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소장(한국아가페상담연구소)

하나님께 맡기고 참 평안을

▲ 박상돈 소장(한국아가페상담연구소)

영광스럽게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을 본받도록 부름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아름답게 나타내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인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를 용서하고 품어주면서 함께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우리 안에 어떤 연약한 성격들이 있는지를 진단하며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강박적 성격(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이다.

강박이란 어떤 그 무엇에 지나치게 집착되어 있거나 사로잡혀 있는 생각 혹은 습관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강박적 성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병균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사로잡혀 공중전화나 화장실 손잡이를 잡는 것을 지나치게 꺼려한다든지, 동물을 쓰다듬고 나서는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빠진다든지, 방문 잠그는 일을 몇 번 씩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등의 일들이 생활 속에 나타나는 강박에 해당된다. 어떤 부인이 외출하고 난 이후에도 다리미를 켰는지 껐는지 밖에서 늘 걱정하니까 남편이 외출할 때 아예 다리미를 갖고 나와 차 트렁크에 넣고서는 아내 앞에서 계속해서 확인시켜주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사실 이 강박적 성향이 순기능으로 승화되면 일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잘 처리한다든지, 정리정돈이나 계획적인 업무를 잘 감당하는 등 성취에 있어서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강박성이 역기능적 방향으로 가게 되면 지나친 규칙주의, 형식주의, 즐거움과 기쁨을 모르는 경직에 빠지게 된다. 나아가 상대방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분노와 증오심으로 대하는 율법주의적 태도를 갖기도 한다. 사람의 몸속에 있는 폭발물은 울화통인데, 강박성이 많으면 자주 그 울화통이 폭발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강박적 인격이 되면 물질 나눔에 있어서도 매우 인색한 모습이 된다. 물건을 과도하게 아끼면서 움켜잡으려고 하게 된다. 그래서 강박성에서 벗어나려면 사랑의 여유를 갖고 이웃을 너그럽게 대하며, 자신이 가진 것들을 베푸는 나눔의 실천을 감당해야 한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잠 11:24-25)”

무엇보다 강박적 성격이 되면 신앙적으로도 하나님을 무서운 율법주의적 존재로 여기면서 자주 무거운 죄책감이나 경직된 두려움 속에 거하게 된다. 은혜 안에서 용서 받는 기쁨이나 마음의 평안, 기쁨을 잘 향유하지 못하게 된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 등인데 강박성에 빠지면 그러한 열매들이 주는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성경적 상담학자들은 강박적 인격이 종교적 완벽주의, 독선, 율법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언표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가정, 교회 등 곳곳에서 리더들이 강박적 인격에 빠져 공동체 구성원들을 괴롭히며 무거운 짐을 떠맡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와 평안과 기쁨을 잃은 채 불행 속에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는 그러한 심령들을 향해 말씀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 11:28-30)”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강박을 갖고 불행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강박적인 삶의 뿌리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강박적인 삶의 뿌리에는 ‘내가 어떤 실수도 없이 완벽해야 행해야 비로소 나는 가치 있는 존재이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독생자를 주실 만큼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신다. 우리를 영원하신 사랑으로 감싸주시며 우리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변함없이 품어주신다.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에 근거한 강박을 하나님께 다 맡기고 참 평안과 안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의 영혼들을 용납해야 한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풍성한 안식과 평안을 풍성히 나누는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필자 박상돈 목사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정신사랑의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총신대 목회신학전문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