 지금은 마을 이야기에 흥미가 없지만 저들도 어른이 되면 반드시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어느 마을이든 자신이 사는 마을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이것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남기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 주민 중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나는 우리 마을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 마을 역사를 정리했다. 지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마을 버스승강장에 큰 글씨로 ‘God Bless You!’ 그리고 한글로 작게 ‘우리 마을을 축복하소서’라고 병기한 현수막을 걸어두었다. 한 때는 ‘God is Love’라고 쓰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정오가 되면 교회 종소리를 울리는 중이다. 종이 울릴 때마다 하나님을 생각나게 하려는 뜻에서다. 이제 교회 종소리는 우리 마을의 문화가 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경북 봉화 작은 간이역에 산타마을을 만들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는 사례처럼, 교회는 자기 마을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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