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 ‘회복’이 절실했던 2016년 한국교회
뼈 아픈 참회로 무릎 꿇어야 사회적 신뢰 되찾아


2016년 교단·교계 결산


교단  올해의 교단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찾자면 ‘도탄지고(塗炭之苦)’가 아닐까.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과 같은 고통”이라는 뜻으로, 가혹한 정치로 말미암아 백성이 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교단은 긴장국면 속에서 2016년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단 갈등의 정점에는 어김없이 ‘총신대’가 있었다. 지난 2월 총신운영이사회가 총회와 총신에서 각각 열리는 파행을 겪었다. 이후 총신측 운영이사회에 참석한 이들을 총회결의시행방해자로 단정했고, 해당자를 시벌하지 않은 노회에 대해 천서를 제한하기까지 했다. 또한 총신 관계자 5명을 총회현장에서 목사면직, 제명, 영구출교 등 초강수의 압박을 통해 총신 정상화를 꾀하고자 했다.

▲ 해가지는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잘 떨어져야 다시 잘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픔과 고난의 2016년을 참회하며 회복의 큰 역사가 일어나는 2017년을 기대합니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총회 이후 총신대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가 물밑 접촉을 통해 진행됐고, 지난 12월 22일 재단이사회 구성으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결국 성수 미달로 재단이사회가 무산돼 전국 교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총신대 내부적으로도 편치 못했다. 재단이사회 파행으로 장기간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배임증재 혐의로 소송 당한 총장에 대해 퇴진운동도 일어났다. 여러모로 총신대 문제는 해를 넘기면서까지 교단을 긴장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내몰게 됐다.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52년 역사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기독신문> 폐간 사태도 총회 이슈로 부각됐다. 올해 6월 총회유지재단이사회가 97회기에 만들었던 <총회소식지> 폐업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유지재단 실무자들이 이를 서울시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총회소식지>가 아니라 어처구니없게도 <기독신문> 폐업을 신고해 버렸다. 뒤늦게 폐간 사실을 인지한 기독신문사는 신문의 정상 발행과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행정실수’로 일관하고 있는 총회는 유지재단에서 조사활동을 벌이는 것 외에는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 않고 있어, 폐간에 따른 모든 부담을 오롯이 기독신문이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단을 뒤흔든 혼란은 또 있었다. 어느 해보다 이단 대처에 활발한 활동이 전개된 반면,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기총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총회임원선거 파행도 굵직한 사안이었다. ‘이중직’과 ‘담합’ 논란을 받아온 두 명의 부총회장 입후보자를 총회현장에서 동반 탈락시키고, 제3의 인물들을 후보로 세우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긴장 속에 한 해를 보내면서도 100년 역사의 저력으로 정책총회의 기반을 다지는 의미 있는 움직임도 있었다. 우선 총회총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총대여론조사가 주목받았다.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공신력 있는 리서치기관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총회를 앞두고 밑바닥 정서를 파악하는데 일조했고, 그에 따른 의미 있는 결의들이 101회 총회에서 쏟아졌다. 재판국원과 총회선거관리위원의 직선제 도입, 정치부 상설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교회자립개발원 출범으로 보다 안정적인 교단내 미자립교회 지원 체계를 구축한 것과 학교기도운동, 노회 대안학교 설립운동 등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교단적 노력도 꾸준하게 일어났다.

교계  한국교계는 2016년 한해동안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위해 노력했다.

연초에 터진 개성공단의 폐쇄로 인해 기업을 철수하게 된 공단관계자들을 위로하면서, 정부당국에게 폐쇄 철회를 발표해서 통일의 물꼬를 막지 말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사고 이후 한 시도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었던 부모들의 상심을 위로하고자 했다. 이단들의 피해로 가정이 파괴된 채 애타게 가족들의 귀환을 소망하는 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터진 대통령 탄핵움직임에 대해 분노하면서 촛불을 들었다.

청소년들의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각종 동성애 법안들과 교육으로 인해 다음세대의 건전한 성윤리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용기있게 알렸다. 할랄식품이 단지 외국의 문화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적 신념이 바탕이 된, 잔인한 도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전파했다.

신학대 교수의 끔찍한 존속살해와 전 모 목사에 대한 노회의 최종 결정이 솜방망이식이었다는 비판으로 인해서, 한국교계의 2016년 시작은 어느 때보다 우울했다. 목회자들의 스캔들은 연말까지 계속됐다. 신천지가 자신들의 정체를 폭로한 언론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국내 주요교단과 교회 앞에서 세를 과시했다.

한국교회는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 기구 안에 굳게 형성된 회원권 정리의 문제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추진위원회는 현직교단장 위주로 연합기구를 결성하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로 했다.

연말에 통계청이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집계 결과, 기독교인은 10년 전보다 100만명이 늘어나 국내 최대 종교가 됐다. 반면 10대부터 40대의 종교 이탈율도 매우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교회가 새해에도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내적으로는 하나가 되어 거룩성 회복에 힘쓰라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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