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생태계 보존과 상생 지렛대 되다

작은 교회 바른 성장 돕는 실질적 콘텐츠 제공, 의미있는 변화 이끌어

▲ 목회세미나 강의 중인 개미목 대표 조성민 목사와 개척학교를 인도하는 원장 한기영 목사.

목회 생태계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작은 교회들의 저변이 갈수록 약화되고, 교회 개척에 도전하는 사역자들의 의지가 점점 꺾이는 데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작은 교회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라면 결국엔 큰 교회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개미목성장연구원(이하 개미목)은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교회 목회생태계를 보존하는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교단이나 수도권 대형교회 차원에서가 아니라, 지방의 작은 교회들이 자생적으로 시작한 목회운동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깊다.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들의 성장에 뜻을 두고, 전북지역 목회자와 신학교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2005년 ‘개척 및 미자립교회 목회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것이 개미목의 시작이다. 이후 개미목은 12년 동안 갈수록 척박해지는 목회환경 때문에 막막해하는 초보 사역자나 농어촌 사역자들에게 디딤돌과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제가 개척할 당시를 회상해보면 사실상 신학교에서 실제적인 가르침도, 총회나 노회로부터 현실적인 지원도 받기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누군가 조금만 끌어주고 안내해준다면 시행착오도 줄이고, 용기를 가지고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도움을 줄만한 능력을 갖춘 데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현재 개미목 대표를 맡고 있는 조성민 목사(전주창대교회)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좌절감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목회자들이 힘을 모아 개미목을 창립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다. 당시 창립을 주도한 이들은 질곡 같았던 개척기를 극복하고, 조금씩 목회 안정기에 접어드는 중에 있던 40~50대 목회자들이었다.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들이 들려준 첫 번째 교훈은 ‘부지런하라’는 것이었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는 잠언 6장 6절의 말씀은 ‘개미’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근면한 사역자가 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개미목의 상징과도 같은 구절이 됐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개미목은 훈련과정에 참가하는 목회자들에게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장년출석 100명이 되기까지 ‘한 주 5일 이상, 매일 5시간 이상 전도한다’ ‘1년 동안 매주 3일 이상은 교회당에서 밤을 지새며 기도하고 설교준비를 한다’ ‘월요일 휴무나 명절 휴가도 반납하고 오직 부흥과 전도에 힘쓴다’는 만만찮은 과제를 부여하고 이에 반드시 서약하도록 한다.

개미목 제2대 원장으로 섬기는 한기영 목사(은강교회)는 “훈련과정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에게는 3년 내 100명 혹은 200명의 장년교인 확보라는 목표를 정하도록 합니다. 너무 외형적인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할 분도 있겠지만, 그렇게 가시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훈련과 사역에 대한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맙니다”라고 설명한다.

방향도 없이 맨 땅에 헤딩하라는 식으로 목회자들을 현장에 내모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전도전략과 양육훈련 등을 충분히 습득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교회성장세미나를 개최해 새로운 동기부여와 정보습득이 이루어지게 한다. 성실한 다짐과 노력으로 가능성이 엿보이는 경우에는 필요한 전도물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동역하는 단체들과 공동으로 설교세미나와 선교대회 등을 개최하거나, 도농교류와 낙도선교 사역 등에 참여하도록 함으로, 목회자들이 개교회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의 비전과 역량을 더욱 끌어올리는데도 힘써왔다.

세미나의 경우 초창기에는 건강한 목회철학과 효과적인 전략들을 세우는데 보탬이 되도록 주로 명망 높은 목회자나 대형교회 사역자들을 강사로 초대했다. 물론 이를 통해 얻는 영적 소득이 적지 않았지만, 개척 미자립교회 사역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게 교회 개척사역의 A부터 Z까지 모든 영역을 꼼꼼히 점검하고 지도해주는 개척학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는 박재열 목사(동선교회)나 한영동 목사(대전총신교회)처럼 개척교회 멘토링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개척교회의 실제적인 부분을 다루어주는 교육에 목마름을 가졌던 목회자들이 전북지역 뿐 아니라 충청권과 수도권에서까지 찾아와 일주일에 두 차례씩 진행되는 훈련과정에 참여했고, 이는 개미목의 사역중심을 전환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는 개미목의 환골탈태가 이루어지는 뜻깊은 시점이었다. 개미목 창립 당시부터 10년 넘게 리더 역할을 해 온 대표 송인웅 목사(중심교회)와 원장 배경식 교수(한일장신대) 등 선배그룹이 퇴임하고, 실무진으로 섬겨온 후배그룹이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개미목은 새로운 운영진을 구성하고, 워크숍을 열어 변화하는 목회환경과 현장의 필요들에 맞춘 연구원의 사업방향을 설정했다. 워크숍에서는 특히 기존의 도시개척교회 중심 사역에서 농촌 및 산촌교회, 공동체와 특수사역 등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도농교회간 협력을 강화하고, 농촌교회의 자립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도시교회들을 위해서는 개척교회 전도사역 강화와 작은 교회에 적용 가능한 목회콘텐츠 개발 등을 주요 정책으로 삼기로 했다. 한 마디로 작은 교회들끼리도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데 힘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기 운영진 출범 후 진행된 도시 개척·미자립교회 부흥전략세미나와 2017년 목회계획 세미나에서도 개미목 사역의 변화는 뚜렷이 감지할 수 있었다. 많은 청중을 상대하는 대형집회보다는 훈련에 동참할 정예인원 중심의 집중교육으로 전환이 엿보였고, 강사진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농촌목회의 성공사례로 두각을 나타내는 조병남 목사(김제연정교회), 작은 교회 다음세대사역의 대안 제시로 주목받는 최정우 목사(예수사랑교회), 건강한 도시 개척교회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박종대 목사(세계로중앙교회) 등 운영진들 스스로가 강사로 나선 것이다.

조성민 목사는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들에게는 먼 발치가 아니라 불과 몇 걸음 앞서있을 뿐인 이들의 이야기가 더 피부에 와 닿고, 강사와 공감대를 쌓고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목회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에 착안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개척교회를 준비하거나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목회자들을 위해 장기간 합숙방식의 교육과정을 가동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완주군 화산면 소재 작은샘골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개미목훈련센터를 개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변화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개미목은 작은 교회들을 위한 더 좋은 길을 계속해서 찾아 나설 것이며, 그 길에서 발견한 보배들을 수많은 동역자들과 아낌없이 나눌 것이다.

한기영 목사는 “주님의 심장을 가진 바른 목회자들을 일으키고, 이들을 통해 구령의 열정과 예배의 감격을 갖고 바르게 성장하는 교회들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면서 “이 꿈을 향해 더욱 철저히 연구하며 사랑으로 섬기는 개미목성장연구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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