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소장(한국아가페상담연구소)

오직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라

▲ 박상돈 소장(한국아가페상담연구소)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통 씩 자신이 의존하는 사람한테 전화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물어본다. “점심시간인데 자장면 먹을까요? 우동 먹을까요?” 그러면 그 상대방이 답을 준다. “오늘은 날씨가 덥고 뜨거우니 그냥 냉면 먹으세요.” “오늘은 비가 오니 그냥 우동 먹으세요.”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렇게 늘 상대방의 지시를 받으며 상대방에게 종속 되어 행동하는 것, 이러한 성향을 의존적 성격이라고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사랑의 인간관계를 맺을 때 행복을 누리도록 지음 받은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며 적절히 상호 의지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성이 극단화되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되는 역기능에 빠지게 된다. 이 인격 장애를 의존성 인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한다. 이러한 장애를 갖게 되면 끊임없이 보호받고자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

정신의학편람인 DSM-IV 진단 기준에 따르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조언이나 확신이 없이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생활 전반에 대해 의사결정이나 책임을 져줄 사람을 항상 찾으며, 타인의 지지나 동의를 잃는 게 두려워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존성 인격장애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확신이 없어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갖게 되며, 혼자서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자신을 돌봐주고 지지해주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러한 지지와 돌봄을 받기 위해 급히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지 못하게 된다. 한마디로 의존성 인격장애는 심리적 불안이 커서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의존하고자 하는 성향인 것이다.

이러한 의존성이 심화되면 분리 불안이나 불안정한 대인관계를 보이게 되며, 거절감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서 다른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적절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상대편에게 순응하게 된다. 그 결과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거나, 스스로를 폄하하면서 자기 무가치함과 우울, 허무감과 불안의 심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비선실세에 의해서 국정이 농단된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이 지닌 심리적 의존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통 이러한 의존성 인격장애가 깊어지면 자기에게 쉽게 답을 내려주는 것처럼 보이는 독단적인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어떤 사람은 자기를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해줄 무당이나 점쟁이를 찾기도 하고 종교적 교주를 찾으면서, 강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밑에서 스스로를 속박시켜 버린다. 그러한 관계성 속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매우 역기능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오직 하나님을 믿고 신뢰할 때 은혜 안에서 좋은 자생력을 지니게 되며 건강한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그러기에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봐줄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만을 굳건히 믿고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그럴 때에 은혜 안에서 굳건한 자아상을 갖게 되고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 안에서 강건하게 될 뿐 아니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적절히 도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강조한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146:3-5)

결국 목회자들은 자신과 교우들이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함으로 강건하게 살도록 하는 데에 목회적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교우들로 하여금 목회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역기능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그리스도만을 굳건히 믿고 인격적으로 의지하는 중심을 갖도록 인도할 때 서로에게 내재되어 있는 병리적인 의존성은 사라지고 강건한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하리니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이심이로다.”(시 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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