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훈련을 기반으로 한 여수 광명교회의 성장은 더디지만 꾸준하다. 유아세례를 집례 중인 서영곤 목사.

제자훈련 기반, 원칙 지키며 건강한 행보 꾸준
속도 지키는 사역 진력, ‘강소교회’ 모델로 두각

“천천히 가도 된다.”
너도나도 속도와 성장을 중요한 가치라며 추켜올리는 시대지만 다른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 여수 광명교회(서영곤 목사)의 경우가 그렇다.

광명교회는 눈에 띄게 커다란 공동체가 아니다. 교회를 설립하고 20년을 지내오는 동안 서두르는 법 없이 느릿느릿 자라왔다. 예배당 이전에서 헌당까지도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페이스만큼은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다.

사실 광명교회가 자리 잡은 여수시 미평동은 목회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도심이동을 따라, 직장이나 교육환경을 따라 이주하는 인구비율이 높은 동네이다. 한 마디로 열심히 전도하고 양육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광명교회는 묵묵히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이행해왔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여 영생을 얻게 하고, 하나님 말씀으로 훈련하며, 예수님의 제자를 양성한다’는 그 사명선언문을 말이다.

제자훈련은 광명교회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다. 새가족반 5주 과정을 시작으로 성장반 사역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착실히 운영하면서 잘 훈련된 일꾼들을 계속해서 배출해왔다. 애써 길러낸 리더들이 타지로 떠나는 안타까운 결과가 빈발하는 중에도 서영곤 목사는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마치 이삭처럼 다시 새 우물을 파는 작업을 반복했다.

▲ 여전도회원들이 부채춤으로 감사찬양을 올리고 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만 있다면, 규모에 상관없이 건강한 교회를 이룰 수만 있다면 목회자로서 제 사명은 다하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훈련을 통해 담임목사와 목회철학을 공유하며 잘 자라준 교우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각자 은사를 살려 주일학교를 비롯한 각종 사역을 능동적으로 감당하고 있으며, 제자훈련의 각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투입되어 새 생명을 양육하는데 헌신하는 중이다.

예배당 부채를 갚아나가는 힘든 형편 속에서도 절기헌금은 거의 구제 사업에 사용하고, 교회당 안에는 ‘사랑의 쌀독’을 설치해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는 통로로 활용한 것도 담임목사와 교우들 사이에 교회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서영곤 목사는 성도들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목회자로 잘 알려져 있다. 타고난 성품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서 목사 자신이 마흔을 넘긴 나이에 목회에 뛰어들면서 이미 충분한 사회적 경험을 쌓은 이력 또한 작용한다.

교우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평일 구역모임이 힘들다는 호소가 있자 주일 점심식사를 겸해 구역모임을 갖도록 조정하고, 복잡한 종류의 헌금봉투는 한 가지 형태로 통일해 성도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융통성이 이를 바탕으로 발휘된다.

지방 소도시의 작은 교회가 국제제자훈련원의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CAL세미나)를 통해 모범사례로 소개되고, ‘강소(强小)교회’의 모델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그래서 광명교회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 목사는 “작은 교회 동역자들 중에는 처음부터 제자훈련 시스템에 거부감을 갖거나, 조급하게 적용하다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원칙은 유지하되 교회 형편에 따라 탄력적으로 전략을 적용한다면 다소 속력은 떨어지더라도 결국에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유한다.

설립 20주년과 예배당 헌당을 기점으로 광명교회는 약간 넓은 보폭의 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후원하는 해외선교사 여섯 가정에 각 300만원씩의 특별후원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노회를 통해 지역 목회자들을 섬기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 목사 자신은 앞으로 광명교회 장년 성도가 300명에 도달했을 때 공동체를 분가하는 일과, 장학기금을 마련해 어려운 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할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돕는 일을 꿈꾸고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또한 서두를 생각은 없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허락하시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다르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목적지에는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정확히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제자훈련반 졸업예배의 모습. 서영곤 목사 그에게 새 생명을 키우는 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