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필자는 여행을 권장하는 사람이다. 교회 아이들도 내 자녀들도 여행은 막지 않는다. 혼자 떠나는 여행마저도 격려하여 보낸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니 젊었을 때 많은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게 늘 후회가 된다. 그래서 학생과 청년들에게 여행을 부추기고 장려하고 있다. 건강만 따라준다면 여행을 자주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것은 기독인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소중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앞으로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고 따라 나서리라 벼르는 중이다.

▲ 크리스천 여행자들이라면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거닐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에덴동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순천에 오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방학이 되면 코레일에서 만25세 이전 청년 대학생들을 위해 ‘내일로’라고 하는 자유여행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순천이 최다 방문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 순천은 최상의 여행지로 정평이 나있다. 감각이 예민하고 정보력이 탁월한 청년 대학생들이 순천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아름다운 순천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순천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 종종 놓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순교 성지 애양원이다. 애양원은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청년을 아들로 삼고, 한센병을 앓던 환자들의 피고름을 손수 입으로 빨아낸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언젠가 인도네시아에서 선교하고 계신 분과 함께 애양원을 방문했는데 그 분이 의미 있는 두 마디를 남겼다. “대한민국에서 딱 한 군데만 가보면 더 볼 것이 없는데 그곳이 애양원이다.” 그리고 “한 주간 부흥회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순천만에서 애양원까지는 차량으로 넉넉잡아 30분이면 충분하다. 기독교인이라면 기왕 순천에 오는 길에 애양원을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또한 순천에는 잘 보존된 기독교 유적지들이 있다. 미국장로교회 선교부가 있던 매산을 중심으로 많은 선교유적들과 기독교박물관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 기독교인들이 순천만을 찾아온다면 빼놓지 말고 들려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순교성지인 여수 애양원과, 선교사들이 남긴 기독교유적들이 밀집한 순천 매산이다.

기독교인들은 눈에 즐거운 것만으로 여행의 전부를 삼아서는 안 된다. 마음에 감동과 여운이 남아야 좋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순천에 오면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거닐며 에덴동산처럼 하나님이 만드신 정원의 맛을 누리고, 선교유적지와 애양원까지 답사하고 나면 영적에너지가 충만해질 것이다.

좀 더 시간을 내어 소록도나 여수 우학리교회까지 다녀와도 좋다. 소록도는 교회가 6개가 세워진, 사실상 기독교 섬이나 다름없다. 순교자 이기풍 목사께서 마지막 목회를 했던 여수 우학리교회를 방문하는 것도 금상첨화다. 순천 여수 고흥 일대는 순교 성지다. 전국에서 가장 교회가 많은 지역이고, 복음화율이 매우 높은 곳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순종한다는 뜻의 순천(順天)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여행자들에게 꼭 부탁할 게 있다. 반드시 해설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라는 것이다. 여행의 꽃은 해설이다. 어디서든 해설을 들으려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전문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방문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에다, 많은 교훈과 감동도 얻을 수 있다. 방문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여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방문지역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단체여행을 할 때는 방문지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건 값을 너무 많이 깎으려 하지 말고, 부주의한 언행이나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을 삼가야 한다. 교회에서 단체로 여행을 와 음식을 먹고 난 뒤처리가 깨끗하지 못하면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이 치워야 한다. 순천만에도 새벽에 나가보면 청소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출근해 방문객들이 버린 막대한 쓰레기를 처리하곤 한다.

▲ 여행지에서는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려 현지 주민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바른 자세이다. 사진은 순천만 대대마을의 밤길 풍경.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건전한 여행을 장려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여행’이라고도 하고 ‘책임여행’이라고도 한다. 이는 여행할 때 방문지 주민들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겸손히 배우며 불편을 끼치지 말자는 운동이다. 여행이란 나만 즐거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방문지 주민들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여행하는 동안 주민들이 경영하는 가게나 음식점을 이용하여 이들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잠자리도 대규모 투자자에 의해 세워진 업소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소박하게 운영하는 민박집을 이용해 주자는 것이다. 공정여행은 조금 불편한 여행일 수 있다. 하지만 교회 밖 사람들도 불편을 감수하고 공정여행을 시도하고 있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우리 교회에서도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해 두었다. 방학이 되면 철도청과 제휴를 맺어 청년 대학생 여행자들에게 안전한 숙소를 저렴하게 제공해 준다. 우리 교회의 숙소는 순천만습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여서 여행을 하는데 편리하다. 또 교회당 바로 곁에 있어서 안전하고 조용하다. 금연과 금주 규칙을 철저하게 지켜 깨끗하고 쾌적하다. 사전예약을 하면 일반 성도들도 이용할 수 있다. 수익금 전액을 구제와 선교에 사용하고 있기에 이용자들은 착한소비를 하는 셈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