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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25)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거룩한 나라의 순종하는 백성은 정결한 삶을 살아야 했다
거룩의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속죄 제의 시스템은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제도였다

레위기 구조를 통한 레위기의 총정리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레위기의 구조를 마지막 글에서 다루는 것이 엉뚱할 수도 있으나 필자는 의도적으로 이것을 마지막 결론으로 배치했다. 왜냐하면 구조를 들여다보면 레위기의 중심주제가 쉽게 파악되고, 전체적인 내용이 한눈에 정돈되고 요약되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레위기 구조는 직선적 구조로 대동소이하다. 일부 창의적인 구조들도 제안되어왔으나 필자가 보는 레위

기는 <표>와 같은 구조를 갖는다.

이것은 대체적으로 좌우 대칭의 교차 구조다. 16장과 17장의 내용은 전혀 별개이기에 학자들은 대부분 이 두 장을 분리하곤 한다. 여기에서는 16장과 17장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그 이유는 16장이 피로 범벅된 대속죄일이 주제이고 17장은 바로 그 피의 의미와 기능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속죄일과 피는 이스라엘 거룩의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16~17장을 중심으로 대칭 구도를 이루는 11~15장과 18~20장의 내용은 각각 정결법과 성결법이다. 이 두 법은 각각 의식과 윤리의 영역에서 ‘너희는 거룩하라’는 최종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레 11:44~45와 레 20:26). 이러한 특징은 정결법과 성결법의 대칭성을 정당화한다.

한편 제사장에 대한 내용 또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제사장의 위임과 첫 직무(8~9장); 제사장의 자격과 준수사항(21~22장). 특히 제사장의 자격과 준수 사항 및 신체적 흠은 희생 짐승의 신체적 흠과 마찬가지로 완전성을 통한 거룩을 교훈한다. 제사장의 신체적 흠에 이어(레 21:17~24) 짐승의 흠이 제시되는(레 22:16~24) 이유는 이 둘이 모두 성전에 바쳐질 자격에 관한 것이고, 짐승에 흠이 있는지를 최종 점검할 책임은 제사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C1의 에피소드(24:10~23: 평민에 의한 성호의 오염)가 대칭구조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C의 에피소드(10장: 두 제사장에 의한 하나님의 성손의 오염)와 나란히 병행되어 있다. 즉 10장에서 두 제사장은(아론의 두 아들) 불법적 불을 사용함으로써 제의를 훼손하여 B여호와의 성소를 더럽힘에 따라 여호와에 의해 직접 화형(火刑)을 당한다. 반면 24장 10~23절에서는 혼혈족 평민이 B여호와의 이름을 모독B함으로 인해 여호와의 지시에 따라 회중에 의한 투석형(投石形)을 당한다. 제사장과 혼혈족은 신분상 양극단에 놓여 있다. 전자는 성직에 있으면서 이스라엘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반면, 후자는 혼혈족 신분으로 공동체의 끝자락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사마리아인에 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위의 두 비극적 사건은 전 백성을 포괄한다. 두 경우 모두 사건 발생 후 법이 주어진다. 전자에서는 비극적 일화와 더불어 제사장의 주의사항, 즉 직무 중 금주와 핵심 의무가 지시되고(레 10:9~11), 후자에서는 그와 더불어 동해동형법(lex talion)에 기준한 여러 법규가 주어진다(레 24:16~22). 제사장의 금주는 성-속과 정-부정의 분별과 예방을 위한 것이고, 동해동형법은 정의-불의의 판결과 시행을 위한 법이다.
이어서 A. 제사법(1~7장)과 A1. 절기법(23:1~24:9)이 대칭으로 엮인다. 둘 다 백성의 제의적 삶을 통제하는 의식법(儀式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제사법 전반을 법제화하고 후자는 그 제사들의 집행 시기를 말해준다. D2. 25~26장은 정결과 거룩의 지평을 사회와 자연,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땅의 질서 회복과 사회 정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이스라엘 개인 토지의 회복과 땅의 안식을 통한 원기 회복을 명령함과(25장) 더불어 땅이 주는 풍성한 복을 약속(26장)한다. 이는 토지가 매 49년(혹은 50년)마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계속적인 복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26장은 만일 불순종하면 온갖 무서운 재앙들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희년법은 이스라엘의 우주적-사회적 속죄를 성취하기 위한 제의 시스템이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의 사회와 자연은 50년 주기로 다시 거룩함을 회복한다. 희년이 속죄일인 7월 10일에 나팔 소리와 함께 선포되는 것은 바로 이날 속죄일의 정결과 거룩의 성취가 사회적-우주적 지평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희년의 도래를 선포하며 자신의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시작하셨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렇듯 속죄의 개념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증거는 이미 구약에서부터 등장한다. 따라서 25~26장은 일종의 사회적-우주적 정결법으로서 정결법 및 성결법과 나란히 배치될 수 있다. 레위기를 마무리하는 27장(A2)은 여러 가지 예물(고르반)에 대한 법으로 A. 거룩한 희생 예물(고르반)과 대칭을 이룬다.

거룩한 나라의 거룩한 백성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레위기는 ‘거룩’을 중심 주제로 짜임새 있게 쓰인 책이다. 책 전반에 ‘거룩’이 관통하고 스며들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거룩한 삶을 살도록 요청받는 이유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애굽의 속박과 노예 상태로부터 구원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1:45).

거룩한 이스라엘 백성은 우선 거룩하신 하나님께 거룩한 제사를 바쳐야 했다(레 1~7장). 이때 거룩한 제사장들에 의한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신중한 중재가 가장 중요했다(레 8~10장). 백성들과 제사장들 모두 거룩한 삶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토대로 자신의 신체와 주변을 늘 깨끗케 하기 위한 정결법을 준수해야 했다(11~15장). 그 ‘정결’이란 위생학적 개념을 넘은 정신적-제의적 개념의 ‘정결’로서 이방 나라와 구별된 삶을 살기 위한 표준이었다. 백성들은 제의적 차원 뿐 아니라 윤리적 차원에서도 거룩한 삶을 살아내야 했다(레 18~20장). 특히 가족 내의 성관계 금지를 통한 질서의 유지는 이스라엘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사회 안전망이었다. 한편 거룩한 제사장들은 성소를 위해 구별되었을 뿐 아니라 결혼이나 장례를 비롯한 일상생활 속에서 더 높은 수준의 제의적 규범과 윤리가 요구되었다(레 21~22장).

여러 축일은 여호와의 구원과 그분의 은혜를 감사하는 제사장 나라의 거룩한 날이었다(23장). 동해동형법은 거룩한 나라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공평의 원칙을 제시하였다(24장). 안식년과 희년은 거룩한 나라의 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제도로 토지법과 고엘법을 선포하면서 그 법의 순종-불순종 여부에 따른 축복-저주를 약속하고 경고하며(25~26장) 마지막 27장은 거룩한 예물들에 대한 규정이다.

거룩한 나라는 순종하는 백성으로 구성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정성스럽게 준비한 예물을 들고 예배의 자리로 나아온다. 이스라엘 백성이 일상의 삶에서 거룩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고 범죄하면 속죄의 제사인 속죄제와 속건제를 통해, 또한 누적된 모든 죄들은 속죄일을 통해 해결하여 거룩한 백성의 신분을 회복하고 유지한다. 따라서 거룩의 원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속죄의 제의 시스템이야말로 이스라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끝>

독자 여러분께! 본 시리즈는 원래 20회로 기획되었으나 레위기 뒷부분을 충분히 다루기 위해 5회를 더 연장해서 25회의 기고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것은 기고자인 제가 <기독신문> 편집부에 부탁을 드려 받아들여졌습니다. 레위기 후반부까지 충분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 기독신문 편집부에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읽고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셔서 큰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회자들에게 어떻게 이것이 설교로 사용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며 레위기를 풀어내려 했습니다. 저의 최근의 졸저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과 많은 내용이 동일하나 이 기고문에서는 여러 가지 가상의 상황들을 설정하여 글을 풀어나가 더욱 목회적 적용이 생생하게 되도록 의도했습니다. 그 책에는 기고문에 넣을 수 없었던 수많은 도표와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고 더 깊고 방만한 신학적-목회적 주해를 담았으니 보완해서 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애독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기독신문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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