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성지순례 참가자들이 여수 일대 기독교유적지를 답사하고 있다.

신앙 뿌리 찾고 깊은 영적 도전을 받다

전국 방방곡곡 풍부한 기독교유적 …
한국교회사 이야기 따라 순례여행 떠나라

‘성지순례’라는 말이 나오면 열에 아홉은 예루살렘 베들레헴 시내산 갈릴리 같은 곳을 먼저 떠올린다. 조금 더 나아가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코스를 따라가는 소아시아 여행이나, 종교개혁 발원지를 탐방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순례여행은 꼭 외국으로만 떠나야하는 것일까?

이성필 목사(중계동 사랑의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복음 위에 세워지고, 믿음의 선진들이 흘린 땀과 피를 마시고 자란 이 땅의 교회들이 거쳐 온 역사들. 그 흔적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는 해외 순례여행 못지않게 넘치는 은혜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이다.

▲ 국내성지순례는 우리 신앙의 뿌리를 확인하며, 영적으로 깊은 도전을 받는 여행이다. 사진은 여행전문가인 이성필 목사가 카메라에 담은 경남 함안의 손양원 목사 생가.

당초 이성필 목사가 신앙순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독언론인 모임에서 활동할 당시 터키 일대의 초대교회 유적들, 독일 체코 등에 남아있는 종교개혁 유산들,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일대에 보존된 청교도의 뿌리들을 살펴보는 여행을 여러 차례 다니면서부터였다.

그러던 중 한국교회에는 세계 앞에 내놓을만한 신앙유산이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을 품게 됐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풍부한 기독교유적들이 전국에 산재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북쪽 철원에서 남쪽 마라도까지 방방곡곡의 기독교 유적들을 일일이 답사했고, 이후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들을 널리 알리는 ‘국내성지순례’ 전문가로 활동하게 됐다. 한국성지순례선교회 전문위원으로 사역하며 스스로 개발한 1박 2일의 ‘국내성지순례부흥회’라는 프로그램은 여행과 부흥회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이 목사가 제안하는 대표적 순례여행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시작해 군산을 거쳐 순교성지로 이름난 영광 염산교회와 야월교회, 증도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사랑과 희생의 현장인 목포 공생원 및 여수 애양원, ‘ㄱ’자 예배당으로 이름난 김제 금산교회 등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기독교유적지들을 차례로 돌아보는 코스다.

한국교회의 출발점에서부터 개척기, 수난기, 발전기 등을 두루 돌아보는 여정으로 짜여있으며, 손양원 목사를 비롯한 여러 순교자들의 거룩한 행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 구성된 순례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정 중에 한국교회사의 주요 장면들과 순교사적 등이 포함된 이야기들에, 오늘날 성도들이 가져야할 역사의식 및 신앙적 결단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부흥회 시간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준다.

이성필 목사는 “단순히 관광 차원의 여행이 아니라 우리 믿음의 뿌리를 확인하고 해이해진 신앙자세를 회복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말씀을 준비해서 전하고 있다”면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간증과 결단의 기도회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고 말한다.

그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전국 교회와 신학교 선교단체 등이 이 여행에 동참해 함께 은혜를 나누었고, 김제LMTC의 경우는 해마다 선교사훈련생들의 선교답사 프로그램으로 이 여행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이성필 목사는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 내의 소래교회, 용인 한국교회순교자기념관, 최초 성경전래지로 알려진 서천 마량진, 창원 주기철목사순교기념관과 손양원 목사 생가, 강화도와 공주 일대 등의 유적지들을 포함시킨 새로운 답사코스들도 개발하고 있다.

여행 일정이 알차게 진행되는데다 잠자리나 먹을거리 등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터라 여행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대단히 좋은 편이다. 30명 안팎의 인원만 모이면 언제라도 원하는 코스에 맞춰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이성필 목사의 설명이다. 이 목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http://spphoto.kr)를 통해서 자세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10-3856-0091.

 

국내성지순례에 관한 이성필 목사의 자부심과 애정은 또 다른 면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여행의 동반자들이나 기독교유적 답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해 제작한 <국내성지순례 가이드북>(도서출판 세줄·사진)을 통해서이다.

<국내성지순례 가이드북>은 저자가 수년 동안 한국교회의 문화유산 153곳을 일일이 찾아가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여행자들에게 자신들이 찾아간 문화유산의 유래와 의미를 소개하고, 관람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도록 짚어주는 안내서 성격을 가졌다.

앞서 2008년에 발표한 <신행여행-한국기독교유적지 가이드북>의 증보개정판 성격을 가진 이 책에는 전국의 유적들을 서울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7개 지역별로 묶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승동교회 배재학당 공주영명학교 자천교회 지리산선교사유적지 이기풍목사기념관 등 각 지역의 대표적 유적지들이 빠짐없이 등장할 뿐 아니라, <신행여행>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익산 남전교회, 함안 손양원 목사 생가, 강경침례교회, 서울 아현감리교회 등 16곳이 추가됐다.

목회자인 동시에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이성필 목사는 그간 개인전과 <사진으로 쓴 성지순례기> <새벽을 깨우는 포토 큐티> <그녀가 매일 우물가에 나오는 이유> 등 작품집들을 통해 보여준 뛰어난 촬영 솜씨를 이 책에 삽입된 수백 장의 사진을 통해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성필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꼭 순례여행이 아니라 가족여행 혹은 피서 도중에라도 인근에 존재하는 기독교유적들에 대해 알아보고, 잠시 들러 신앙의 도전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제작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성도들이 한국교회의 위대한 자산들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느끼길 기대합니다.”

 

▲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의 ‘가슴으로 떠나는 순례’ 여행이 매봉교회에서 진행되는 모습.

순교자기념사업회, 기독교여행문화 이끌다

본래 개신교 국내순례의 기초를 닦고 여행문화를 일으킨 데는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대표회장:임석순 목사)의 공이 가장 크다.

사실상 국내성지순례라는 개념조차 확실히 존재하지 않았던 1990년대 말부터 전국의 기독교유적들을 한국교회 앞에 소개하고, 답사코스를 개발해 활성화시킨 곳이 바로 순교자기념사업회다.

“가톨릭에는 국내에도 성지순례라는 개념이 오래 전부터 발달되어 온 반면, 개신교에는 그런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우상숭배로 오해해 터부시하는 경향까지 나타났죠. 다행히 양화진이나 여수 애양원 같은 곳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신앙적인 유익을 얻는 장소라는 평판을 듣게 되면서 한국교회의 순례여행 문화도 싹트게 된 것입니다.”

순교자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응삼 목사는 전국 교회에 순교정신을 선양하는 방안을 고심하다, 1997년을 즈음해 한국관광공사 협찬으로 CBS를 통해 <라디오 성지순례>를 방송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밝힌다.

이후 서울 정동과 양화진, 호남 일대의 기독교유적지들을 묶은 순례여행 코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한글성경 번역과 발간에 의미 있는 중국내 유적지를 따라가는 바이블로드를 발굴하는 사업 등이 순교자 추서 및 추모예배, 순교자 유족 장학사업, 세미나와 도서발간 등 기존사업들과 함께 순교자기념사업회의 주요사역이 되었다.

현재 순교자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순례여행 프로그램은 ‘가슴으로 떠나는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김제 금산교회, 영광 염산교회, 증도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등을 돌아보는 A코스이다.

근래에는 강경성결교회(김제 금산교회) 순천만 여수애양원 소록도 등으로 이어지는 B코스와 한국교회순교자기념관 매봉교회 제암리교회 등 경기·충청 일대의 유적지들이 포함된 2박 3일 혹은 3박 4일 코스도 각광을 받는다. 유적지 답사와 함께 영광 굴비, 벌교 꼬막 등 지역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들을 맛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남관우 사무국장은 “믿음의 선배들이 어떤 모습과 정신으로 신앙을 지켰는지를 배우는 은혜로운 일정으로 한국교회 여행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교자기념사업회 인터넷 홈페이지(www.kcmma.org)나 사무실로 문의하면 여행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02)763-8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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